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ㆍ협소 공간 탐색에 대한 훈련과 테스트를 거쳐오며 느낀 점은 취미 또는 재난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하던 경우보다 비행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생각보다 많고 다양하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취미 드론 비행에서는 기상 현상(우주기상 포함)과 주변 장애물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야생동물(특히 조류) 공격으로 인한 피해까지 대비한다면 안전한 비행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재난 현장에서 드론 활용의 경우 앞선 요소에 더해 화재 연기나 전파 간섭, 야간ㆍ비가시권 비행 등 예상하기 어려운 비행 환경이 추가 요소로 작용한다.
그로 인해 재난 현장에서 드론을 운용해 본 자는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을 공유하거나 자료로 만들어 시도소방본부 또는 소방서 차원에서 관련 실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재난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한 실내ㆍ협소 공간 탐색에 대해 필요한 정보는 체계적으로 갖추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실내용으로 특화된 기체가 많지 않고 드론 실내 탐색의 필요성과 적합성 여부에 대한 개념이 아직 미흡해서다.
게다가 관련 연구 과정에서도 재난 현장에서 실내ㆍ협소 공간에 관한 실제 사례가 적어 자료가 부족했다. 그로 인해 훈련 등의 대응 방안 연구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연구 과정에서 다양한 기체를 사용하거나 비행 환경이 달라질 때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변수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재까지 많은 테스트를 거쳐 실내ㆍ협소 공간 탐색에 대한 여러 변수와 특징을 기록했다. 그리고 일부분은 실제 재난 현장에서의 실내ㆍ협소 공간 비행을 통해 검증까지 마쳤다.
그러나 경험하지 못한 여러 재난 현장 환경의 조건에서는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최대한 많이 다루고 싶지만 이번 연재만으로는 제한이 있어 비행 안전과 연관된 부분에 대해서만 일부 공유하려고 한다.
필자도 취미로 여러 드론을 즐기는 사용자로서 미리 언급하자면 간혹 각종 커뮤니티에 소형 FPV를 통한 실내 비행에 대한 영상이 많이 공유되고 그게 실제 재난 현장의 실내ㆍ탐색 비행에 적합한지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취미로 하는 FPV 실내 비행은 내부 공간에 대한 비행에 중점을 둔 것이므로 실제 재난 현장에서의 실내 탐색과는 비행 목적이 전혀 다르다.
비행 방법(센서, 임무 장비의 활용 등), 정보 취득에 대한 방향성 등에 차이가 있고 비행 실력 외에도 조종자에게 추가로 필요한 역량(드론 외 재난 현장 경험 등)이 있다는 점을 알아 뒀으면 한다.
운용 기체 선정 먼저 어떤 기체를 사용할 건지 선택하는 게 비행 과정에서 첫 번째 단계일 거다. 특히 개방된 실외 공간에서의 비행이 아닌 실내ㆍ협소 공간 탐색의 경우 더욱 그렇다.
게다가 단순히 협소한 공간을 통과하는 목적이 아니라 진입 후 탐색하기 위한 비행이고 같은 제조사 기체일지라도 모델별로 성능이 크게 다를 수 있어 적합한 기체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기체 선정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건 기체 크기와 비행시간, 비행성, 센서 기능ㆍ성능, 조종방식, 페이로드 등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비행 가능 여부만 따진다면 많은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이번 호에선 이해가 쉽도록 소방드론으로 사용되는 산업용 드론과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촬영용 드론을 포함한 센서형 드론, 레이싱과 프리스타일 비행용으로 쓰이는 커스텀 FPV 드론을 두고 차이점을 비교해 봤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실 실내나 좁은 공간에서 비행하는 건 전부터 흔히 있던 일이다. 보통 매뉴얼 모드(아크로 모드, 각속도 제어 모드) 조종방식으로 FPV 기능을 이용해 조종하는 레이싱 또는 프리스타일 드론을 활용한다. 온라인에서 조금만 검색해보면 쉽게 조종 영상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런 기체들은 대부분 크기가 작고 각속도를 제어하는 조종방식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조종 자유도가 매우 높다. 센서 개입이 적기 때문에 장애물과 근접해서 비행하며 좁은 공간을 통과할 수 있고 다채로운 영상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필자도 취미로 드론을 조종할 때 주로 하는 비행방식이다.
하지만 모든 재난 현장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커스텀 드론이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재난 현장 드론 탐색 과정에서는 대원의 접근이 어려울 때도 있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도 너무 많다. 게다가 사전 비행 연습을 할 수 없고 전파 환경도 파악하기 어렵다. 기체를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는 테스트 비행 환경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종자는 그런 환경에서 한곳에 정지 호버링 상태로 탐색 공간 곳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비행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장애물 센서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일반적인 커스텀 FPV 드론으로는 비행 중 카메라 각도 조절이 어렵고 정지 호버링과 같은 기동 자체도 쉽지 않다.
