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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02 - 행동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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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소방서 조이상 | 기사입력 2021/06/21 [10:00]

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02 - 행동의 책임

충남 아산소방서 조이상 | 입력 : 2021/06/21 [10:00]

아들 손가락이 문에 끼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문에서 손가락은 빼냈는데 그래도 구급차를 보내 달라고 한다. 시동을 걸고 출동하면서 ‘비응급’ 신고라고 생각했다. 미국처럼 비응급 출동은 비용을 지불하게 해야 한다는 투덜거림이 끝을 맺을 때쯤 현장에 도착했다.

 

초등학생의 검지 반이 절단됐다. 아이는 울고 있었고 보호자인 어머니는 당황하고 있었다. 일요일 오전, 핸드폰 저 너머의 응급실에서는 접합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이 들려온다. 접합 전문병원에 상처를 전송하니 월요일에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보호자에게 이 말을 전해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다른 병원을 찾아 달라고 한다. 아이는 지금 울고불고 난리다. 아이는 엄마에게 여러 말을 뱉어냈다.

 

“나 지금 짜증 나니까, 말 시키지 마!”

“나 마취하지 말고 약으로 해결해 줘” 

“나 손 불구 되는 거 아니야?”

“나 이렇게 될 때 엄마는 뭐 했어?”

 

운전석에 있던 나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아이에게 “조용히 못 해! 엄마에게 무슨 말버릇이야!”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할 권리도 없다. 다행히 접합 수술을 바로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환자를 이송했다. 험한 말을 하던 아이의 잔상이 계속 남았다.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아이들이여!

짜증 내도 괜찮다.

책임을 부모에게 돌려도 괜찮다. 

그건 아이들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행동의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된다. 반대로 20살 이하라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빨리 어른이 되려 하지는 말자. 어깨가 빨리 무거워질 필요는 없으니까. 

 

충남 아산소방서_ 조이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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