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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상식] 군산 성매매 업소 화재 사건에서 소방공무원의 책임

법률사무소 청원 한주현 | 기사입력 2021/04/20 [09:20]

[법률 상식] 군산 성매매 업소 화재 사건에서 소방공무원의 책임

법률사무소 청원 한주현 | 입력 : 2021/04/20 [09:20]

들어가며

이 글은 2002년 1월 29일 군산시 개복동 소재 ‘아방궁 유흥주점’(이하 아방궁)과 ‘대가 유흥주점’(이하 대가)에서 발생한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와 관련된 손해배상 판결을 분석한 내용이다.

 

이 사건 화재로 인해 사망한 성매매 여성들의 유족들(이하 원고들)은 아방궁과 대가의 업주는 물론이고 대한민국과 군산시, 전라북도를 각 피고로 삼아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원고들은 ‘피고 대한민국’엔 경찰이 성매매업소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는 등으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감금ㆍ성매매 강요의 피해 발생을 방치했다는 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피고 군산시’에는 군산시청 소속 공무원이 유흥ㆍ단란주점 영업 지도와 점검 등의 직무를 유기했다는 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피고 전라북도’에는 군산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들이 소방법 위반사항에 대한 고발조치 등을 하지 않은 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각각 청구했다.

 

이번 글에서는 피고 전라북도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중점적으로 분석해 이 사건 화재에서 소방공무원의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실관계

아방궁과 대가의 업주(이하 이 사건 업주)는 1995년 7월 아방궁을 운영하다 1997년 8월 아방궁 옆에 위치한 대가를 추가로 인수, 아방궁과 연결해 운영했다.

 

이 사건 업주는 업소 운영을 위한 내부 수리를 하면서 아방궁과 대가 사이의 벽을 허물어 통로를 만들고 성매매 장소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영업허가를 받지 않은 대가 건물의 2층에 속칭 ‘쪽방’을 여러 개 만들었다.

 

또 방마다 형광등과 환풍기 등 각종 전기시설을 설치하면서 노후 전선은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 인화성이 강한 베니어합판과 스티로폼, 종이 등을 사용해 바닥과 벽 등에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특히 성매매 여성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업소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하고 현관 출입문에는 주점 내부에서 열쇠로만 열 수 있는 특수자물쇠를 설치했다.

 

그러던 중 2000년 9월 19일 군산시 대명동에 있는 유흥가 화재로 성매매 여성들이 사망하는 사건(이하 대명동 화재)이 발생했다. 이 사건 업주는 단속기관의 눈을 피하려고 창문의 쇠창살을 착탈식으로 변경했다.

 

아방궁과 대가의 현관 출입문에는 잠글 때 열쇠를 넣고 오른쪽으로 돌려 바로 빼면 주점 내부에서 열쇠로 만 열 수 있는 특수자물쇠를 설치했다. 대가 1층과 2층 사이에는 철제문을 설치하면서 1층에서는 열쇠로만 문을 열 수 있도록 했다.

 

또 남자종업원들에게 여자종업원들이 대가 1층 숙소에서 잠을 잘 때 1층 출입문의 특수자물쇠와 1ㆍ2층 사이의 철제문을 잠그게 해 남자종업원들은 1층 첫 번째 방에서 자면서 여자종업원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2002년 1월 29일 오전 11시 50분께 아방궁 계산대 위에 놓인 무선전화기 어댑터 플러그 부분에서 전선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그 불길은 대가까지 번졌다. 화재는 약 30분 만에 진화됐으나 성매매 여성 14명과 이들을 감시하던 남자종업원 등이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대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철제문 앞에서 발견됐다. 남자종업원의 시신 옆에는 그 철제문 열쇠가 발견됐다.

 

반면 이 화재 발생 전인 2001년 4월 9일과 2001년 10월 19일 아방궁과 대가에서는 군산소방서가 주관한 ‘유흥주점 밀집지역 업소 합동 소방점검’, 군산경찰서가 주관한 ‘월동기 대비 유흥주점 밀집지역 안전시설 점검’이 각각 시행된 바 있다.

 

군산소방서 소방공무원 A, B는 위 합동점검에 참여한 후 특별소방안전점검부를 작성하면서 대가 1층과 2층 사이에 잠금장치가 있는 철제문이 있음을 알았는데도 피난장애시설이 없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기재했다.

 

이로 인해 소방공무원 A, B는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행사했다는 범죄사실로 약식 기소됐고 약식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원고들의 피고 전라북도에 대한 구체적 청구원인

원고들은 피고 전라북도 산하 군산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들이 아방궁과 대가에 소방법에서 정한 소방시설과 방화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사실, 환기구도 없이 인화성이 강한 칸막이용 합판과 스티로폼 등의 재료로 불법 개조된 사실, 노후한 전기시설로 인해 화재위험이 매우 크다는 사실 등을 알았는데도 소방점검이나 개수 명령, 소방법 위반사항에 대한 고발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음을 문제 삼았다.

 

특히 소방공무원 A, B가 대가 1층과 2층 사이에 피난장애시설인 철제문이 설치돼 있는걸 알았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음을 강조했다.

