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내전- Ⅴ‘Tower Ladder’ 안전과 효율의 일타쌍피 필살템 ②2021년 7월 20일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시가총액이 약 1600조원에 달하는 미국 테크기업 Amazon의 창립자인 ‘제프 베저스’가 우주여행을 마치고 다시 지구로 귀환한 센세이셔널한 날이다.
매년 우리나라 1년 국가 예산만큼을 벌어들이는 아마존이라는 회사도 대단하지만 그 회사가 우주 사업을 한다는 사실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이렇게 변했다. 범국가적인 안보 카테고리에 속했던 우주 사업이 이젠 개별 기업에서 추진하는 상업 카테고리로 이동했다는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 출처 youtu.be/yED3-6Jy6Ks ‘우주 공간 vs 화재 현장’ 두 공간을 비교해 보면 모두 위험하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우주비행사와 소방관의 순직률을 비교한다면 어느 쪽이 더 높을까?
물론 빈도에서 압도적으로 소방관이 높아 통계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특수장비다. ‘우주비행사의 장비 vs 소방관의 장비’에서 압도적으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쪽은 우주비행사일 거다.
그러나 생명의 가치로 비교해 보면 동등하거나 때로는 나 아닌 타인을 살리기도 하는 소방관의 가치가 더 높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소방업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이테크 장비 도입이 가장 느린 분야 중 하나다. AI 등장으로 공무원이 필요 없어질 때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공무원은 아마도 소방공무원이지 않을까.
마치 우주 공간과도 같은 화재 현장을 방화복과 수관에 의존해 진입하는 ‘진격의 소방전술’이 아직도 주를 이루고 있음에 안타까움이 따른다. 인명구조 상황이라면 진격해 들어가야 함이 맞다.
하지만 건물 내에 인명구조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화재의 확산 가능성이 차단된 현장이라면 최소 2중의 안전 확보는 해두고 현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계를 보면 화재 초기 인명구조 상황에서보다 화재 최성기로 다다르는 시점 직전에 소방관의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항상 강조하지만 진입 전 퇴로를 확인하고 건물 내부에 열기를 방출시키는 배열이 이뤄지고 있는지 재검토한 후 진입해야 한다. 여기서 배열(排熱)은 방수하는 반대 방향의 개구부 개방 상태를 의미한다.
일단 배열의 개념은 추후 설명하겠다. 현실에 맞고 당장 할 수 있는 소방전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게 필자에게 부여된 직업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소방장비 활용 전술을 소개하겠다.
지난 호에서 우리 소방이 가장 활용 못 하는 장비가 ‘고가차량’이라고 기술한 바 있다. 이번 호에서는 화재 현장을 조금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오랜 친구 같은 특수장비 ‘고가차량’의 활용법에 관해 얘기하겠다.
이번에도 미국의 사례 분석을 통해 사용법을 설명하는 게 이해가 빠를 것 같아 사진을 첨부해 설명하겠다. 혹시 조금 더 관심이 생긴다면 아래 첨부된 사진 출처인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자신의 전술로 활용하면 좋을 거다.
3차원적 사고가 필요한 소방 현장
그러나 위 현장의 책임기관인 LAFD(Los Angeles Fire Department, 미국 LA 소방국)는 가장 실효성이 높은 지점을 알았고 그 지점에서 방수할 뿐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 ‘왜 우리는 상상하지 못할까?’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봤다.
그 해답은 우리 대한민국 소방은 아직도 ‘Line’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Line’은 수관을 1차원적으로 연장하는 일직선을 의미한다. 이 수관을 3차원의 공간으로 이끌고 가져가지 못한다. LAFD의 3차원 방수를 좀 더 살펴보자.
그러나 그 1차원 방수의 10배 힘을 발하는 전술이 바로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은 고가방수다. LAFD는 의도적으로 건물 옥상에도 관창을 배치해 고가방수 전술을 전개하고 있다.
<119플러스> 2022년 3월호 ‘소방내전- Ⅰ’에서 설명한 것처럼 화재 현장의 관창 배치는 해당 현장의 성패를 80%는 결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패란 ‘안전과 효율’이다.
물의 성질 특성상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화점을 좀 더 유리한 고지에서 정확한 타격이 가능케 하는 소방전술, 그게 바로 ‘고가방수’다.
그동안 우리 화재 현장에서는 고가차를 인명구조용으로 사용하려는 비중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화재 현장에서든 고가차량은 화재진압용으로 사용됐을 때 그 효용성이 압도적으로 증가한다. 그 사례를 계속해서 설명해 보겠다.
고가차량이 화재 현장에 근접 배치돼 정확한 직격 방수가 가능한 지점에서 방수가 이뤄져야 하는데 다른 차량으로 화재 현장을 가득 채워버리면 비교적 사이즈가 큰 고가차량은 현장에 진입조차 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소방전술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일 수밖에 없다. 화재 현장에 있어 모든 구성원이 숲을 먼저 보고 그다음에 나무를 봐야 한다. 또 다른 고가차 활용 사례를 소개하겠다.
