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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평온할 때 재난을 의심하지 않으나 아차 하는 순간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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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3/08/21 [09:30]

[화재조사관 이야기] “평온할 때 재난을 의심하지 않으나 아차 하는 순간 재난이다”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3/08/21 [09:30]

우린 행복할 때 그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다. 안전하고 평온할 땐 무엇이 안전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모르는 것 같다. 사실 평온하고 행복할 때 재난은 머나먼 남의 이야기로 들리고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 생각한다.

 

맞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보편적이다. 필자도 평온할 때 그 평온함에 안주하면서 더 평온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예방하는 건 반복하고 또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린 반복되는 일상에 회의를 느끼거나 귀찮아한다.

 

이상이 없는데 왜 반복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건너뛰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사고 예방과 대비를 망각한 채 지나칠 때가 많다. 그러나 나비효과처럼 작은 실수로 인해 큰 재난이 다가오는 때도 있다.

 

안전을 지키고 재난을 예방하는 분야에 오래 근무하다 보니 어쩌면 예방이나 대비가 직업병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린 보험이나 저축을 통해 미래의 편안함을 계획하지 않는가? 평소 아무 일이 없을 때 사고를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조금 여유가 있을 때 미래를 위해 은행에 예금하지 않는가? 안전할 때 더 행복하기 위해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대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괜찮아!”라고 말하며 게으름을 즐길 때 재난은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어느 해 12월 식품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바람도 불어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관계자들이 상주하고 작업하는 시간보다 야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야간에 발생하는 화재는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재산피해 또한 크게 발생한다.

 

공장에 관계자들이 있을 때는 화재를 조기에 발견하고 바로 진압해 인명ㆍ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야간엔 화재 성장기 또는 최성기에 발견돼 인명이나 재산피해가 발생하곤 한다.

 

목격자 진술을 참고하라!

공장 관계자는 “인근 숙소에서 취침 중 숙소 밖에서 펑펑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와 보니 공장건물 상단에서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었다”고 했다. 공장은 외딴 지점에 있어 관계자 외 다른 사람에게 목격되지 않았다. 공장 내부는 층고가 높아 일부를 복층으로 축조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사무실로 사용하던 구획 공간에서 불꽃이 보였다”는 관계자 진술이 있었다.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복층 사무실로 진입하니 우측 상단의 소훼 형태가 심했다. 공장 관계자가 진술한 내용과 탄화한 흔적이 일치했다.

 

▲ [그림 1] 평면도

 

복층 사무실로 사용하던 부분의 소훼 상태가 심하게 관찰됐다. 난방을 위해 전기 난방필름을 시공해 온돌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방바닥 일부가 국부적으로 탄화한 형태도 관찰됐고 누가 봐도 딱! 발화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연소 흔적을 살펴라!

▲ [사진 1] 공장 내부


공장 내부는 플라스틱 통들이 용융 없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로 하단보다는 지붕의 소훼 상태가 심했다. 공장 내부 정면에선 복층구조가 한눈에 들어오고 탄화 정도도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 [사진 2] 복층 하단


복층 하단 구석에 일부 탄화흔적이 있었으나 바닥에 있던 플라스틱이 연소하지 않은 채 용융돼 있었다. 벽면의 샌드위치 패널도 연분홍으로 변색하고 직접 화염에 의한 탄화형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에 잔류한 사물들의 형태로 화재 실의 온도 변화, 플라스틱 용융 형태로 화염의 진행 방향을 추론할 수 있다.

 

현장에 잔류한 비철금속 용융 흔적과 벽면 연소 패턴, 패널의 변색 흔적 등을 통해 화염의 방향성 확인이 가능하다. 복층 하단의 형태로 볼 때 발화지점에서 제외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

 

▲ [사진 3] 연소 흔적


사물의 변색 흔적이나 탄화흔적을 살펴보면 화염의 진행 방향이 보인다. 단순하게 많이 탄화한 부분이 발화지점은 아니란 거다. 많이 탄화했다는 건 가연물이 많았다는 거지 발화지점이란 확정이 아니다.

 

현장 탄화잔류물을 확인해 연소 흔적과 비교해야 한다. 가연물의 양이 비슷하거나 같다면 연소 흔적만으로도 발화지점을 논단할 수 있다.

 

이 공장화재의 경우 공장 내부 일부를 복층으로 축조해 사용했다. 지붕의 탄화흔적을 보면 복층 직 상부 지붕에 수열 흔적이 유난히 심하게 관찰된다. 이런 패턴은 복층이 연소하며 발생한 화재하중이 다른 부분에 비해 크게 작용했다는 방증이다.

 

벽면이나 하단부와 비교해도 복층의 연소 형태가 심하다. 사무실로 사용하던 부분에 가연물이 많아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사무실에 잔류한 탄화물을 확인해 보니 종이와 목재 등 가연물이 있었다.

