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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중국산 청정소화약제, 해외 인증 내세운 미국산으로 둔갑

S사, 일부 제품 소화약제 수입국 다름에도 소비자 속여
실수입 업체와 듀폰사 등 관계 업체들은 ‘함구’로 일관
가스 실수입한 업체는 따로 … S사 중국산 “사용했다” 결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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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2/08/13 [08:13]

[집중취재] 중국산 청정소화약제, 해외 인증 내세운 미국산으로 둔갑

S사, 일부 제품 소화약제 수입국 다름에도 소비자 속여
실수입 업체와 듀폰사 등 관계 업체들은 ‘함구’로 일관
가스 실수입한 업체는 따로 … S사 중국산 “사용했다” 결국 시인

최영 기자 | 입력 : 2012/08/13 [08:13]
국내에서 가장 많은 양의 가스계소화설비(청정소화설비)를 공급하고 있는 특정 업체가 일부의 중국산 소화약제를 UL과 FM인증을 획득한 미국 듀폰사의 제품으로 속여 시중에 유통해 온 사실이 본지의 취재결과 드러났다.

가스계소화설비 중 하나인 청정소화설비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S사는 미국 듀폰사와의 정식 공급계약 체결을 통해 국내에 UL 및 FM인증을 받은 HFC-23 소화약제를 사용한 청정소화설비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그간 가스계소화설비 업계에서는 이 S사의 가스소화약제 중 일부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소화약제임에도 원산지를 미국으로 허위표기하고 듀폰사의 로고까지 새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본지에서는 이 같은 의혹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상당 기간의 취재를 진행해 오면서 S사의 공장에서 중국산 약제와 동일한 형태의 소화약제를 설비용 제품으로 충전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등 정황을 포착했다.

취재결과 S사는 중간 업체를 거쳐 중국산 소화약제를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렇게 들여온 상당수의 중국산 소화약제는 미국 듀폰사의 이름과 UL, FM인증을 획득한 소화약제로 둔갑해 시장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의 지속적인 취재가 이어지자 9일 S사 측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자발적인 시정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소방용품은 소방관련법에 의한 강제 규정에 따라 건축물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만 하는 중요 설비로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관련 시설을 선택하는 소방기술자와 건축물에서 생활하게 되는 관계자, 즉 국민이다.

특히 소방용품 원산지에 따른 해외 글로벌 인증(UL, FM 등) 획득 여부는 관련 소비자들의 선택까지 좌우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기에 본지에서는 이번 의혹에 대한 진위여부는 분명히 가려내야한다는 것이 취재의 목적이었음을 먼저 밝힌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 지금까지 S사의 중국산 소화약제 사용 의혹에 관한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들을 고발하고 이 같은 정황에 대해 인정한 S사의 입장까지 지면을 통해 담는다.


S사, 중국산 소화약제 가스 충전 현장 ‘포착’

기자는 지난 7월 20일 중국산 소화약제의 미국산 둔갑 의혹을 받고 있는 S사 공장에서 중국산 소화약제 수입 시 사용되는 가스용기와 동일한 모습의 소화약제를 가스계소화설비용 용기에 옮겨 담는 현장을 포착했다.

중국산 HFC-23 소화약제를 실제 취급하는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소화약제는 가스가 담긴 용기에 R23이라는 표시가 명시되는데 이 표기는 중국산 냉매를 나타내는 것으로 중국에서부터 들어오는 380kg 용량의 가스용기 표면에 명확하게 명시되고 있다.

▲ 지난 4월, 7월 S사 공장에서 포착한 중국산 소화약제와 실제 중국산 소화약제의 비교 모습     © 최영 기자
이날 현장에서 S사는 이 같은 중국산 소화약제 및 용기 11개를 사용해 가스계소화설비용 용기로 옮겨담고 있었고 공장내 또 다른 한켠에서도 5개의 동일한 형태의 용기에 담긴 소화약제를 사용해 가스를 충전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하지만 기자가 중국산 소화약제 용기와 충전모습을 확인한 이후 정문으로 들어서며 공식적인 충전모습 공개를 요청하자 S사는 이를 거부했고 불과 1시간 여만에 모든 소화약제 용기들과 흔적들을 숨기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전개됐다. (하단 '현장르포' 기사 참조)

