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TalkTalk] “대원 안전이 선행돼야 고품격 소방서비스 제공할 수 있어”[인터뷰] 서승현 경기 용인소방서장
소방대원 사고 방지 위한 ‘소방활동 안전사고 사례집’ 발간 용인특례시 소방서 신설ㆍ119안전센터 신축 시설 확충 추진 피난약자 이용시설 화재 재발 방지 위해 시내 528곳 불시단속 골든타임 내 출동 위해 주요 도로에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현장대응역량 강화 방안 연구논문 발표대회 전국 1위 쾌거
“소방관에게 ‘안전’이란 단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소방관이 안전해야 국민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취임 직후부터 줄곧 대원 안전을 강조했다. 대원들이 현장에서 다치거나 마음의 병으로 인해 순직하는 가슴 아픈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퇴직하는 그날까지 온 힘을 쏟겠다”
지난 7월 1일자로 부임한 서승현 경기 용인소방서장은 1989년 경기소방 소속 소방사 공채로 소방에 입직했다. 그는 경기소방 청문감사담당관과 경기소방 예산회계팀장, 일산소방서장, 화성소방서장, 이천소방서장, 경기소방 소방행정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33년을 경기도에서만 근무했다. 소방사 출신으로 소방준감 자리까지 오른 몇 안 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서 서장이 갓 소방관이 되자마자 겪은 현장은 아직도 그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소방관이 된 지 나흘째 되던 날 수원시 권선구의 한 4층짜리 빌라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급히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건물 2층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신속히 불이 난 곳으로 들어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 소방관이 숨진 7살 아이를 안고 나왔다. 33년 전 일이지만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생명의 고귀함과 소방대원으로서의 사명감을 동시에 느꼈던 순간이다”
서 서장은 소방관 본연의 역할인 ‘고품격 맞춤형 소방서비스 제공’을 모토로 삼고 있다. 특히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환자 이송 등 소방의 고유업무 외에 국민 생활과 관련해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단 생각이다.
“생활안전 출동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민이 필요할 때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는 게 바로 소방관의 임무다. 여름철 배수, 겨울철엔 제설작업 등 국민 생활 전반에 대한 작은 안전 문제까지 망라해야 한다”
이런 양질의 소방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선 대원의 안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서 서장이 오랜 경험으로 내린 결론이다. 특히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원의 2차 사고 방지를 무엇보다 강조한다.
“재난 현장에선 자칫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진다. 과거 한 지하실 화재 현장에서 조명등 전선을 그대로 들고 가다 감전당한 대원이 있었다.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다. 대원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이런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사고들, 또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례들을 모은 책자를 전국 최초로 제작 중이다”
서 서장이 말하는 안전은 단순히 대원의 ‘신체적 건강’만을 뜻하지 않는다. 참혹한 재난 현장에서 묵묵히 본인들의 임무를 수행하지만 그 이면에 병들어가는 소방관의 마음을 살피겠단 구상이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소방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관리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며 소방에 PTSD 관련 예산을 편성한 최초의 인물이다. PTSD는 지금은 널리 알려졌지만 당시만 해도 낯선 의학용어였다.
“경기소방 예산회계팀장으로 있을 때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대원들이 주변에 하나둘 생겼다. 사회복지사인 아내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유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원의 안전을 위해 PTSD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해 경기소방은 약 3~4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전국 최초로 의정부와 수원, 광주, 부천 등 소방서 네 곳에 심신안정실을 시범 운영했다. 2015년엔 강남대학교, 동료상담사 양성 전문기관인 SL컨설팅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소방관 심리회복에 힘썼다.