 

▲ [사진 4] 복층 사무실 탄화흔적

 

복층 사무실 입구나 하단 알루미늄은 사무실 내부에서 외부로 용융된 형태였다. 바닥엔 전선과 종이, 목재, 전기제품, 가구 등이 심하게 연소한 상태로 잔존했다. 사방이 샌드위치 패널로 구획돼 있어 가연물이 연소할 때 내부에 화재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증거다.

 

탄화잔류물을 확인하라!

▲ [사진 5] 난방필름


복층 바닥에 설치됐던 전기 난방필름이다. 사무실 난방을 위해 바닥에 시공했던 걸 확인했다. 난방필름이 발굴됐더라도 발화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 탄화 정도나 용융 형태, 분열 흔적 등을 종합한 후 판단해야 한다. 전원은 연결됐는지, 통전 되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 [사진 6] 콘센트 확인


난방필름과 연결된 전원을 확인하니 콘센트에 체결된 상태였다. 또 다른 플러그가 꽂혀 있었으나 전선이 단선된 상태로 발굴돼 무엇을 꽂아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콘센트의 인입과 출력이 확인돼 다른 부분을 연결한 형태로 판단되지만 전선이 끊어져 잔류해 연결 부분을 확인할 수 없었다.

 

탄화잔류물을 확인할 때 어느 한 곳에 치중하면 안 된다. 모두 발굴해 발화 요인에 가까운 열원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발열 가능성을 논해야 한다. 이런 경우 단락 흔적이라도 있다면 발화 요인으로 지목하곤 하는데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화재 현장에 잔류한 전선 단락 흔적의 최소 온도가 1083℃이므로 주변 가연물에 착화ㆍ연소하기 쉽다. 그리고 현장에 잔류하는 흔적 중 1083℃까지 도달하는 용융점이 쉽게 발견되지 않아 전기적 요인으로 단정하는 때가 있다.

 

그러나 ‘왜 전선 피복이 손상되고 단락이 발생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현장을 조사한다면 시야가 더 넓어질 거다.

 

▲ [사진 7] 탄화 지점 확인


탄화가 심하게 진행된 지점에 모니터가 있었다. 모니터 정면에는 화염에 노출된 샌드위치 패널이 식별되고 좌측으로는 적 산화 현상이 잔류한 샌드위치 패널이 확인된다.

 

▲ [사진 8] 받침대 확인


탄화한 부분의 직 상부로 화염이 진행된 패턴이 식별된다. 벽면 적 산화 현상이 잔류한 부분이 집중돼 수열받은 형태로 관찰됐다. 그러나 하단 탄화잔류물의 탄화심도나 연소 형태를 봤을 때 발화지점으로 단정하기엔 탄화 정도가 설득력이 부족했다.

 

▲ [사진 9] 전기기기 확인


하나하나 발굴하며 전기기기를 확인하니 전기포트와 소형 냉장고가 확인됐다. 

 

▲ [사진 10] 커피포트


커피포트 히터는 말굽 형태의 시즈 히터(Sheath heater)고 발열이나 출화 형태는 관찰되지 않았다. 커피포트의 전원 플러그는 뽑혀 있는 상태로 발굴돼 발화 열원에서 배제했다.

 

▲ [사진 11] 냉장고


냉장고 케이스에는 내부 발열 흔적이 관찰되지 않고 외부에서 수열받은 형태로 잔류했다. 또 전원이나 전선에서 전기적 흔적이 관찰되지 않았다.

 

▲ [사진 12] 집중 탄화


샌드위치 패널과 바닥의 탄화형태가 다른 부분에 비해 심하게 확인되는 지점이 있었다. 유독 바닥까지 소훼된 형태로 잔류해 있다.

 

▲ [사진 13] 열선 확인


바닥에 설치된 난방필름 외에 열선이 플라스틱과 응착된 상태로 발굴됐으나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 [사진 14] 집중 탄화 지점


바닥 부분까지 집중적으로 탄화한 부분이 관찰돼 발굴했다. 특정되는 화인은 식별되지 않으며 탄화 정도가 다른 부분에 비해 확연하게 차이 나 보였다.

 

바닥 부분을 하나하나 발굴하며 제거한 후 확인하니 난방필름을 연결했던 전선과 터미널이 발굴됐다. 하지만 전기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전선의 변색 흔적이 다르게 관찰됐다.

 

▲ [사진 15] 난방필름 연결 전선

▲ [사진 16] 난방필름 확인

 

난방필름을 확인하니 원형과 탄화한 부분이 발굴됐고 탄화한 부분과 원형 동박의 변색ㆍ화염에 의한 부식이 관찰됐다. 발열에 의한 변색인지, 수열에 의한 변색인지는 단정할 수 없었다.