또 매뉴얼 모드 특성상 숙달되기 위한 시간이 센서형 드론 대비 훨씬 길다. 만약 조종자가 한순간이라도 잘못 판단한다면 기체는 곧 추락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그만큼 집중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커진다는 중대한 단점이 있다. 실제로 재난 현장에서 장시간 조종할 때 조종자의 피로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한다. 이는 이미 항공 분야 인적요인에서도 깊이 다루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장 활동 대원 입장에선 일부 소수 대원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 모든 대원이 원활하게 교대 임무가 가능한 방법이 필요하다. 우린 표준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조종자가 가급적 기체의 자세ㆍ위치제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안전하고 효율적일 뿐 아니라 탐색 결과물도 안정적이다.
그래서 실내ㆍ협소 공간 탐색 시 센서형 드론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센서형 드론도 장점만 가지는 건 아니다. 비행 안전을 위해 탑재된 각종 센서의 개입이 오히려 비행을 방해할 수 있다. 센서에 의존해 비행을 제어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한다면 기체는 조종자 의도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특히 일부 촬영용 기체들의 자동 고도유지처럼 상시 작동하는 기능은 안 그래도 좁은 공간에서 드론이 비행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더 좁혀버릴 수 있다.
이에 원활히 대응하기 위해선 해당 드론의 성능이나 기능을 물론이고 사소한 비행 메커니즘까지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비행이 가능한 공간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재난 현장이라는 비행 환경을 생각했을 때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실보다 득이 크다.
그렇다면 실내ㆍ협소 공간 탐색을 위한 센서형 드론의 기체 선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건 무엇일까? 생각해야 할 게 아주 많지만 기체 크기나 비행시간 등 기본적인 조건을 선택한 다음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 가지를 더 고르자면 ‘비행성(Flying Qualities)’을 꼽을 수 있다.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에서는 비행성을 ‘비행 임무 수행을 위한 조종사의 명령에 대해 항공기가 얼마나 쉽게, 예측 가능하게, 효과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조종사의 명령(조종)에 예측 가능하게, 효과적으로 반응하는지’다. 센서형 드론을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세ㆍ위치제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안정적으로 비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제로 실내ㆍ협소 공간에 진입할 경우 다양한 변수로 인해 이런 기능이 완전하게 작동하는 걸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GNSS 수신이 어려운 실내에서 장애물 센서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조도(밝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위치제어가 극히 불안정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 장비를 배제하고 기체만 생각했을 때 이런 상황에서 기체는 위치제어 모드와 ATTI 모드를 계속해서 넘나들게 된다.
야외비행에서도 영향이 크지만 제한적인 비행공간에서 훨씬 크게 체감할 수 있다. 이륙 시점부터 착륙할 때까지 조종자가 비행 모드가 변경되는 시점의 불안정함을 모두 고려해 조종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적어도 조종자의 명령을 예측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비행성을 가진 기체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전국의 많은 소방서에서 소방드론으로 활용하는 기체(매빅2 엔터프라이즈 듀얼ㆍ어드밴스드)를 예로 들면 선회할 때 요(Yaw; 수직축)축의 회전만으로 선회하는 방법인 요턴으로 선회하도록 설계돼 있다.
요축 회전만으로 선회하면 전진 관성에 대응하는 힘이 없어 회전 반경이 커지게 된다. 회전 반경을 줄이기 위한 추가 조작은 실수를 유발할 수 있고 드론의 기동성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같은 제조사에서 2020년 4월 28일 이후 출시된 기체들은 선회 비행 시 뱅크턴으로 선회하도록 설계됐다. 요축 회전과 함께 비행 속도에 비례해 롤(Roll; 세로축)축의 회전을 주는데 롤축의 회전이 선회 방향 쪽으로 양력을 발생시킨다. 이 양력으로 전진 관성에 대응하며 선회하는 방식이다.
즉 관성을 상쇄하는 힘을 만들어 같은 조작을 했을 때 더 좁은 반경의 회전을 수행하며 조종자의 의도와 더 가깝게 반응해준다. 이런 차이는 조종자의 작은 실수에도 드론 움직임의 변수를 줄여주고 비행공간이 좁아질수록 안정적인 비행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좁은 공간에서의 비행은 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조종자마다 선호하는 비행성은 주관적일 수 있지만 이런 기체 고유의 비행성은 조종자가 임의로 조절하는 게 한계가 있다. 따라서 조종자 비행 유형을 반영해 조종자 의도대로 반응하고 예측이 쉬운 기체를 선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페이로드 활용 페이로드는 추가로 싣고 비행할 수 있는 중량이다. 페이로드에 따라 드론의 최대이륙중량이 결정된다. 따라서 성능 대비 가벼운 장비일수록 비행 효율성(비행시간, 비행성 등)이 좋다.
소방드론에서는 기체 외 추가 부착된 기기 또는 장치를 보통 임무 장비라고 한다(소방 무인비행장치 운용규정).