중국산 소화약제, 실수입 업체는 따로 있었다

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물품은 세관을 통해 수입신고가 이뤄진다. 때문에 물품의 수입 내역은 고스란히 관세청 등 관계 기관에 남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S사는 중국에서 HFC-23 청정소화약제를 들여오면서도 수입신고 내역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소화약제를 공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에서 해당 가스를 수입해 온 실질적인 업체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결과 해당 소화약제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원수입 업체는 부산에 위치한 P사 등 다수의 가스취급 업체다. 이 중 부산의 P업체는 중국의 가스생산업체 3개사로부터 컨테이너 단위(380kg, 16EA)로 R23 품명의 HFC-23 가스를 대량으로 들여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외에도 R23 가스를 중국에서 들여와 S사에 공급한 또다른 업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이 중 P사가 가장 많은 양의 가스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묵’으로 일관한 수입 관련 업체들>
소화약제 실수입 업체 P사 “보안 유지해달라는 요청 받아서…”

이번 의혹과 관련해 지난 7월 18일 기자는 중국산 가스소화약제의 실 수입업체로 파악된 부산시 소재의 P사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전화통화에서 기자는 “HFC-23, R23이라는 가스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관계자는 “어떻게 아셨는지요?”라고 되물었고 S사 공급 관련 사항에 대해 묻자 “안그래도 보안을 유지해달라는 요청도 있었고 이게 국내에서 쓰고 있는 특정업체에 일부 공급을 하긴 하지만 시장이나 특정 정보는 일체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는 S사와 듀폰사의 계약관계를 비롯해 현재 관련 시장에서 나타나는 중국산 소화약제의 미국산 둔갑 의혹에 대해 설명하며 답변을 재요청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긴 한숨과 함께 “S업체로 연락을 해보는 게 더 빠르지 않겠냐. 유저 쪽에서 이 소화약제 부분에 대해서는 전체 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보를 받을 필요도 없고 요구도 하지 않을 테니까 어떤 특정한 영업 비밀에 대한 부분은 노출을 삼가해 달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다”며 더 이상의 대답을 회피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민감한 사항이라서 어떻게 특별히 말할 것이 없다. 차후 연락을 주겠다”면서 기자의 연락처와 인적사항을 묻더니 1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후 본지는 지난달 30일 P사에 ‘중국산 소화약제의 S사 공급 사실’과 ‘지난해부터 7월 현재까지의 공급량 등을 묻는 내용의 정식 공문을 등기로 접수했고 P사에 전화를 걸어 답변을 요청했지만 등기 수령 내역에 여직원이 받았다는 근거가 우체국에 고스란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문 자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8월 1일 시도한 전화통화에서 한 여직원은 자신이 담당자라고 밝히면서 “잘 못 알고 전화를 준 것 같다. 전에 과장님하고 통화를 한 것 같은데 관련 없는 내용으로 전화를 줘서 한참을 듣고 계셨던 같다”며 얼마 전 관계자와의 전화통화 시 언급했던 내용들까지 일체 부인하는 등 말을 바꿨다.

美 소화약제 공급처인 듀폰사 마저 ‘함구’

가스전문 기업인 미국의 듀폰사는 오랜기간 소화설비에 사용되는 HFC-23 소화약제를 S사와의 계약을 통해 국내에 보급하고 있다.

때문에 듀폰사에서 실제 S사에 공급한 소화약제의 물량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 국내에 보급된 물량을 대조하면 S사가 유통한 소화약제가 미국산(UL, FM인증품)인지 여부를 어렵지 않게 가려낼 수 있다.

본지는 이러한 내역에 따른 사실관계를 추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듀폰코리아 측에 정식 공문을 보내 ‘S사와의 계약 시기’를 비롯해 ‘HFC-23 소화약제의 무한적인 공급 가능 여부’와 ‘지난 2011년 1월부터 국내에 공급한 HFC-23 소화약제 물량’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이 공문에는 중국산 HFC-23 소화약제가 들어올 때(R23) 사용되는 가스용기 사진을 첨부해 ‘동일한 형태의 용기로 HFC-23 약제를 공급하는지 여부’를 묻는 내용도 포함했으며 ‘소화약제의 무한적인 공급이 불가능해 S사에서 중국제 소화약제를 들여오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질의를 함께 했다.

