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급류에 휩쓸린 장병 4명을 구하라”
2005년 7월 26일 오전 10시 50분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 장깨 도하훈련장 내 임진강 전진교 북단 지역에서 JSA(공동경비구역)대대 소속 장병 4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때 현장에는 육군 특전사와 공병 단정부대, 해군소속 UDTㆍSSU, 소방의 경기소방, 중앙119구조본부 그리고 민간단체 등 내가 여태껏 경험해본 출동 중 가장 다양한 조직과 민간단체가 동원됐다.
현장 상황을 설명하자면 강폭은 좁은 곳이 약 40m, 물때는 물살이 매우 빠른 밀물 대사리 때라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오리발을 아무리 세게 차도 하류에서 상류로 움직이지 못하고 오히려 하류 쪽으로 흘러가는 상황이었다. 실종자를 수색하기 위해 동원 인력들이 투입됐지만 사실상 정확한 수색이 이뤄지는지는 의심이 될 정도였다.
물살이 너무 강했으나 필자는 익수 지점을 기준으로 위쪽 지점인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수색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장여건은 수색에 동원된 여러 조직에 할당된 정해진 구역만 수색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상류에서 하류 쪽으로 물살에 몸을 맡겨 내려오면서 수색하고 하류 지점에 도착하면 다시 상류로 이동한 뒤 첫 번째 수색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백 지점에서 첫 번째와 같은 방식으로 반복적인 수색을 했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때는 오리발을 차도 올라갈 수 없었기에 고무보트에 매달려 이동했는데 물살을 버티느라 보트를 꽉 잡은 팔에 힘이 빠져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제대로 된 수색이 진행되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 수색에 참여한 대원 대부분은 강한 물살 때문에 실종자들이 하류 쪽으로 떠내려갔을 거로 생각했다. 마침 실종자 한 명이 실종지점으로부터 몇 ㎞ 떨어진 하류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그때, 모두의 생각을 뒤엎는 소리가 들려왔다. 실종자 한 명이 익수 지점에서 수면 위로 떴다는 거였다.
어떻게 된 일인가 하니 익수 지점 부근이 공병 부대의 단정 계류장이었고 스크루 추진방식이 아닌 워터젯 추진방식의 단정이 이동을 위해 RPM을 올리는 순간 강한 추진 물살에 의해 가라앉았던 실종자가 수면 위로 부상한 거였다.
이로 인해 수색 방법은 바뀌었다. 공병 단정을 모두 동원해 수면 밑으로 워터젯을 분사하는 방식을 택했고 결국 다른 두 명의 실종자도 수면 위로 부상해 수색을 종료했다.
강한 물살에서의 수색 방법
이 사건 후 필자는 수난사고로 수중 수색 시 어떠한 상황이라도 익수 지점은 반드시 수색해야 한다는 것과 물살이 강하거나 급류 시에는 그 수색 방법 또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 해군에서는 1knot 이상의 조류나 물살에서는 다이빙을 금지하고 있다. 3knot 이상이 되면 수경이 벗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1knot를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 단위로 변환하면 약 0.5㎧이며 3knot는 약 1.5㎧가 된다.
그렇다면 강한 물살에서 어떻게 수색해야 할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수중 스쿠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현재 몇몇 특수구조대에는 추진력이 2~2.5knot 성능의 수중 스쿠터를 보유하고 있다. 수중 수색에 수중 스쿠터를 이용하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지금 설명하는 것은 훈련이 충분한 구조대원에 한정한다.
1knot로 흐르는 강물을 수직 방향으로 나가려 하면 스쿠터 속도는 약 1.414knot가 필요하다. 방향은 흐르는 방향을 기준으로 상류 방향 135°로 가야 한다. 이는 단지 벡터합의 이론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방향 기준이 되는 라인이 없다면 힘들다. 이렇게 발생하는 수색 상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잭스테이 수색 방법을 사용하는 데 오리발을 이용하면 강한 물살에 의해 떠내려갈 수 있어 스쿠터를 이용해 더욱 나은 수색을 할 수 있다.
단 여기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ㆍ[그림 1]과 같이 1, 2번의 부이는 수면 위에 떠서 안전을 봐주는 보트에서 이동시켜야 한다.
ㆍ가능하면 워터젯 방식으로 추진하는 보트가 좋으나 프로펠러가 장착된 경우에는 다이버를 보호하기 위해 프로펠러 케이지 또는 덮개를 장착해야 한다.
ㆍ다이버와 보트 사이에는 통신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풀페이스 마스크와 수중 통신기다.
다이버가 잭스테이 라인을 벗어나 상승할 경우 보트에 신호할 수 있는 장치(예를 들면 호루라기나 마커 부이 등)를 갖고 있어야 한다.
ㆍ수중 수색을 하기 전 모든 대원은 충분하고 철저한 다이빙 계획을 브리핑해야 한다.
사실 위 방법은 일선 구조대에서 하기 쉽지 않다. 충분히 훈련된 인원도 필요하고 팀워크도 잘 맞아야 하므로 평소에 같이 손발을 잘 맞춰야 한다.
두 번째로 제시하는 방법은 ‘보트로 다이버를 견인’해 수색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시야가 확보되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보트로 다이버를 견인해 주기 때문에 수중에서 작업하는 다이버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견인하기 위해서는 [그림 3]과 같이 견인을 할 수 있는 견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걸 로프로 만들게 되면 다이버끼리 엉킬 우려도 있고 오히려 수색에 방해가 된다.
보트는 30마력 이상의 엔진을 사용하는 게 좋으며 조건은 앞에서 언급한 수중 스쿠터를 이용한 수색 방법과 같다.
견인봉의 굵기는 다이버가 손으로 편하게 잡을 수 있을 정도가 적당하며 재질은 철근이나 철봉을 사용해 웨이트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한다. 또 [그림 3]과 같이 다이버가 엉덩이로 걸터앉을 수 있는 봉을 설치하면 견인봉을 쥐고 있는 힘을 분산시켜 다이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수색 방법은 [그림 4]와 같이 진행하는데 익수 지점 또는 의심지역 위쪽부터 진행해야 하며 속도는 2.5knot 이상을 넘지 않아야 한다. 수중에서 구조 다이버가 이상이나 위험 신호를 보낼 시에는 즉각 보트 운행을 멈춰야 한다. 또 3knot(1.5㎧) 이상의 급류에서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수색하면 안 된다.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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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부소방서_ 한정민
<사진 제공>서울119특수구조단_ 이건태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