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특출나지 않아도 모든 소방의 자리와 역할은 가치 있어”제27회 경기공무원 대상 소방 부문 수상한 김민수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방경
2025년 12월 3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층 로비에서 ‘제27회 경기공무원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경기공무원 대상은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귀감이 되는 모범 공직자를 발굴해 표창하는 시상이다. 행정, 기술ㆍ기능, 소방, 봉사 등 분야별로 한 명씩 선정한다.
2025년 소방 부문 수상자로는 김민수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방경이 이름을 올렸다. 2004년 경기소방 공채로 소방에 입직한 지 21년 만의 일이다. 약 1만2천명에 달하는 경기 소방공무원을 대표해 상을 받을 만큼 많은 공적을 남긴 김 소방경. 하지만 그의 원래 꿈은 소방관이 아니었다.
“대학 졸업쯤 IMF가 터져 사회가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었습니다. 중소기업에 입사해 일하고 있었지만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마음 한편에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장례식장에 만난 동창 중 세 명이나 소방공무원이 됐더라고요. 직업 만족도가 높은 건 물론이고 사명감까지 갖춘 그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한 지 1년 만에 소방제복을 입은 김 소방경. 20년 동안 특수차 운전과 화재진압 등 현장 활동은 물론 예방, 재난대응 등 행정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특히 대부분 소방본부에서 근무하며 경기소방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 등 조직 운영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김 소방경은 소방관으로서의 삶 중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본부 재난대응 담당자이던 2014년 봄을 꼽는다. 공직 생활 중 가장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근무하던 중 TV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속보가 흘러나와 놀란 마음으로 TV 앞에 섰는데 이내 전원 구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안심했지만 현장 파악을 위해 바로 팽목항으로 향했죠. 내려가는 길에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걸 알게 됐고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소방, 해경, 경찰, 진도군청 등 관계기관 관계자가 한데 모여 쉴 새 없이 대책을 논의 중이었다. 학부모들은 바다 먼발치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울부짖었다.
“지금껏 출동했던 현장 중 가장 비극적이고 참담했습니다. 4월 중순이었지만 바닷바람 때문인지 새벽엔 정말 추웠거든요. 처음엔 텐트조차 없어 천막 안에 스티로폼을 깔아놓고 며칠 선잠을 잤는데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어요.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의 슬픔 앞에선 어떤 고단함도 내색할 수 없었죠”
김 소방경은 사고 당일부터 한 달 반 동안 팽목항에 상주했다. 구급차와 헬기 등 장비 운용 현황, 인력충원, 보급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이 한 치의 공백도 없도록 조율했다. 참사 희생자 다수가 경기도 학생이었던 만큼 끝까지 책임지고 수습해야겠다는 소명의식으로 현장을 지켰다.
이후 그는 도민을 지키는 일만큼이나 동료들의 안전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2024년 소방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로 근무하면서 본부가 소방대원 폭행과 악성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체계 정립에 힘을 보탰다.
“‘소방기본법’에는 소방대원 폭행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선 관서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았고 대원 스스로도 ‘별일 아니다’라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죠.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도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김 소방경은 이런 관행이 반복되면 언젠간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방대원 폭행에 관해 엄정한 수사 원칙 마련을 건의한 배경이다.
“각 소방서에 소방대원 폭행 등이 발생하면 반드시 본부로 알리라고 재차 강조했어요. 이를 묵인하면 당한 대원에게도 안 좋지만 통계가 불명확해져 사회적 문제로 제기할 근거가 부실해지기 때문이죠. 이런 노력 끝에 시민 의식이 변화했고 실제 폭행 건수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김민수 소방경은 그간 경기공무원 대상뿐 아니라 모범공무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경기도지사,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 등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소방공무원이라는 직업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임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그런 그가 이제는 ‘나침반 같은 선배’가 되길 꿈꾼다.
“언젠가 교육현장에서 후배들을 만나 기술이나 직무를 넘어 소방관으로서 지켜야 할 태도, 가치, 가야 할 방향을 짚어주고 싶어요. ‘시나브로’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는데요. 하루하루 자기 자리에서 성실히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료와 국민에게 존경받는 소방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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