하지만 듀폰사 측은 이 같은 질의내용과 자료 요청에 대해 일체의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듀폰코리아 관계자는 8월 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문을 받아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봤는데 모두 영업기밀 사항으로 판정이 나서 답변을 드릴 수 없다”며 “일단 문의해준 것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에는 영업 및 계약기밀에 따라 말씀을 드리기 힘든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단순히 검토없이 내린 결정은 아니다”며 “홍보팀 및 법무팀과 회의를 해서 나온 결과물이다”고 덧붙였다.

이 전화통화에서 기자는 관계자에게 공문에 첨부된 중국산 소화약제 실린더(용기) 사진을 보았는지에 대해 묻자 관계자는 “보았죠. 사진일 뿐이잖아요. 중국산 실린더 사진이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는 “듀폰사에서는 이러한 형태로 톤실린더를 공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되묻자 관계자는 “그게 뭐 그렇다. 아니다도 오픈할 수 없다”고 말을 잘랐다.

<현장르포>
 “중국산 안쓴다” 강력 부인하던 S사, 공장 가보니…

중국산 소화약제를 들여와 미국산으로 둔갑시킨 S사의 행태는 치밀했다. 중국산 소화약제의 유통 사실을 부인하는 해당 업체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7월 20일 기자는 충남 천안시 변두리에 위치한 S사 공장을 찾았다.

이른 오전 해당 업체 공장에 도착한 직후 공장 주변을 살펴보던 기자는 정문에서부터 보이는 듀폰사의 공식 가스공급 차량인 튜브트레일러 3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듀폰으로부터 공급되는 HFC-23 소화약제가 실린 튜브트레일러     © 최영 기자
겉으로는 듀폰사로부터 소화약제를 들여온다는 해당 업체의 주장은 마치 사실처럼만 보였다. 하지만 공장 주변을 돌아보며 외형을 살피던 중 공장 뒷편 외곽 한 켠에 자리잡은 작은 가스 보관시설을 확인했다.

겉으로는 평범한 고압가스 저장시설로 보였다. 하지만 그 곳에는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소화약제와 동일한 모습의 가스용기(R-23/380kg) 4개가 보관되어 있었다. 정문 쪽에서는 듀폰사의 트레일러가 3대나 눈에 띄었지만 공장 뒷편 구석에 눈에 띄지 않도록 별도의 중국산 소화약제를 보관하고 있던 것이었다.

▲ S사 공장에서 포착된 중국산소화약제 가스 충전 모습     © 최영 기자
이날 오전까지 이 가스 용기들의 상태는 별다른 움직임이나 변화가 없었다. 점심식사 시간이 지나 오후 1시가 넘어서자 S사 공장 관계자들은 HFC-23 소화가스의 충전작업을 시작했다.

오전까지 4개였던 공장 뒷편 중국산 소화약제 용기는 11개로 불어나 일렬로 정렬됐고 가장 끝자리에 위치한 중국산 소화가스 용기에는 가스를 옮겨 담기 위한 호스를 연결해 소화설비용 용기로 충전을 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중국산과 동일한 모습의 용기와 연결된 호스는 공장 벽면에 뚫린 작은 구멍을 타고 공장 내부의 설비용 실린더와 연결되고 있었다. 중국산 소화약제를 소화설비용 용기에 옮겨 담고 있는 생생한 모습이었다.

기자의 시각에서는 열려 있는 문을 통해 공장 내부에 있는 중국산 소화약제 용기 1개를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역시 소화설비용 용기와 연결해 가스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S공장 내부에서 소화설비용 용기에 중국산 가스를 충전하는 모습     © 최영 기자
▲ 중국산 소화약제와 연결된 호스는 S사 공장 건물의 작은 구멍을 타고 내부의 소화약제 용기에 옮겨지고 있었다.     © 최영 기자

오후 3시 30분경 공장 뒤편에서 가스 충전 모습을 모두 확인한 기자는 해당 업체 공장의 정문으로 들어서며 공식적인 가스충전 모습의 공개를 요청했다.
 