 

집중적으로 탄화한 부분에 다른 요인이 관찰되지 않으나 난방필름이 변색한 형태로 발굴됐다. 또 난방필름 전원 연결 부분이 잘려있었고 일부 난방필름 동박은 용융된 형태로 관찰됐다.

 

전기시설 확인은 필수!

화재 현장에서 전기 확인은 필수다. 배전반이 원형으로 유지된다면 차단기가 Off 인지, On 인지, Trip 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는 전기적 요인을 규명하기 위한 게 아니라 단순히 통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대부분 화재 현장에서 배전반 차단기가 Off trip 되거나 Trip 되는 경우 On 위치에 잔류하곤 한다. 따라서 전기의 인입, 순차적 변화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분전반 차단기를 확인해야 한다.

 

▲ [사진 17] 배전반

 

배전반을 확인하니 5개의 차단기가 Trip 돼 있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화재 현장에 존재한다. Trip만으로 전기적 요인을 단정할 수 없다. Trip이나 단락 흔적이 있다면 통전 중 어떤 이유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전선이 닿아 발생한 스트레스로 봐야 한다.

 

Trip과 용단 흔적이 있다면 전기적 요인이 가능하겠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결론 내려야 한다. 다른 원인이 모두 배제된다면 비로소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논해도 늦지 않다.

 

발화지점을 재확인하라!

식품 공장건물 측면 컨테이너 숙소에서 취침 중 펑펑 터지는 소리에 놀라 확인하니 공장건물 복층 사무실 부근에서 불꽃이 솟아올랐다는 현장 관계인의 진술이 있었다. 공장건물을 정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 상부의 소훼 형태가 심하게 관찰되고 식품 공장 관계자가 진술한 내용과 탄화된 복층 사무실의 탄화형태가 일치했다. 복층 사무실 내에서 발화해 주변으로 연소 확대했다고 판단했다.

 

화재 원인을 검토하라!

화재 발생 시간이 오후 9시 41분께고 공장은 외딴곳이라 불특정 다수의 출입이 쉽지 않다. 개방된 공간이더라도 공장동 측면에 숙소가 있고 관계인이 기숙하고 있어 외부인 출입이 쉽지 않다.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으나 화재로 인한 수익보다 영업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돼 방화 가능성은 배제한다.

 

배전반 차단기가 설치돼 있고 내부 차단기 5개가 Trip 돼 있어 전기는 통전 됐던 게 확인됐다. 복층 사무실에도 커피포트와 모니터, 냉장고 등 전기기기를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되나 발열 흔적은 없었다.

 

난방을 위해 전기 난방필름을 사용했고 집중적으로 탄화한 지점에서 발굴된 난방필름에 변색 흔적이 관찰됐으나 전기적 요인으로 단정할 만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발화지점이 복층 사무실 바닥으로 집중 탄화된 형태가 관찰되고 바닥에는 전기 난방필름이 설치돼 있다. 난방을 위해 24시간 켜 놓고 야간엔 온도조절기 설정 온도를 1단으로 조정해 놓는다는 관계인의 진술이 있었다.

 

복층 사무실 바닥이 집중 탄화된 것으로 식별되고 타 부분에 발열 특이점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전기 난방필름을 켜놓아 축열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자동으로 온도제어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결론!

화재 발생 당시 내부엔 인명이 없었다. 직원이 숙소인 측면 컨테이너에서 취침 중 펑펑 소리가 나서 밖을 확인하니 복층 사무실 부근에서 불꽃이 솟았다고 진술한 점, 분열 흔적이 복층 사무실에서 관찰된 점, 진술과 연소 패턴이 일치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발화지점은 복층 사무실이다. 화재는 오후 9시가 넘은 야간에 발생해 직원 모두 퇴근한 상황이라 내부에 인명은 없었다.

 

화학적 요인은 식별되지 않았고 전기제품은 전기포트와 모니터, 냉장고, 전기 난방필름, 미상의 히터 등을 사용했다.

 

이 중 커피포트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모니터는 전원선이 유실돼 상시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미상의 히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나 전원선 연결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발열 여부를 논할 수 없다.

 

냉장고와 전기 난방필름은 상시 전원이 연결돼 동작하고 있었던 게 확인됐다. 냉장고는 발열 형태나 출화 형태가 식별되지 않았다. 전기 난방필름은 전기적 특이점은 없으나 집중 탄화된 부분에 소실된 상태로 잔류해 있었다. 하지만 직접 출화한 건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집중 탄화된 형태가 축열에 의한 형태로 보였다. 전기 난방필름의 온도설정을 1단으로 조정했다는 진술로 볼 때 부주의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전기 난방필름의 온도는 자동으로 설정온도에서 ON, OFF 돼야 하므로 온도조절기 자동제어 실패에 의한 화재로 판단했다.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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