위 사례는 고가차량을 파괴 장비로 활용하는 장면이다. 누가 봐도 잔화를 정리하는 현장이다. 목조 주택 특성상 심부 화재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이 현장을 선(Line)상에서만 접근하면 도끼나 그 밖의 목조구조 파괴 장비를 갖고 진입해 지붕의 반자 내부 불씨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고된 노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강력한 수압으로 한번 목조구조를 휩쓸고 난 뒤 불씨를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면 훨씬 쉽고 간결해진다. 동시에 안전성도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점은 활용이 가능한 현장에서는 활용해 보자는 거다. 가끔 고가차 활용에 있어 전개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활용 가능한 현장에서 최대한 활용하자’는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고 적시적이라면 그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필자는 강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국으로 전파하고 있다. 전국 소방관 약 300명 정도가 강의를 수강했다.
일부 뜻있는 재야의 고수님(?)께서 직접 현장에 적용했다고 영상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공장화재 현장에서 고가차를 활용해 연소확대 방지를 위한 방수를 했더니 그 실효성이 매우 높았다고 말씀하셨다.
2019년 대한민국 화재 현장을 개선해보고자 시작한 노력에 좌절하고 있을 때쯤 이런 분들 덕분에 다시 추진력을 얻어 달릴 수 있게 됐다. 결과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소방전술은 화재 현장에서 연소확대 방지를 위해 소방관 1~2명이 관창을 잡고 확산 가능 지역에 배치되는 방식으로 관창을 배치한다.
이때 Bottom-Up 방식으로 방수하기에 물의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방수를 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가 생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 Top-Down 방수를 하면 물의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물 본래의 성질을 활용하게 된다. 추가로 고가차에 설치된 방수포는 스윙(Swing)이 가능하다.
따라서 관창 2~3개가 배치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활용하기에 따라 6명 정도가 동원돼야 할 일을 고가차와 고가차 기관원이 해결해 내는 거다.
물론 전제조건은 끊기지 않는 수원 확보에 있다. 이 점은 지난 호에서 계속 강조한 점이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거다. 다음 사례는 소방관의 구조에 활용되는 고가차의 활용법이다. 우리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소방전술이니 많은 전파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 고가차를 어떻게 활용할까?
위 현장에서는 LAFD가 고가차량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1층 건물이지만 현장에 도착한 고가차는 화재진압 대원들이 진입한 곳에 전개해 둔다. 어차피 나온 장비고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니 일단 전개해 놓는 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가차량은 화재진압에 있어 실효성이 매우 좋은 장비다.
①번 사진은 고가차량을 일단 전개해 둔다. 전개한 고가차 사다리는 방수 또는 구조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②번 사진은 전개된 고가사다리를 이용해 현장으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③번 사진은 1층 옥상에서 작업하던 소방대원들이 급격한 출화가 발생하자 전개해 둔 고가사다리차량을 활용해 탈출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만일 고가사다리가 전개돼 있지 않았다면 1층 옥상에서 작업하던 소방대원들은 퇴각로를 검색해서 탈출해야 했을 일이다. 그러나 미리 전개해 둔 고가사다리를 활용해 안전하게 탈출했다.
④번은 소방관 진입과 퇴각에 고가차량을 활용한 후 방수에 활용하는 장면이다. 일단 전개해 두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렇듯 고가차량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재 119상황실에서는 저층 화재가 발생하면 출동 차량에서 고가차는 제외한다. 화재 접수단계부터 고가차 활용 전술을 적용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화재진압 전술을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선 모든 구성원이 전체 판을 보는, 즉 숲을 보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또 다른 저층 화재 고가차 활용법을 소개한다.
3층 상가건물 화재에서 고가차를 적용한 진압 전술을 볼 수 있다. ①번 사진과 같이 화재 현장 최인접 공간에는 고가차량이 배치된다. 이렇게 고가차량이 배치되려면 이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모두가 ‘저 자리는 고가차가 배치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가능한 일이다.
②, ③번 사진은 출화 후 전개된 고가차를 활용해 강력한 방수압으로 순식간에 진압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배치된 고가차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세어보니 1타 4피 정도의 이득이 있다.
전개된 고가차의 방수포를 이용해 강한 수압으로 분무 방수하면 순식간에 밀폐된 공간을 냉각할 수 있다. 만일 고립된 소방관이 있다면 분무 방수를 하는 방수포 반경 2m는 Cool Zone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형성된 Cool Zone은 동시에 Safe Zone이 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소방관이 고립됐을 때 고가차는 한 줄기 생명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는 곡사와 직사의 차이점인데 곡사로 방수했을 경우 수원의 도달량이 직사보다 현저히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화재 현장 최인접 공간은 고가차량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고 현장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 공감대 형성은 교육을 통해 완성될 수밖에 없다. 소방전술을 적용할 때 전술의 실제 적용은 지휘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휘관의 전술을 실현해 내기 위해선 화재 현장의 모든 구성원이 톱니바퀴처럼 A to Z를 공유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고가차량을 사용하기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1. 화재 초기 고가차 배치 공간 확보 2. 끊기지 않는 수원 공급
위 사진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다. ‘시즈탱크’라는 유닛이 있는데 시즈탱크가 한번 자리를 잡으면 게임 내 극강의 유닛으로 변신한다. 그러나 이 시즈탱크도 자리를 잡기 전까진 볼품없는 유닛일 뿐이다.
우리 고가차도 마찬가지다. 어떤 위치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극강의 장비가 될 수도, 볼품없는 장비가 될 수도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각종 첨단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소방은 극강의 노동집약성을 보이는 업종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지금 있는 장비라도 잘 쓰자!’라는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해보자. 고가차량만 잘 써도 우리 소방 현장은 더욱 효율적이고 간결해질 뿐 아니라 동시에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_ 김남휘 : nami002@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