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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상식] 화재진압 업무로 인해 소뇌위축증이 발병한 소방공무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다

1심 : 대구지방법원 2019. 11. 22. 선고 2019구단10240 판결
2심 : 대구고등법원 2021. 6. 25. 선고 2019누552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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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한주현 법률사무소 한주현 | 기사입력 2021/10/20 [10:00]

[법률 상식] 화재진압 업무로 인해 소뇌위축증이 발병한 소방공무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다

1심 : 대구지방법원 2019. 11. 22. 선고 2019구단10240 판결
2심 : 대구고등법원 2021. 6. 25. 선고 2019누5527 판결

변호사 한주현 법률사무소 한주현 | 입력 : 2021/10/20 [10:00]

이 사건의 사실관계

원고는 1977. 4. 1. 지방소방사로 임용돼 2014. 9. 30. 지방소방경으로 퇴직한 사람이다. 원고는 37년 6개월간 각종 화재와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던 중 2004. 8. 31.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았고 이로 인해 보행장애와 구음장애 등이 발생해 뇌 병변 3급 장애등급 판정을 받았다.

 

원고는 2014. 2. 11. 야간당직 근무 중 쓰러지는 등 근무가 불가능해지면서 명예퇴직을 했다. 

 

원고는 화재진압 업무로 인해 소뇌위축증이 발병했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다. 그러나 대구지방보훈청장(이하 ‘피고’)은 원고가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고 보훈보상대상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처분을 했다.

 

원고는 위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는데 피고는 2018. 11. 27. 원고가 국가유공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보훈보상대상자에는 해당한다는 재심의 처분을 했다. 

 

참고로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는 모두 공무수행 중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을 의미하나 ‘국가유공자’는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을, ‘보훈보상대상자’는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을 의미한다는 차이가 있다.

 

국가유공자의 경우 보훈보상대상자보다 보훈ㆍ보상의 범위가 좀 더 넓다.

 

소뇌위축증에 관하여

소뇌위축증은 소뇌에 위치한 신경핵과 신경전달 경로에 변성이 초래돼 소뇌가 위축되는 질환으로 어지럼증과 보행ㆍ중심이동 장애, 구음장애, 안구운동장애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질병이다.

 

이 병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개 유전이나 대상질환, 독성물질 또는 유해화학물질 흡입 등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뇌는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구조적 변이가 일어나기 쉬운 부위로 알려져 있고 독성물질이나 산소 부족, 심리적 스트레스 등에 취약성을 보인다고 한다. 다른 뇌 부위보다 열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뇌의 퍼킨지 세포(perkinje cell)는 일산화탄소의 영향을 집중적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산화탄소는 화재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독성물질이다. 

 

또 화재 현장에서의 고열과 유해물질이 소방관들의 소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거나 소방관들의 소뇌 회질의 밀도가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다는 등의 의학 소견이 발표된 바 있다.

 

원고의 국가유공자 해당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원고가 보훈보상대상자에 그치지 않고 국가유공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상이(소뇌위축증)가 국가의 수호ㆍ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을 주된 원인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소뇌위축증 발병에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이 일부 영향을 미쳤더라도 그것이 주로 본인의 체질적 소인이나 생활습관에 기인한 경우 또는 기존의 질병이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으로 인해 악화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는 보훈보상대상자에 그치지 않고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원고의 경우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1] 제2호의 2-8호 라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1] 국가유공자 요건의 기준 및 범위

2. 국가의 수호ㆍ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 훈련 중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

2-8.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질병에 걸린 사람 또는 그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기존의 질병이 원인이 되거나 악화된 경우는 제외)

라. 화학물질ㆍ발암물질ㆍ감염병 등 유해물질을 취급하거나 이에 준하는 유해환경에서의 직무수행(이와 관련된 교육훈련을 포함한다) 중 이들 유해물질 또는 유해환경에 상당한 기간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질병

 

1) 원고는 1977년부터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기 전인 2003년까지 약 27년간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인 화재진압과 구급 업무를 담당해 왔다.

 

2) 원고에게는 소뇌위축증 또는 뇌손상 등의 기존 질병이 있지도 않았고 이러한 질병을 초래할만한 체질적인 소인이나 생활습관이 있다는 자료도 제출된 게 없다. 특히 원고의 소뇌위축증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발병률이 높은 ‘2형 척수소뇌실조증’에 해당하지 않는바 유전 때문에 발병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원고는 화재진압 업무를 수행하며 화재로 인한 고열과 화학물질,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에 빈번히 노출됐다. 게다가 원고가 화재진압 업무를 담당하던 2000년 이전에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보급장구 보급률이 낮고 그 성능도 열악했다.

 

특히 원고가 근무한 대구 지역은 2011년 기준으로도 공기호흡기 보급률이 전국 최하위(48.7%)인 상황이다. 따라서 원고는 열악한 상황에서 장기간 화재진압 업무를 수행하며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물질과 고열에 장기간에 걸쳐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결어

지난 호에서는 비인두강암으로 사망한 소방공무원이 보훈보상대상자로는 인정받았으나 국가유공자로는 끝내 인정받지 못했던 대구고등법원 2020누2463 판결에 대해 다뤘다.

 

위 판결과 대조적으로 이번 판결에서는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은 소방공무원이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게 됐다. 이러한 판결상의 차이가 야기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 번째는 화재진압 업무와 소뇌위축증 간의 인과관계가 비인두강암보다 의학적으로 면밀히 밝혀졌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원고가 화재진압 업무를 주로 수행하던 시기에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보급장구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등의 특수한 사정이 인정됐다는 점이다.

 

화재진압 업무로 인해 야기될 가능성이 큰 질병에 대한 소방 차원의 면밀한 연구 필요성이 대두되는 지점이다. 질병에 걸린 소방공무원들이 개별적으로 자신의 질병과 화재진압 업무 간의 인과관계를 밝히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법률전문가를 선임한다 해도 의학 자료를 하나하나 찾아내면서 소방공무원에게 유리한 의료 감정 결과를 받는 일은 쉽지 않다. 소방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관련 의학 자료를 축적해둔다면 화재 현장에서의 유해물질로 인한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 소방공무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주현 변호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관으로 근무하며(2018-2020) 재난ㆍ안전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는 변호사 한주현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보험이나 손해배상 등의 민사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청원_ 한주현 : attorney.jhhan@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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