오전과 달리 공장 정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해당 업체 측 관계자들은 충전 모습의 공개를 강하게 거부했다. 최근 개발중인 신제품의 기술 유출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자리에서 기자는 공장 관계자를 통해 S사 본사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하게 됐고 관계자는 7월 23일(월요일)에 방문하면 공장의 충전시설 및 모습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후 해당 업체 공장 관계자로부터 인근 편의점에서 이야기를 나누자는 제안을 받아 3시 40분경부터 약 30여분 동안 공장 관계자와 편의점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이 자리에서 해당 관계자에게 중국산 소화약제를 들여오지 않았냐고 묻자 관계자는 “중국산 소화약제를 들여온 적도 없고 사용하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또 그는 “듀폰사와의 계약이 HFC-23소화약제를 사용할 경우 듀폰으로부터만 공급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만일 중국 OEM공장에서 생산된 약제라 하더라도 미국 공장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들여오고 있어 중국산은 사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이 관계자는 다시 공장으로 돌아갔다. 기자는 관계자와 헤어진 후 약 20분 가량이 흐른 후 다시 S사의 공장 뒷편을 둘러봤다.

하지만 불과 1시간 전까지 가스를 충전하고 있던 중국산 용기와 가스는 온데간데없이 말끔하게 사라졌고 충전하던 공장의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마치 대청소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가스 무게만 380kg에 이르고 용기의 무게까지 더하면 약 500kg에 달하는 11개의 용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 옆동 건물 인근에 위치해 있던 5개의 가스용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사라진 소화약제 용기의 숫자는 무려 16개나 됐다.

족히 500kg에 육박하는 그 많은 소화약제 용기들이 기자가 공장정문을 통해 진입을 시도한지 약 1시간만에 모두 사라진 셈이다.
 
사라진 해당 소화약제와 용기들이 듀폰사로부터 공급받은 정당한 제품이었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시급히 숨겼어야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그들은 왜 충전작업에 한창이던 그 많은 가스용기들을 그렇게 빨리 옮기고 숨겨야만 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7월 23일 충전모습 공개한다기에 갔더니…

현장을 취재한지 2일(주말)이 지난 7월 23일 S사는 공장의 가스충전 모습을 공개하기로 했다. 기자는 이날 공개되는 충전시설을 보고 중국산 소화약제의 사용여부를 재판단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20일 기자가 확인한 중국산 소화약제 용기와 동일한 모습의 소화약제를 보여주면서 미국 듀폰사의 제품이라고 주장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2시경 천안에 위치한 S사의 공장을 찾은 기자는 해당 업체 공장 관계자의 인솔에 따라 공장을 둘러볼 수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지난 20일의 외형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충전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공장 관계자는 듀폰사의 튜브트레일러와 호스가 연결된 장소로 기자를 안내했다. 이곳은 지난 20일 중국산 소화약제를 충전하던 바로 그 장소였다.

하지만 3일전 기자가 확인했던 중국산 용기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공장 뒷편에 자리잡고 있던 가스 저장고는 취재 당일 확인한 중국산 가스용기가 아닌 가스소화설비에 사용되는 빈용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또 20일 당시 저장시설의 가스 저장량과 관리자 이름이 적혀 있던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른 경계표지까지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듀폰사에서 공급되는 HFC-23가스는 3가지의 용기로 보급되는데 그 중 하나가 튜브트레일러”라고 소개하며 “간혹 톤실린더가 들어오긴 하지만 대부분이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장 관계자는 충전시설 외에도 공장의 전체적인 모습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바닥 페인트 도장공사를 하고 있던 한 개의 동(입구 가장 오른쪽, 총 4개동)을 제외한 나머지 공장 내부의 모습을 둘러볼 수 있었지만 그 어느곳에도 지난 23일 기자가 확인한 중국산 가스 및 용기는 보이지가 않았다.

고압가스저장실의 형상과 수많은 물품들의 위치가 변경됐고 중국산 소화약제와 동일한 모양의 용기 또한 말끔히 숨겨버린 것이었다.  

