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미로운 문서가 시달됐다. ‘해외 소방활동 현장안전 정책자료 번역 결과’라는 문서인데 이미 보신 분도 있을 거다.
국내 안전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코자 해외 소방활동 현장안전 정책 자료를 수집해 번역한 걸 공유한 자료다.
이 문서에는 안전정책부터 각종 현장 안전사고와 관련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역시나 필자에게는 수난구조 분야부터 눈에 들어왔다.
‘익수자 수색을 위해 수중 구조 활동 중 소방관 사망’ 이 보고서는 총 22쪽으로 구성됐다. 개요부터 시작해 도입부, 각종 사고원인, 의학적 시각 그리고 권고사항(결론)에 이르기까지 아주 세밀하게 작성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안타까운 순직사고가 발생하지만 2019년 6월 25일 충북 괴산에서 수난사고 훈련 중 발생한 사고보고서를 제외하고는 이처럼 자세한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
현재 우리 소방에서는 안전사고 사례가 발생하면 ‘소방공무원 현장 소방활동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사고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타 시ㆍ도까지 각 사례를 전파한다.
하지만 이 보고서들은 해외 보고서에 비하면 내용이 매우 빈약하다. 특히 사망사고를 제외한 안전사고 발생 조사서에 국한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미국 소방관 사망ㆍ안전사고 조사서는 어떨까? 위에 소개된 보고서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2008년 8월 3일, 52세의 소방관이 물에 빠진 피해자 수색을 위해 잠수하던 중 사망했다. 2008년 9월 16일, 관련 소방서장은 NIOSH에 사고 조사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2008년 10월 6일부터 9일까지 NIOSH 소방 중대재해조사ㆍ예방 프로그램 외상성 손상 부서에서 나온 두 명의 안전ㆍ산업보건 전문가와 심혈관질환 부서에서 나온 한 명이 사고 조사를 시작했다.
NIOSH(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는 산업안전 보건연구원이자 질병관리청 산하기구다. 직업 관련 상해와 질병 예방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와 관련된 권고안을 제공하는 연방 기구다.
1998년 의회는 NIOSH가 소방관 중대재해조사와 예방 프로그램(Fire Fighter Fatality Investigation and Prevention Program)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승인했다.
이 프로그램은 소방관의 순직ㆍ임무 수행 중 사망사고를 조사해 소방서, 소방관, 소방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 등에게서 향후 비슷한 사망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1)
보고서 도입부에는 소방서장과 소방관들, 지역 경찰서장과 수사관들 그리고 다른 지역 소방서의 다이버들과 면담하고 의료기관으로부터 사망자 의료 기록을 입수한 내용이 담겼다.
사망자 검시를 담당한 검시관실과 연락을 취한 후 전반에 걸친 사고 조사를 했다. 이제까지 우리 사고조사서와는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공문을 참고하길 바란다.
앞으로 국내 사망ㆍ안전사고 조사서는 어떻게 변화할까? 2022년 1월 27일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사업장의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이 가능토록 한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된다. 소방업무와 관련해선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과 공중이용시설(연면적 3천㎡ 이상 업무시설)에 해당하므로 산업재해ㆍ시민재해가 모두 적용된다.
그렇다면 중앙행정기관장 등 행정기관의 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도 이 법에서 말하는 경영책임자로서 책임을 부담할까?
공공기관의 장뿐 아니라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도 각각 해당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동법의 사업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상 공무원도 근로자에 포함된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상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소속 근로자 또는 공무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도 경영책임자로서 동법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2)
앞으로 국내에서도 사고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에서 직접 조사한 철저한 조사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마치 미국의 NIOSH에서 하는 것처럼 말이다.
수난사고 구조 활동 시 사망ㆍ안전사고 예방 ‘중대재해처벌법’ 상에는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ㆍ이행 7대 준수사항3)이 있다.
위 7대 준수사항과 관련해 수난구조 활동을 하는 대원들은 수난구조 다이빙을 할 수 있는 훈련을 받고 장비를 갖춘 후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휘하는 대원은 현실적으로 안전관리자 역할도 해야 하므로 수난구조 활동분야에 능통해야 한다.
여러 가지 수난구조 장비가 있기에 장비를 사용하면서 자격이 필요한 것들은 취득해야 한다. 지난 호에도 기술했지만 비상조치 계획을 수립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해 주기적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한 명의 구조다이버가 실종됐을 경우 어떻게 조치할 건지, 장비가 잘못되면 어떻게 조치할 건지 등에 관해서다. 이 외에 비상조치 시나리오는 무한하다. 그렇기에 서로 의논하고 토의해야 한다.
이제 시작 단계다. 그래서 혼란도, 할 것도 엄청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해왔어야 했던 것들이다. 이건 우리 생명과 직결되기에 당연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지휘관에게 떳떳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직원들은 순직 사고가 발생하면 왜 그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주의를 해야 하는지,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서로에게 돌아오는 말들은 “쉬쉬”하거나 “순직한 직원만 알겠지”다.
재발 방지를 위해선 정확한 사고보고서 작성과 전파가 필요하다. 물론 그로 인한 책임도 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무서워 숨기려고만 한다면 안전사고는 계속 발생할 거다. 결국 그 화살은 우리에게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1) 소방청 해외 소방활동 현장안전 정책자료 번역 결과 2)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고용노동부) 3)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고용노동부)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mail : sdvteam@naver.com facebook : facebook.com/chongmin.han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 중부소방서_ 한정민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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