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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영화 ‘소방관’으로 돌아온 영화감독 곽경택

“아픔을 품고 할 일을 해야 하는 소방관 모습 그려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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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4/12/02 [18:30]

[Hot!119] 영화 ‘소방관’으로 돌아온 영화감독 곽경택

“아픔을 품고 할 일을 해야 하는 소방관 모습 그려내고 싶었다”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4/12/02 [18:30]

 

“니가 가라, 하와이”, “고마해라. 마이 무웃따 아이가”

 

2001년 대한민국에 ‘친구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친구’로 익숙한 곽경택 감독이 영웅이 아닌 사람 소방관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영화 ‘소방관’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영화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다. 전 세계에 수십 년간 통용되는 ‘어느 소방관의 기도문’의 한 구절처럼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지닌 이들’이 바로 소방관이란 사실을 스크린 위에 그려냈다.

 

영화 ‘소방관’을 위해 곽경택 감독뿐 아니라 명품 배우들이 뭉쳤다. 주원부터 곽도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장영남까지…. 이들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실제 사건을 겸허히 다루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영화 ‘소방관’은 6만7천여 소방관뿐 아니라 소방 관련인들로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소방 역사상 가장 큰 순직 사고로 기록된 홍제동 화재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실화 사건을 그리는 데 도구로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에 출연해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 부여와 기존의 ‘소방관’을 다룬 영화들과는 차별점을 주고 싶었다”는 곽경택 감독을 <119플러스>가 만났다.

 

감독님께선 ‘친구’, ‘극비수사’, ‘암수살인’ 등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할 만한 다양한 작품을 해오셨잖아요. 2019년 개봉한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이후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시는데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1997년에 데뷔했으니까 몇 년 있으면 거의 30년이 돼 가는 것 같은데요. 그동안 부지런히 영화를 찍었습니다. ‘친구’는 시작하기 전 2년 정도 준비해서 만들었고 이후로는 1, 2년에 한 편씩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이번엔 굉장히 오랜만에 관객분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소방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01년 홍제동에서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소방관이 희생하신 사고에서 영감을 받아 출발했습니다. 소방관분들의 희생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영화에 담아 관객분들에게 동의를 얻고자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재난 사고가 있었는데 홍제동 사고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홍제동에서의 사건 때문에 우리나라 소방 체계에 대한 많은 변화가 있었던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 늦은 겨울, 이른 봄인데도 사건 현장에 내리던 눈발과 함몰된 건물 사이에서 희생당한 소방관분들을 찾아 열심히 움직이던 다른 소방관분의 절규와 노력이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영화로 관객분들과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영화 소방관은 2020년 크랭크업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개봉이 연기된 상황이에요. 그래서 혹시 영화 소방관이 애증의 작품은 아닐는지 궁금합니다.

그렇죠. 저한텐 많은 변수가 있고 차후 작품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만한 여러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한 사람으로서, 감독으로서 성숙해진 면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소방관 작품이 많은 분의 동의와 사랑을 얻어서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시 만들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현직 소방관분들께 영화 소방관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여쭤봤어요. 한 소방관분께서 “그간 소방관 관련 영화들은 현실 고증이 부족하고 영웅 만들기에 급급하다는 평이 많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다른 영화와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셨어요.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영화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은 그전에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국 사례를 보면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소방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 작품도 있긴 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것 같아서 ‘이번엔 굉장히 직설적으로 해보자. 다른 어떤 요소도 첨가하지 않고 소방관들의 이야기만 한번 그려보자’고 작전을 세우고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소방관분께서 “사실 동료를 잃은 트라우마 때문에 영화 관람을 두려워하는 소방관이 꽤 있다”고 하셨어요. 이런 분들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저도 그게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얼마 전 소방관분들과 지인분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도 했는데 그 앞에서도 마냥 “영화를 재미있게 봐주십시오”라는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특히 눈에 띄는 조금 연세가 있으신 소방관분들을 뵐 때는 저분들도 틀림없이 오랫동안 소방관 일을 하시면서 많은 아픈 기억이 있으실 텐데 영화가 그분들의 아픈 상처를 후벼 파지는 않을까 그게 제일 조심스럽고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화재 현장을 현실감 있게 그려냄으로써 이 영화를 보신 다른 관객분이 ‘우리가 조금 더 저분들을 위해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마음만 전달될 수 있어도 영화를 만든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드래프트 같은 화재 성상이나 짙은 연기 등의 연출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촬영하시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큰 애로점이었나요.

취재한 구조대장 한 분이 굉장히 의미 있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소방 영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분노의 역류’마저도 연기는 없습니다”고 하신 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소방관분들이 현장에서 제일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열기도 열기고, 화염도 화염이지만 연기가 가장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막상 작업을 해 보니 왜 할리우드 감독들이나 한국의 재난 화재 현장을 다루는 장면에서 안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연기가 차버리면 아무것도 안 보여요. 영화는 주인공 얼굴도 보여야 하고 불난 상황도 보여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연기가 진하게 깔리겠지만 영화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연기의 공포는 표현하되 어떻게 해서든 배우의 얼굴과 상황에 대한 인지는 되도록 농도를 조절하는 데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에서의 화재 현장은 너무 연기가 많으면 배우를 통해 전달하려는 드라마들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될 가능성이 있었어요. 그래서 현실보다는 조금 약하게 주로 화염으로만 연출했습니다.

 

 

기자 시사회를 다녀왔는데 ‘사람 소방관’을 만나고 온 기분이었어요. 영화가 전반적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당시 홍제동 사건 현장에 들어가셨다가 다행히 화를 면하신 분을 만났습니다. 뵀을 땐 구조대장님이셨어요. 여러 차례 그분을 만나면서 들었던 생각은 ‘아프다. 그래도 들어간다’였어요.

 

물론 슬픔의 표현도 중요해요. 그러나 과거에 벌어진 아픔은 아픔이지만 지금 내 할 일을 해야 하는 소방관의 모습을 보면서 대를 이어 희생은 희생대로 가슴 속에 넣고 살아가되 묵묵히 다음 일을 해야 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연결하고 싶었어요.

 

다큐멘터리 자료 화면 같은 경우 마지막 영결식에서 송사를 읽어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저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런데도 영화 속에서는 좀 담담하게 처리하면서 눈물보다는 먹먹함을 유지한 채로 극장을 나서셨으면 했어요.

 

 

소방관의 희생을 다룬 소재이기에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영화를 통해 관객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되도록 화재 현장을 리얼하고 현실감 있게 찍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 현실감 있는 화재 현장을 통해 내가 저지른 부주의나 실수 하나가 얼마나 큰 화마로 돌변하는지에 대해 보시는 분들이 작게나마 작은 것부터라도 ‘내가 소방관분들을 덜 괴롭혀야겠다’는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국에 계신 소방공무원 여러분께 한 말씀.

대한민국 소방공무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영화를 만들었던 심정처럼 많은 분이 소방관분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위급 상황에 도움이 되고 달려와 주신 것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항상 여러분에 대한 감사와 때로는 영화로, 때로는 작은 성의로 항상 노고를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만 꼭 기억해 주시고 안전하게 활동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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