 

이런 소방공무원의 직무위반과 이 사건 화재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피고 전라북도는 이 사건 화재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심의 판단

(서울고등법원 2005. 7. 20. 선고 2004나39179 판결)

원심은 피고 전라북도는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소방공무원은 구 소방법상 특수장소(현재의 ‘특정소방대상물’을 의미한다.)의 방염대상물품이 방염성능의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면 방염대상물품 제거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며 “소방서장 등은 특수장소의 관계인이 건축법 규정에 의한 피난ㆍ방화시설 등을 폐쇄하거나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필요한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소방공무원이 위험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그 의무위반 이 직무에 충실한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엔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말하는 위법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즉 원심은 소방공무원에게 아방궁, 대가와 같은 특수장소에 대한 점검이나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다는 점과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군산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들이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봐 피고 전라북도는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는 군산소방서의 소방공무원들이 대명동 화재 이후 화재 예방을 위한 점검ㆍ교육ㆍ훈련을 계속해서 실시한 점, 소방공무원 A, B는 합동점검 당시 대가 내부의 피난 방향이 2층에서 1층이라고 여겨 2층에서는 언제든 열 수 있는 철제문이 피난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해 특별소방안전점검부에 기재하지 않았고 그들로서는 1층에서 잠자는 여성 종업원들을 감금하기 위해 철제문을 잠그는 사실을 알지 못한 점,

 

1981년 구 소방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연면적 100㎡ 이상인 유흥음식점이 방염규정이 적용되는 특수장소에 포함됐는데 대가의 경우에는 영업허가를 받은 1층만으로는 연면적이 100㎡ 미만이지만 실제 영업장소로 사용하는 2층을 합칠 경우 100㎡ 이상이라 방염규정이 적용됐으나 소방공무원들이 공부상의 기재와 다른 실제 사용현황을 알고서도 고의로 방염규정 적용을 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는 점 등을 들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5다48994 판결)

그렇지만 대법원은 피고 전라북도가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피고 전라북도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인했던 근거들이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첫째, 대법원은 대명동 화재 이후 군산시청과 군산소방서, 군산경찰서 등이 유사한 사고 발생을 방지할 목적으로 유흥주점 밀집지역에 대한 합동점검과 교육ㆍ훈련을 강화해 실시했으므로 합동점검에 참여한 소방공무원들로서는 합동점검의 취지와 목적, 중점 점검 사항은 물론이고 대가 건물 2층이 사실상 성매매 행위에 사용되는 장소라는 운영 현황 등을 잘 알고 있었거나 잘 알 수 있었다고 봤다.

 

즉 원심은 합동점검과 교육ㆍ훈련 등을 자주 했기 때문에 소방공무원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으나 대법원은 오히려 합동점검이 대명동 화재와 유사한 화재를 막고자 하는 취지로 시행됐으므로 소방공무원들로서는 대명동 성매매업소와 유사한 구조나 운영현황을 보이던 대가의 문제점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둘째, 대법원은 소방공무원 A, B가 1층과 2층 사이의 철제문이 피난에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봤다. 대가 건물의 1층에는 현관 출입문 외에는 창문이 없는 반면 2층에는 별도로 건물 외부로 피난할 수 있도록 철제 사다리가 설치된 창문이 있었다.

 

따라서 1층과 2층 사이의 철제문을 잠그는 경우 그 철제문은 2층에서 1층 방향으로든 1층에서 2층 방향으로든 피난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소방공무원 A, B가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또 철제문은 밀폐된 공간구조에서 유독가스의 소통이나 환기에 악영향을 미쳐 건물 내부에 갇힌 자들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소방공무원들로서는 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셋째, 대법원은 소방공무원들이 대가 2층이 1층과 함께 영업장소로 이용됨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므로 대가가 방염규정이 적용되는 연면적 100㎡ 이상의 특수장소인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고 봤다.

 

대가와 같이 성매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주점에서는 성매매 장소로 사용되는 이른바 ‘쪽방’ 없이는 영업이 어렵다는 점을 소방공무원들이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맺음말

이 사건 화재는 대명동 화재 이후 또다시 반복된 유사한 참사라는 점에서 많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막을 수 있는 참사였음에도 막지 못했다는 분노다. 특히 경찰과 성매매업소 간 유착관계가 드러나면서 국가와 지자체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유족들은 업주뿐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경찰(피고 대한민국)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으나 소방공무원(피고 전라북도)의 손해배상 책임까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소방공무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의 판단이 원심과 달라진 이유는 대법원이 이 사건 화재가 대명동 화재와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불과 1년여 전 동일 지역 내 유사 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으므로 소방공무원들이 영업장소 개조 등과 같은 탈법적 운영 사실 등을 인지하고 점검과 그에 따른 조치를 해야 했다고 봤다.

 

결국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는 업종ㆍ장소에 대한 소방 조사 등을 실시할 땐 실제 영업 형태나 장소 이용 현황 등을 꼼꼼히 살펴 소방법규상 조치를 취하는 등으로 좀 더 엄격하게 직무상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한주현 변호사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관으로 근무하며(2018-2020) 재난ㆍ안전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는 법률사무소 청원의 대표변호사로 보험이나 손해배상 등의 민사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E. attorney.jhhan@gmail.com


 


법률사무소 청원_ 한주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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