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 새해가 떠오르기 무섭게 무거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월 5일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던 동료 세 분의 순직 소식이다.
필자가 기고하면서 여러 번 순직 관련 사건ㆍ사고를 언급했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가슴이 아려 오는 건 같은 소방 가족으로서 무뎌지지 않는다. 이 자리를 빌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적이었을 세 분의 명복을 빈다.
늘 그래왔듯이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청이나 본부에서는 ‘소방관 안전대책 강화’, ‘안전 관련 특별교육’, ‘지휘관 역량 강화’ 등 주먹구구식의 공문이 시달된다. 소방청이 제출한 ‘최근 10년간 소방관 순직 현황’ 자료를 보면 순직한 소방관은 자그마치 55명이다.
우린 직업 특성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땜질 처방이 아니라 완벽한 안전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신속구조팀(RIT, Rapid Intervention Team)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보인다. 각 시ㆍ도에서 자체적으로 훈련하며 실제로 운영한다.
지방의 한 소방학교에서는 특별교육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정규과정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현재 서울 중부소방서 현장지휘팀장으로 근무하는 필자가 봤을 때 이런 흐름은 꽤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위에서 언급한 탁상행정식 정책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나와 내 동료를 살릴 수 있는 안전시스템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다만 거기에 맞는 충분한 인력과 장비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실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수난구조에도 RIT 같은 ‘대기잠수사’가 필요하다
수난구조와 관련된 기고를 기대하며 이번 호를 읽는 독자에게는 화재 현장에서의 안전시스템이니, 신속구조팀이니 하는 얘기가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수난구조 현장에서도 다를 바 없다. 필자가 아는 한 수난구조 현장, 특히 수중 활동에서 구조다이버를 위한 안전장치가 소방에선 여전히 빈약하다.
수중수색 현장에서 대원의 안전을 위해 쓰이는 가장 고전적인 방식은 생명줄과 짝줄 이용이다. 생명줄은 지상 대원과 수중수색 대원 간 연결되는 줄, 짝줄은 수중수색대원끼리 연결하는 줄이다. 다이버가 위험에 노출될 경우 다이버끼리는 짝줄, 수면으로는 생명줄을 이용해 신호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최근 들어 국내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마주하는 구조 현장은 시야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장애물이 많은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변형된 잭스테이1)와 원탐색2) 방법을 많이 쓴다.
이때 대원의 안전과 연결된 생명줄, 짝줄이 탐색줄과 엉켜 오히려 다이버를 위험에 빠트리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강에서 변형된 잭스테이로 수색하던 중 줄 신호를 놓친 일이 있다. 구조대상자를 찾았는데도 버디와 서로 로프에 엉켜 상승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로프를 이용한 줄 신호로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사실 우리가 꼭 해야 할 부분은 앞서 화재 현장에서의 RIT팀처럼 장비를 다 갖춘 대기잠수사를 수면에 위치시키는 일이다. 수중에서 다이버가 위험 신호를 보내왔을 때 이 대기잠수사들을 바로 투입 시켜야 한다.
하지만 구조 현장에서 대기잠수사를 준비하는 곳은 거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인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중수색할 다이버와 텐더, 지휘자 인원도 채 나오지 않는데 대기잠수사까지 둔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렇지만 해결할 수 있다. 비번자를 동원한다든지 인접 서에 지원 요청을 하면 될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는 데 있다. 안전 불감증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NATO 잠수팀에겐 있지만 우리에겐 없는 것 지난 호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소방에서 구조하는 현장은 대부분 수심이 얕은 곳이기에 수중수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실례로 2020년 2월 서울 한강경찰대 직원이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뛰어내린 남성을 수색하던 중 교각 돌 틈에 몸이 껴 나오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소방 수난구조대가 출동해 30분 만에 구조했지만 순직했다. 사고 뒷얘기는 사고 당사자만 알 수 있다.
그래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만약 다이버와 수면에 있는 텐더가 줄 신호라도 할 수 있었다면, 아니면 대기잠수사가 있어 위험을 인지하고 바로 입수해 좀 더 빠르게 구조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고를 보더라도 ‘얕은 수심이라서 괜찮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모든 사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필자는 2006년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연합군과 재호흡기를 이용한 수색ㆍ인양 훈련에 참가했는데 그때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15년이나 흘렀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있다. 바로 안전관리다. 우리에겐 없던 안전관리 시스템이 그곳엔 있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기뢰제거함에 승선했을 때였다. 모든 훈련 참가자는 안전 책임 장교로부터 안전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군함에서 위험한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대피방법을 알려주는 건 물론 모든 참가자에게 각자의 임무도 부여했다. 예상치 못한 비상상황이 일어나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하게 하기 위해서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소방관이라는 이유로 관창수 수병의 관창 보조 임무를 부여받았다. 물론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관창 보조를 할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재호흡기를 이용한 수색ㆍ인양 훈련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와 훈련 대원이 잠수병의 위험에 노출됐을 때 대처하는 훈련이었다. 이 훈련을 완벽하게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하면 본 훈련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게 중요한 점이다.