▲ 현장 취재 과정에서 포착된 S사의 중국산 소화약제 보관 상황 전개 모습 © 최영 기자
 
중국산 소화약제 수입, 문제는 무엇인가?

중국산 HFC-23소화약제를 사용했다고 해서 불을 끄지 못하는 등 소화설비 성능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소화설비에 사용되는 소화약제는 생산 이후 유통 직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 제품검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 S사를 통해 실제 유통되는 소화약제 용기의 표시사항     ©최영 기자
검사관련 규정에 따르면 HFC-23과 같은 할로겐화합물 가스소화약제의 경우 약제의 중량과 용기, 표시사항을 확인하고 성능검사를 통해 성분비 시험을 거친다. 부정기적으로는 소화시험도 실시된다.

소화약제의 성능적 이상유무는 이 같은 제품검사를 통해 걸러지게 되기 때문에 중국산 소화약제 유통 문제가 소화설비 성능에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관련법에서 정한 ‘소화약제 주원료의 원산지’ 표시 규정을 어기고 허위사실을 제품에 표기하는 등 소방관련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점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스소화설비의 소화약제 용기에는 소방방재청 고시(소화약제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에 따라 ‘소화약제의 주원료’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필히 표시해야만 한다.

이는 지난 2010년 소방방재청이 소방용품의 저급 제품 유통방지와 소비자의 품질 만족도 증진을 위해 일부 소방용품을 대상으로 마련한 의무적인 원산지 표시 규정이다.

당시 중국산 소화기가 국산품으로 대량 둔갑해 유통된 사실이 인천본부세관을 통해 적발됐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소방방재청은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시점 이후부터 생산되는 5가지(수동식소화기, 옥외소화전, 자동식소화기, 경종, 소화약제 용기) 소방용품에 대해서는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됐다.

결국 S사의 중국산 소화약제 유통은 원산지를 표시토록 한 소방방재청 고시인 국가 검정 기술기준을 어긴 것도 모자라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해당 제품들을 시중에 유통하고 제품검사를 실시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검정 담당자까지 속인 셈이다.

더욱이 가스소화설비에 사용되는 소화약제 용기에는 듀폰사의 로고까지 새겨져 수요처나 소비자들은 UL, FM 등의 인증을 획득한 듀폰사의 소화약제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 S사의 영업에 사용되는 카다로그에는 듀폰으로부터 소화약제 직도입, UL, FM인증 등의 문구가 적시되어 있다. © 최영 기자
또 해당 업체인 S사 또한 듀폰사의 글로벌 인증을 큰 장점으로 내세우며 영업을 펼쳐 왔기 때문에 기업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UL, FM 등 글로벌 인증을 받은 소화약제라는 이유로 주요 시설물이나 특수 시설, 건축물 등에 설치된 사례도 상당수여서 진위여부에 따른 수요처의 분노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듀폰사에서 공급받는 S사의 소화약제는 가스소화설비를 구매하는 수요처에 시방서 등에 스펙으로 박혀 있는 경우가 많아 타 업체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 S사를 통해 이뤄지는 설계도면에는 'UL, FM 인증받은 소화약제를 사용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적시되어 있다.     © 최영 기자
아울러 듀폰사의 로고까지 소화약제용기 표시사항에 넣고 있는 S사는 홍보용 카다로그를 비롯해 홈페이지, 설계도서, 시방서에도 ‘소화약제는 UL, FM 받은 제품을 사용한다’, ‘듀폰으로부터 소화약제(FE-13)직도입’, ‘UL, FM인증’, ‘듀폰사로부터 고품질 소화약제를 직도입하여 안정적으로 약제를 공급’, UL, FM인증의 고품질 소화약제 공급‘ 등의 문구들을 버젓이 적시해 왔다.

