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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술기로 사람 생명 살리고 목소리로 영혼 치유하는 소방관으로 남고파”

[인터뷰] 이훈식 구미소방서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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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4/01/04 [12:30]

[Hot!119] “술기로 사람 생명 살리고 목소리로 영혼 치유하는 소방관으로 남고파”

[인터뷰] 이훈식 구미소방서 소방교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4/01/04 [12:30]


““평소엔 국민 생명을 위해 현장에 나서는 구급대원, 가끔은 많은 이에게 행복한 순간을 전하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어요. 향후 듣는 사람의 마음마저 치유할 수 있는 소방관이자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2018년 중앙소방학교 구급 특별채용으로 소방에 입문한 이훈식 소방교는 ‘노래하는 소방관’으로 유명하다. 그는 상주소방서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구미소방서 봉곡119안전센터에서 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소방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음악에 대한 흥미를 느꼈다. 그때부터 하교하자마자 쏜살같이 동전 노래방으로 달려가곤 했다. 조금이라도 더 노래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노래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무대에 서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더라고요. 노래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가족의 반대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음악에 대한 열정까지 사그라들진 않더라고요”

 

 

가수의 꿈을 포기하고 나니 ‘앞으로 뭘 해야 하나’란 막연함에 방황했다. 그런 그에게 소방관이란 길을 알려준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의 친누나들이다.

 

“어린 시절 ‘긴급구조 119’란 프로그램을 보면서 소방관이란 직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누나 둘 다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면서 관심은 더 커졌습니다. 소방관들을 직접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최일선에서 국민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 소방관이 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후 그는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배우기 위해 응급구조학과에 진학해 학업에 열중했다. 졸업 후 바로 구급 특별채용에 응시했지만 한 번에 통과하진 못했다. 

 

“두 번째 도전 끝에 소방관이 됐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요. 무엇보다 삼남매 모두 소방관이 됐다는 사실에 뿌듯해하시는 부모님을 바라보면서 효도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소방관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막상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컸다. 응급처치 후 점차 환자 상태가 회복될 때나 자신의 도움으로 귀중한 생명이 살아날 때, 환자 보호자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들을 때 등 보람을 느끼는 현장이 대부분이었지만 힘겨운 현장도 많았다.

 

“비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땐 회의감이 들곤 해요. 민원 때문에 이송을 거절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더라고요. 또 이송 중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좀 더 빨랐다면’, ‘더 적절히 대처했다면’ 등 스스로를 자책하곤 했어요. 한때는 출동하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이겨내고 씩씩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힘든 순간에도 이 소방교를 지탱한 원동력은 다름 아닌 ‘노래’다.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에 대한 꿈도 포기가 안 돼 일주일에 하루는 서울에 올라가 레슨을 받았다.

 

 

지금은 발성이 좋은 가수의 창법을 연구하고 따라 부르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공무원 음악제에서 금상을 받고 ‘노래에 반하다’와 ‘보이스킹’ 등 다양한 TV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들로부터 노래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같이 근무하는 팀장님의 권유로 한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신청했는데 덜컥 최종 합격해 기쁘면서도 놀랐어요. 첫 무대에 오를 땐 청심환 4개를 먹을 정도로 긴장했죠.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 울릴 정도였다니까요. 노래를 어떻게 불렀는지 기억나지 않아 아쉽지만 출연자 중 영상 조회 수가 가장 높아 뿌듯합니다”

 

 

사실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그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노래에 집중할 거면 소방관을 그만두라는 비난을 받는 일도 부지기수다. 

 

“방송 출연이나 공연 등으로 근무를 빠져야 하는 일이 생기면서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노래할 거면 왜 소방관을 했냐’는 얘기를 전해 듣기도 했어요. 사실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노래하는 소방관으로서 소방관과 소방조직을 더 많은 국민에게 알리고 이미지 제고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로 소방관, 가수 모두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본인이 가진 술기로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목소리로 사람의 영혼을 치유하고 싶다는 이 소방교. 그는 자신의 노래로 누군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구조대상자의 생명을 살렸을 때만큼이나 뿌듯함을 느낀다.

 

“앞으로 계속 노래하고 싶어요. 물론 그러려면 제 본연의 업무인 구급대원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되겠죠. 현장에선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활동하는 구급대원, 무대에선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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