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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구급현장 통솔할 지휘관이 있어야 더 많은 생명 지킬 수 있어”

이재현 부산 해운대소방서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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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1/02 [10:00]

[Hot!119] “구급현장 통솔할 지휘관이 있어야 더 많은 생명 지킬 수 있어”

이재현 부산 해운대소방서 소방위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6/01/02 [10:00]


“우리나라 구급 환경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아요. 문제는 지휘체계입니다. 화재나 구조현장에선 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이 통솔하지만 다수사상자 등 대규모 구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 부재합니다. 현장에서 구급대를 조율할 구심점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이재현 부산 해운대소방서 소방위는 2007년 부산소방 공개채용으로 소방제복을 입었다. 군 복무 시절 운전한 경험을 인정받아 행정업무와 함께 탱크차, 배연차, 화학차 등 다양한 소방차량을 몰았다. 그러다 우연히 구급 업무에 투입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구급대원 선배가 휴가를 가면서 갑작스레 구급차를 타게 됐어요. 구급이 워낙 격무로 소문이 나 긴장했는데 오히려 잘 맞더라고요. 현장에서 처치했던 분이 완쾌해 감사 인사를 전할 땐 모든 수고를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천직을 만났다고 느낀 이 소방위.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기계설계, 대학에선 도시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의학용어는 수수께끼와 같았다. 그래서 비번날은 물론이고 근무 중에도 짬을 내 구급 지식을 쌓는 데 매진했다. 

 

인턴들이 보는 응급의학 교재부터 의학 논문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적어두고 퇴근 후에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응급의료종사자 출신이 아니다 보니 개인 공부를 하지 않고는 급박한 현장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순간의 판단이 환자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부를 멈출 수 없었죠”

 

주경야독 끝에 그는 2010년 2급, 2015년 1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취득했다. 수년간 몸으로 익힌 현장은 그에게 또 다른 선생님이 됐다. 

 

이 소방위는 심정지 환자를 소생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하트세이버’를 비롯해 각종 세이버를 20회나 수상했다. 이러한 공로로 2016년 특별승진했고 부산소방재난본부장과 소방방재청장(현 소방청장), 부산광역시장, 국민안전처 장관 등 다수의 표창도 받았다. 

 

2021년엔 ‘119 응급의료 종사자를 위한 병원 전 단계 기도관리’ 서적을 출간하며 명실상부 국내를 대표하는 구급대원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아는 만큼 보이고 높은 자리에 올라선 만큼 시야가 트이는 법이다. 어느새 이재현 소방위는 18년 차 소방관이 됐다. 대부분의 시간을 구급대원으로 활동한 그는 구급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큰 만큼 발전에 대한 고민도 많다.

 

현재 우리나라 소방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은 응급구조사와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처치 범위에 따라서만 현장 활동을 할 수 있다. 만약 그 범위를 초과하는 행위가 필요할 땐 의사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하와이로 연수를 다녀왔는데 그곳의 파라메딕은 스스로 판단해 응급처치할 수 있는 폭이 넓더라고요.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술기조차 의사 지시를 받아야 하죠. 의학적 지식이 있는 구급대원들에게 조금 더 자율성을 부여해 준다면 현장 대응이 더 원활해지지 않을까요” 

 

 

2022년 10월 29일.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이태원 참사. 만 3년이 지났지만 이재현 소방위의 머릿속은 여전히 그날의 충격으로 가득하다. 출동은 못 했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동료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당일 거의 뜬눈으로 지새웠다. 

 

“다수사상자 사고에선 긴급환자부터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그런데 구급은 현장을 통솔할 지휘관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죠. 예측할 수 없는 감염병 유행과 기후 재난, 테러, 대형 사건ㆍ사고에서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견고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장대응단처럼 구급지휘부, 더 나아가 권역별로 구급 업무만을 하는 전문 기관 설립과 함께 구급 지휘체계를 확립하는 게 그가 생각하는 견고한 시스템이다. 단순히 구급대원을 충원하고 구급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소방 조직과 구급 전문성 향상, 업무 저변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소방 구급의 역할을 ‘응급상황’에만 국한하기엔 이미 국민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습니다. 구급대원들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전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고생한다는 말 대신 진정 구급의 발전을 위해 조직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줬으면 합니다” 

 

15년간 구급대원으로 활동한 이 소방위. 지난해부터는 고성능 펌프차 운전 요원으로 근무하며 초고층 건물 화재진압에 힘을 쏟고 있다. 소방대원으로서 그의 최종 꿈은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오롯이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선배가 되는 거다.

 

 

“지금은 구급 업무를 잠시 놓았지만 언젠간 구급 전문 교수로 활동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싶어요. 구급 관련 책도 더 집필하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구급대원을 많이 신뢰하고 의지해 주시는데 그런 그들을 성장시키는 일이야말로 받은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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