▲ S사의 청정소화약제소화설비 설계 및 시공 메뉴얼에는 '소화약제는 UL, FM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한다.'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 최영 기자
▲ S사의 영업에 사용되는 카다로그에는 듀폰으로부터 소화약제 직도입, UL, FM인증 등의 문구가 적시되어 있다.     ©최영 기자
S사, “미국 듀폰사 제품만 쓴다” 강력 부인하다 결국 시인

본지의 취재 결과 중국산 HFC-23소화약제는 중국 가스전문업체인 S사, L사, Y사로부터 380kg짜리 용기 16개로 구성된 컨테이너 단위로 수입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형태로 들어온 중국산 HFC-23소화약제는 부산에 위치한 가스전문업체인 P사가 수입해 S사에 공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본지는 이 같은 내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S사 측에 관련 질의와 자료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으며 이 공문에서 ‘중국산 가스의 공급받은 사실 여부’와 ‘부산 P사로부터 공급 받은 사실 여부’를 질의했다. 또 중국산 소화약제 용기의 사진을 첨부해 ‘동일 형태의 소화약제를 공급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물었다.

아울러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을 줄 경우에는 ‘국내에 유통한 HFC-23소화약제의 양과 수입신고필증’, ‘듀폰사와의 해당 가스구매 계산서 발행 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S사의 관계자들은 구두상으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중국산 소화약제의 공급 사실을 일체 부인했다. 듀폰사의 계약관계상 다른 소화약제는 사용할 수조차 없고 공급 받은 사례조차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듀폰사로부터 들어오는 HFC-23소화약제 용기는 S사의 공장에서 확인된 R23 품명의 380kg 가스용기와는 달리 31.8kg(WC Cylinder), 431kg(Ton Cylinder), 9072kg(ISO, 튜브트레일러) 등 세 가지 형태다.

또 듀폰사로부터 수입되는 가스의 명칭도 R23이 아닌 'Trifluoromethane', 'Hydrofluorocarbon(HFC)23', Hydrofluoroalkane(HFA)23, 'FE-13™ 등의 명칭으로만 표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의 정식 질의 및 자료 요청 공문이 접수된 지 1주일이 지나도록 S사로부터 공식적인 답변과 의혹 해소를 위한 근거자료는 제공받지 못했다.

이후 지속적인 취재와 S사 공장의 중국산 소화약제 충진 모습 사진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하자 S사 측은 9일 입장을 바꿔 중국산 소화약제의 사용 사실을 시인하고 자발적인 시정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사의 관계자는 “일부의 중국산 소화약제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적으로 했던 것은 아니다”며 “2012년 생산한 물량에 대해서는 중국산을 사용한 것이 조금 있다. 하지만 금액 때문에 이렇게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판매가 많이 이뤄지다보니 듀폰사에서 공급해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현장의 공기 등 실정을 맞추다 보니까 이렇게 까지 됐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S사는 지난해 10월 중국산 소화약제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절차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 추가적인 원산지를 등록했으며 최근 소화약제 32병에 대한 원산지를 중국으로 표기해 검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원산지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며 유저 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사후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원산지 허위표시, 명확한 정황 밝히고 대책 뒤따라야

HFC-23 소화약제는 기체형상의 가스이기 때문에 형상 자체를 보고 미국산이나 중국산 등 원산지를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가스를 취급하면서 다른 용기(소화설비용)로 옮겨 담고 납품까지 이뤄졌다면 이를 확인할 길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의 건전한 소방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관련 소비자들의 정당한 알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분명히 밝혀져야만 하는 부분이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해당 업체는 자사에서 생산된 일부의 중국산 소화약제를 미국산으로 속여 팔아왔다는 것을 인정한 상태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얼마만큼의 중국산 HFC-23가스(R23)를 공급했는지 여부는 명확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일정기간 동안 듀폰사로부터 들어온 HFC-23소화약제의 수입신고필증 내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검정을 거쳐 국내에 공급된 해당업체의 물량을 면밀히 파악하고 그 차이를 분석하는 등 사후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부산시 소재의 P업체 등 원수입 업체와 S사간의 거래내역을 비롯해 듀폰사로부터 들어온 수입신고필증 내역 등에 대한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소방방재청의 관계자는 “해당 사실을 확인 후 조사를 통해 관련법에 따른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사후조치를 취하겠다”며 “해당 문제와 관련한 현행 원산지 표시 규정에 대해서도 미비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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