이 부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충대충’, ‘했다 치고’, ‘보여주기식’ 등의 안일한 사고로는 전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테다.
이 훈련은 꽤 디테일하고 엄격하게 이뤄졌다. 그 방법을 잠깐 소개하자면 수색 장소 보트 위 슈퍼바이저(다이빙 책임 감독관)가 함으로 무전을 보내면 함에서 사이렌이 울린다. 각 대원은 거기에 맞춰 자기 위치로 돌아가 임무에 맞는 역할을 한다.
보트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는 크레인 기사는 크레인으로 이동해 보트를 끌어 올린다. 잠수사의 슈트를 벗기는 수병과 그를 이동시키는 들것을 운영하는 수병들이 다음 역할을 맡는다.
최종적으로 재압챔버를 운영하는 수병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훈련이다. 챔버에서 첫 감압 지점까지 도달 시간은 4분이다. 이 훈련만 거의 온종일 했다.
결국 오후 늦게 4분 안에 도달했고 본 훈련까지 마칠 수 있었다. 실제로 훈련 도중 안전사고가 발생해 잠수사 한 명이 수중 감압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앞서 한 훈련처럼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필자도 해군에서 근무했지만 군에서도, 소방에서도 이때를 제외하곤 이런 훈련을 해본 적이 없다. 얼마나 우리가 안전 불감증에 노출돼 있는지, 안전관리가 허술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소방은 어떻게 해결할 건가 그렇다면 앞으로 소방에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건가. 필자가 여러 번 언급했듯이 다이버 안전을 위한 잠수 방법으로는 헬멧에 수중통신기가 장착된 표면공급용 잠수장비를 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현재 소방 대부분은 스쿠버용 장비를 이용한 수중수색을 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스쿠버 장비에 국한해서만 기술하겠다.
얕은 수심은 얼마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10m 이내 수심도 안전한 수심은 아니다. 기압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구간이라 숨을 참고 상승하면 색전증에 걸린다. 그래서 여기선 5m로 정했다.
5m 이내의 얕은 수심에서 좁은 범위 수색(반원 탐색이나 원탐색 사용)은 수중의 수색다이버와 지상의 텐더가 소통할 수 있는 생명줄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생명줄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수중 통신을 할 수 있는 수중 통신기를 갖춰야 한다. 시야가 없고 장애물이 많은 수중 환경 수색에 있어 수중 헬멧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
그리고 화재 현장에서 신속구조팀을 운용하듯 수난사고 현장에 대기잠수사를 한 명이라도 갖출 수 있으면 좋겠다. 필자가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기술하지 못하는 건 수난구조 출동 시 인원이 부족함을 알기 때문이다.
조금 더 깊은 5m에서 30m 사이 수심에서의 구조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진다. 수중수색을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다이버가 입수하기에 앞서 장비를 먼저 투입하길 권장한다.
장비를 이용해 구조대상자를 먼저 수색해 보고 수중 다방향 카메라로 그 라인을 생명줄 삼아 따라 들어가서 구조하는 걸 추천한다.
깊어지는 수심도 문제지만 물밑 환경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장비를 이용하면 작게나마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이를 기준으로 구조 작전에 안전을 더 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수심이 30m 이상이 되거나 구조 환경에 따라서 인원과 장비, 교육, 앞서 기술한 안전관리 시스템까지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나씩 열거하자면 수없이 많다.
필자가 소방에 입문하고도 많은 세월이 흘렀다. 생사를 오가는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우리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 장비, 기술, 지식 등 모든 분야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안전 분야에선 더 그렇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해 시작을 비록 비통한 소식으로 맞이했지만 더는 우리 동료를 먼저 떠나보내는 일이 없도록 이중, 삼중으로 안전 결속을 다져야 하지 않을까?
1) <119플러스> 매거진 2020년 4월호 ‘수중 스쿠터와 보트 견인을 이용한 빠른 물살에서의 수색법’ 참조 2) <119플러스> 매거진 2020년 3월호 ‘아이스 다이빙 스킬과 수색법’ 참조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mail : sdvteam@naver.com facebook : facebook.com/chongmin.han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 중부소방서_ 한정민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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