임무 장비는 기체가 특정 기능 또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추가 탑재되는 장비, 비행 안전과 관련해 기체 보호 목적으로 탑재하는 장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본으로 탑재되는 카메라부터 사용 목적에 따라 서치라이트나 열화상 카메라, Lidar 등 다양한 임무 장비를 선택해 탑재할 수 있다.
공간이 넓은 야외에선 일반적으로 보호장비와 임무 장비를 상시 부착해 운용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내ㆍ협소 공간 비행 시에는 임무 장비를 선택할 때 추가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특히 선택적으로 탑재하는 추가 장비의 경우 기체의 형태 변화와 이륙중량 증가에 따른 기체 무게 중심의 잦은 이동으로 자세제어가 불안정해지거나 제동거리가 증가하는 등 비행성에 치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내ㆍ협소 공간 비행 조건의 현장 활동이나 훈련 환경에서 탐색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임무 장비들을 몇가지 살펴보겠다.
1. 보호장비 먼저 보호장비다. 좁은 공간에서의 비행이기 때문에 드론 보호 가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당연할 거다. 재난 현장에서는 주로 기체 보호 목적보다 추락과 추락에 따른 이차 피해 방지 목적으로 사용한다.
보통 프로펠러를 보호하는 가드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드론 전체를 감싸주는 케이지형 가드, 기체 프레임과 일체형으로 제작된 덕트형 드론 등 다양한 형태의 가드가 있다.
현재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드론의 형태는 프로펠러 4개로 구성된 ‘쿼드콥터’다. 이 형태의 드론은 충돌로 인해 프로펠러 1개만 파손되도 곧 추락하게 된다.
충돌을 피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만약 장애물과 충돌 시 가드를 장착하고 있다면 프로펠러 파손을 방지하고 기체의 자세를 유지해 추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실내와 협소한 공간 비행의 초기 테스트 중에도 일차적인 장애물 회피와 추락 방지 역할을 잘 수행해 줬다.
하지만 가드가 모든 장애물을 막아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해될 때도 있다. 장애물과 공간이 복잡하고 좁아질수록 두드러졌다. 실제 비행했던 붕괴사고 현장과 숲속을 탐색할 때가 그랬다. 가드를 장착하면 기체의 너비가 커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비행에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은 야외에서는 항상 가드를 장착한 채 운용하더라도 임무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협소한 공간에서 가드를 장착하면 드론이 진입ㆍ탐색 가능한 범위가 줄어든다. 조종자가 느끼는 기체 너비의 감도 달라져 원활한 임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공가 건물에서 여러 기체를 활용해 80㎝ 너비의 방문(‘실내건축의 구조ㆍ시공방법 등에 관한 기준’ 제8조(실내출입문)에서 규정하는 너비를 기준으로 테스트)을 통과하는 수백 번의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기체 너비의 1.5배 이상이 확보돼야 여유 공간이 생기고 심리적으로도 안심돼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걸 확인했다.
또 벽이나 평평한 장애물이 아닌 철근과 철사, 나뭇가지같이 얇고 긴 장애물 사이에서는 기체 보호가 어렵고 오히려 장애물에 엉키는 현상까지 확인됐다.
실제 나뭇가지 사이로 드론을 빠르게 통과시키는 테스트를 했는데 원래 상태에서는 통과할 수 있었지만 가드를 장착한 후에는 나뭇가지에 걸렸다.
만약 기체를 회수할 수 있다면 임무를 계속하겠지만 대부분의 재난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조종자는 사용해야 할 가드 유형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고 가능한 비행계획 수립 단계에서 현장 상태를 최대한 수집한 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또 인적요인에 따른 조종자의 실수를 감소시킬 수 있는 부가적인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가드 장착은 조종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줘 임무 수행 시 스트레스와 피로도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드론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항공 분야의 인적요인에 대해 익히 들어봤을 거다.
인적요인은 조종자에게 작용하는 주변 요소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항공기 사고 조사기관에서는 항공기 사고나 준사고의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의 70% 이상이 인적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할 정도로 비행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는 무인비행장치인 드론에도 적용될 수 있다. 국내는 관련 연구가 없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드론 조종자의 스트레스나 피로도가 비행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관한 연구 또는 자료가 있다. 인적요인 중 스트레스와 피로는 인간이 실수하도록 만들어 비행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좁은 공간이나 실내에서 비행하면 야외비행 대비 충돌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크게 받게 된다. 이는 조종자에게 굉장한 부담과 피로로 돌아온다. 이럴 때 가드를 장착하고 비행하면 임무 가능 범위는 줄어들지라도 충돌 후 즉시 추락해 임무를 실패하게 된다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어 작업 효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
서울 영등포소방서_ 김성호 : seongho11@seoul.go.kr 감수 : 서울 서대문소방서_ 허창식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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