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의 핵심은 재산분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산분할 문제만 아니었다면 굳이 소송까지 하지 않았을 사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경제공동체인 부부로 생활할 때에는 나의 재산, 너의 재산을 굳이 따지지 않지만 헤어질 때는 이렇게 뒤섞인 재산들을 각자의 몫으로 잘 나눠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안 그래도 감정이 좋지 않아져 이혼하는 판국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재산을 나눌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결국 소송을 통해 재산을 분할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혹시 이런 머리 아픈 상황에 처한 분들을 위해 재산분할과 관련해 자주 질문이 들어오는 사항들을 모아봤습니다.
1. 혼인 파탄에 대한 귀책 정도와 재산분할은 관련이 없습니다. 폭력을 행사하거나 외도를 한 배우자가 어떻게 정당하게 재산을 분할받아 갈 수 있냐고 분통을 터트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혼인 파탄에 대한 귀책 정도는 재산분할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에 대해서는 위자료를 통해 그 잘못에 대한 일종의 배상을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재산분할은 어디까지나 부부가 혼인 기간 동안 형성한 재산(=부부공동재산)을 각자의 재산형성 기여도에 따라 어떻게 나눌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2. 혼인 기간 중 형성한 재산은 명의가 누구에게 있느냐와 관계없이 부부공동재산입니다. 우리 민법은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송 실무상 혼인 기간 중 형성한 재산은 명의가 누구에게 있느냐와는 관계없이 대개는 부부공동재산으로 평가됩니다. 설사 그 재산 취득을 위한 금전이 온전히 한쪽 배우자의 소득에만 기인한 것이더라도 혼인 기간 중이라면 상대 배우자의 기여가 포함돼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3. 혼인 전부터 갖고 있던 재산과 상속받은 재산은 구체적인 사정을 봐야 합니다. 혼인 전부터 갖고 있던 재산과 상속 또는 증여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는 부부공동재산이 아닌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 재산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바가 있다고 평가되면 부부공동재산으로 봐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재산을 상대 배우자와 나눠 가져야 하는지는 일률적으로 답할 수 없고 구체적인 사정을 따져봐야만 합니다. 다만 몇 가지 예를 살펴볼 순 있습니다.
혼인 직후 여자 쪽 부모님이 아파트 한 채를 증여해줬습니다. 부부는 함께 모은 돈으로 아파트 관리비를 내고 수리도 하며 약 20년간 함께 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는 부부공동재산으로 평가받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이혼소송이 제기되기 직전 남자 쪽 부모님이 사망하면 남자가 상속받은 아파트는 남자의 특유재산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부부가 남자 쪽 부모님이 그 아파트를 취득하는 데 함께 자금을 보탰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은 말입니다.
혼인 파탄 직후 일방 배우자가 자기 명의로 구매한 부동산의 경우는 어떨까요. 혼인 파탄 직후인 점, 한쪽 배우자 이름으로 된 부동산이라는 점 때문에 특유재산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겠지만 부동산 취득 자금이 혼인 파탄 직전까지 부부가 함께 생활하며 형성한 자금일 가능성이 크기에 부부공동재산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혼인 파탄 이후 남자가 신축한 건물에 대해서 남자가 혼인 기간 동안 축적된 재산으로 건물 신축자금을 마련한 것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전주지방법원 2017드단1878 판결).
4. 부부 각자의 재산형성 기여도는 혼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50:50에 수렴됩니다. 일방 배우자가 혼인 기간 내내 가정주부의 지위에만 있었더라도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의 장기간이 되면 재산형성 기여도는 보통 50:50이 됩니다. 가사노동 역시 재산형성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역시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건 아니고 부부의 생활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은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부부마다 재산형성 경위나 기여 정도는 다 다르므로 그 구체적인 사정을 확인하지 않고선 재산분할이 어떻게 될 건지 확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배우자와 재산분할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변호사와의 상담을 진행한 후 협상에 임하시길 권합니다. 원칙만을 이야기한 인터넷 검색 결과만을 믿었다가 정작 소송에서 큰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주현 변호사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관으로 근무하며(2018-2020) 재난ㆍ안전 분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현재는 법무법인(유) 정진의 변호사로 이혼이나 상속 등의 가사사건 및 보험이나 손해배상 등의 민사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법무법인(유) 정진_ 한주현 : jhhan@jungjinlaw.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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