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국내 최고의 구조견 운용 실력, 세계 무대에서도 펼치고파”[인터뷰] 2023 탑독 핸들러, 신준용 서울119특수구조단 소방장
“제36회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 119구조견 분야 영예의 종합 우승은…. 서울119특수구조단입니다. 축하합니다!”
사회자의 순위 발표가 끝나자마자 관중석 한편에서 서울119특수구조단원들의 열띤 함성이 터져 나왔다. 소방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에서 중앙과 시도 소속 11개 팀 중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종합 1위의 성적을 거둬 새로운 ‘탑독(Top dog)’으로 등극한 ‘태주’ 역시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를 흔들며 기뻐한다. 그 옆에선 눈높이를 맞춰 앉은 신준용 핸들러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태주를 쓰다듬는다. 의기와 신뢰로 똘똘 뭉친 두 ‘119대원’의 모습에 박수가 쏟아졌다.
세상엔 다양한 ‘견(犬)’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람을 돕는 견을 ‘사역견’이라고 부른다. 군용견이나 경찰견, 시각장애인 안내견 등이 대표적이다. 소방에도 이런 사역견이 있다. 바로 ‘119구조견’이다.
구조견은 사람보다 1만 배 이상 뛰어난 후각과 50배 이상의 청각 능력을 바탕으로 각종 재난ㆍ구조 현장에서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킨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구조견은 총 35마리로 중앙119구조본부와 8개 시도 소방본부에서 운용 중이다.
이번에 탑독으로 선정되며 이름을 알린 태주는 서울119특수구조대 소속 4년 차 구조견이다. 100여 차례 넘게 현장을 누빈 베테랑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10명의 시민을 구조했고 18명의 안타까운 사망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관할 내 산악 지형이 많은 서울119특수구조대는 현재 세 마리의 구조견과 함께하고 있다. 구조견들은 세 명의 핸들러가 한 마리씩 전담한다. 활동 중 노견이 되거나 다쳐 퇴역이 결정되면 담당 핸들러도 함께 보직을 변경하곤 한다.
‘탑독 핸들러’라는 최고의 명예를 거머쥐며 명실공히 ‘개판(119구조견 관련 분야)’의 아이콘이 된 신준용 핸들러 역시 전임 구조견들의 퇴역으로 평소 눈여겨봐 온 핸들러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평소 구조견과 호흡을 맞춰 구조대상자를 찾아내는 핸들러를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개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됐죠. 핸들러가 될 수 있었던 건 소방공무원으로서는 물론 한 인간으로서도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신준용 핸들러가 처음 태주를 만난 건 바람이 유난히도 차게 느껴지던 2019년 11월이다. 그는 훈련사의 전화를 받고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견교육대로 가 태주를 직접 인도받았다. 당시 태주는 약 2년간의 교육을 마치고 일선 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마주한 태주는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마르고 움츠려 있었어요. 무척 안쓰러웠죠. 훈련사분께서 제 활발한 성향이 태주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거라 판단해 매칭해 주셨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환상의 짝꿍이 됐으니까요”
태주는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가 낳은 첫 번째 탑독으로 기록됐다. 기존의 탑독은 중앙119구조본부가 개최하는 자체 대회로 선발해 왔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구조견의 중요성과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 119구조견 분야 경연이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로 편입됐다.
경연은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뉜다. 개인전에선 산악 수색 과정, 단체전에선 팀 내 모든 구조견을 대상으로 핸들러의 통제 능력과 장애물 코스 돌파 능력 등을 평가한다.
탑독의 영광은 개인전과 단체전 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구조견에게 돌아간다. 서울119특수구조단은 단체전 1위는 물론 탑독까지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태주를 최고의 구조견으로 이끈 비결은 바로 서울119특수구조대 핸들러 간의 훌륭한 단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조견은 훈련이 제일 중요한데 핸들러 간 유기적인 협력과 단합이 뒷받침돼야만 양질의 훈련이 이뤄지기 때문이죠”
핸들러는 보통 동료 핸들러와 함께 서로 돌아가며 구조견을 훈련시킨다. 훈련을 돕는 역할을 ‘헬퍼(helper)’라고 부르는데 헬퍼는 구조대상자 역할을 맡아 구조견의 반응을 가장 적절한 순간에 제지하거나 유도하고 담당 핸들러에게 객관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구조견의 역량은 결국 실전과 같은 훈련에 따라 좌우됩니다. 훈련에서 핸들러는 구조견을 보조할 뿐이죠. 정말 중요한 역할은 헬퍼입니다. 헬퍼의 협력 정도와 실력에 따라 훈련의 질은 천지 차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서울119특수구조대가 구조견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지니게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 119구조견 운용을 시작한 이후 이곳을 거쳐 간 구조견은 모두 한 번씩 탑독으로 선정된 전력이 있다. ‘구조견 명가’의 DNA가 흐르는 게 아닐까.
현역 견 중에서도 태주가 탑독으로 선정되며 ‘구조견 명가’의 건재함을 알린 만큼 빛나는 전통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태주의 동료이자 동복형제 구조견인 ‘태양’과 막내 구조견 ‘구구’도 탑독의 바통을 넘겨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듯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엔 서울소방재난본부의 든든한 지원이 큰 몫을 했다. 타 시도 대비 월등한 수준의 예산 편성은 물론 근무체계의 효율화, 고품질 장비 제공 등 구조견에 관해서라면 아낌이 없다. 구조견 능력 제고가 곧 시민의 안전 확보와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관심과 지원에 감동하면 더 크게 보답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잖아요. 저희도 그런 것 같아요.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게 가장 큰 보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회는 물론 실제 재난 현장에서도 압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매년 국제인명구조견협회(IRO)는 ‘세계인명구조견 경진대회’를 개최한다. 우리나라에선 중앙119구조본부만 유일하게 참가하고 있다. 다른 시도에선 대회 참가를 위한 별도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우리나라 최고의 구조견으로 인정받더라도 참가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에서 중앙119구조본부의 3개 대를 모두 꺾은 우리 서울소방의 구조견과 핸들러들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언젠가 서울의 뛰어난 구조견 운용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려 시민의 자랑이 되고 세계적인 수준의 핸들러들과 교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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