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소방관이자 소방기술사로서 쌓은 역량, 국민 위해 쓰고파”[인터뷰] ‘그림으로 이해하는 화재안전기준’ 집필한 서정창 성주소방서 소방위(소방기술사)
경북 성주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서정창 소방위는 소방공무원이자 소방기술사라는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5년 경방 공채로 소방에 입문한 후 약 30년간 일선 관서를 누비며 화재진압과 구조, 구급, 민원 등 폭넓은 업무를 경험한 베테랑이기도 하다.
그는 2004년 소방설비기사를 시작으로 2009년엔 소방기술 자격의 꽃이라 불리는 ‘소방기술사’를 취득했다. 소방기술사는 국내 소방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국가기술자격이다.
베테랑 소방공무원이자 최고 수준의 기술인이 되기까지 지금의 그를 만든 원동력은 소방사ㆍ교 시절 민원 업무에서 느낀 ‘자괴감’이었다.
“전문성이 부족해 어리바리하게 민원을 처리할 때가 많았어요. 소방공무원으로서 정말 자존심이 상하고 자괴감이 컸죠.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고통으로 남아있습니다. 최고의 전문가가 돼 민원인을 당당히 마주해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어요. 현장에서 만난 소방기술사들의 명쾌한 일 처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가 소방기술사 준비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오늘날과 다르게 인터넷 강의가 전무했다.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있는 학원에서 현장 강의를 들어야 했는데 지방에서 2교대로 근무하던 그에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2주에 한 번은 휴가를 내 서울로 가야 했는데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죠. 선배들이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원망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도 이를 악물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국민과 소방을 위해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서 소방위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합격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그는 현직 소방공무원 중 몇 안 되는 소방기술사로 소방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소방기술사가 된 후엔 갈고닦은 지식을 현장에서 펼치는 데 열중했다. 소방기술사 자격을 취득해 전문성을 인정받자 굵직한 행정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능위주설계 대상인 경북 김천 한국전력기술 소방시설 설계 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2016년엔 금오공과대학교와 ‘노패닉(No Panic) 소화기’를 개발해 말레이시아 세계발명대회에서 2위로 입상하기도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공무원은 믿고 맡겨주신 국민께 항상 감사해야 합니다. 돌이켜 보면 국민에 대한 고마움이 쌓여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 헌신하자는 마음이 굳어진 것 같아요. 지속적인 역량 강화와 함께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업무에 임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겁니다”
국민 안전과 소방 발전을 위한 서 소방위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지난 7월엔 ‘그림으로 이해하는 화재안전기준’을 출간해 복잡하고 어렵다는 평을 받는 ‘국가화재안전기준’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기존 ‘국가화재안전기준’은 내용과 형식이 난해해 범법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현장을 경험해 온 저로선 언젠간 풀어야 할 숙제처럼 여겨졌죠. 기술적 공부를 마친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한 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책을 집필하게 됐습니다”
55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그림으로 이해하는 화재안전기준’엔 2022년 12월 ‘화재안전성능기준(NFPC)’과 ‘화재안전기술기준(NFTC)’으로 이원화된 ‘국가화재안전기준’ 중 ‘화재안전기술기준’의 모든 내용이 담겼다.
특히 그림과 사진, 표 등으로 편집돼 이해하기 쉬운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옥내소화전을 설명할 땐 주펌프와 보조펌프, 흡입배관, 소화전, 앵글밸브, 가지배관 등을 표현한 전체적인 그림을 통해 독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단조로운 열거식 기준 조항을 일반 도서 형태의 배열 순서로 조합하고 문장 속 첨가 문장을 분리ㆍ서술해 가독성을 높였다. 관련 법규 또는 연관 내용 등의 설명문을 첨가해 독자가 다른 규정을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도 장점이다.
‘그림으로 이해하는 화재안전기준’은 출판 후 단기간에 초판본이 매진될 정도로 소방공무원과 관련 분야 종사자, 학생 등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책을 받아본 독자들의 호평과 추가 구매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서 소방위 설명이다.
“1차 편집을 마칠 즈음 ‘국가화재안전기준’이 이원화돼 처음부터 다시 작업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일반 국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책으로 완성된 것 같아 기쁩니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관심엔 감개무량함마저 느낍니다”
서 소방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등과 관련한 ‘소방건축법(가칭)’ 책자 편찬도 준비하고 있다. ‘화재안전기술기준’ 못지않게 많은 현장에서 혼선을 빚는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으로 국민 안전에 계속해서 이바지하고 싶어요. 전기차 화재 등 새로운 형태의 재난이 등장하는 만큼 공부도 멈추면 안 되겠죠. 소방공무원이자 소방기술사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퇴직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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