그가 끌어온 소방관 정신건강 바람은 금세 전국으로 퍼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 소방관서 절반 이상에 심신안정실이 설치됐고 오는 2026년 강원도에 전국 최초 소방심신수련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심신안정실이 처음 도입될 당시 대원들과 경기도의원 등의 호응이 굉장히 좋았다. 짧은 시간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었던 이유다. 심리상담 분야 특채가 생기는 등 소방관 마음 건강을 위한 정책이 많이 추진되지만 여전히 PSTD를 호소하는 대원이 많다. 우리 모두 서로 도와야 하는 부분이다”
<119플러스>가 단일 소방서로선 전국에서 가장 많은 550여 명의 대원을 통솔하며 100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서승현 용인소방서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용인소방서가 올해 추진하는 다양한 시책이 궁금하다. 용인특례시 인구는 약 110만명으로 경기도에서 수원시 다음으로 많다. 신도시와 농촌마을, 도ㆍ농복합마을, 대형 물류창고, 고층 건축물 등 굉장히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특성을 띠는 데다 면적 또한 591㎡로 넓다. 다양한 재난이 자주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그렇기에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용인소방서는 지난 8월부터 직접 현장을 찾아 문제점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답을 구하는 ‘현문현답(現問現答) 현장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현문현답 현장점검은 건물 관계자에게 형식적 컨설팅이 아닌 맞춤형 소방안전 컨설팅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어느 한 업체에서 다량의 유해화학물질을 한곳에 모아 취급하고 있으면 위험할 수 있으니 나눠서 보관하라고 권고한다.
또 용접을 진행하는 현장은 단순히 조심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용접 시엔 불티가 튈 수 있으니 작업 전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소화기나 방화 덮개 등을 주변에 갖춘 후 실시토록 조언한다.
관계자에게 ‘불조심 하세요’라고 부탁만 하면 개선이 안 된다. 문제를 제대로 짚고 설명해줘야 한다. 현장에 문제가 있고 답이 있다.
또 대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매달 ‘119 우수소방관’을 선정해 표창과 특별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용인소방서는 지난해 도내에서 구급과 구조 출동 건수가 가장 많았다.
화재 출동 건수는 두 번째였다. 대원들의 업무강도가 매우 높단 얘기다. 대원들의 정신건강에 신경 쓰는 것도 예방이라고 생각한다. 갑질 예방 등을 위해 대원 간 벽을 허무는 소통 힐링 워크숍도 준비 중이다.
대원 안전을 위해 ‘소방활동 안전사고 사례집’ 발간을 계획 중이라고. 취임 후 가장 먼저 강조했던 게 바로 ‘대원의 안전’이다. 우리 대원의 안전이 선행돼야 고품격 소방서비스가 제공된다. 대원의 안전이 곧 국민 안전인 셈이다.
소방활동 안전사고 사례집은 대원의 실무 경험을 토대로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유형별로 묶은 책자다.
지금껏 대원이 순직했거나 크게 다친 사고 사례는 많이 공유됐다. 그러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례는 잘 모른다. 그래서 전국 최초로 기획하게 됐다.
이 책자엔 철로 근처에선 반드시 열차와 마주 보는 상태에서 소방활동을 하고 궂은 날씨엔 펌프차량과 구급차량의 안전거리를 더 확보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본적인 거로 생각하겠지만 사고는 기본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사례집을 통해 대원들이 사고를 예방하는 지혜를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특히 현장 경험이 부족한 새내기 대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소방서ㆍ119안전센터 등 시설 확충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고양특례시엔 고양소방서와 일산소방서, 성남시엔 성남소방서와 분당소방서가 있다. 용인특례시는 이 두 곳과 인구가 비슷한데도 여전히 1 소방서 체제를 유지 중이다. 용인소방서의 소방관 1명당 담당 인구수가 전국 최고 수준인 이유다.
소방서 신설은 용인특례시의 숙원사업이다. 용인 서부권인 기흥구와 수지구는 용인특례시 인구의 약 76%인 무려 82만명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임시청사를 마련해 제2현장지휘단과 제2민원실을 운영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소방서 신설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임기 동안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의원 등을 만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계획이다.
소방서 신설과는 별도로 성복119안전센터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이다. 수지구 성복동 547-1번지에 1층, 290평 규모로 건립된다. 현재 공정률은 25%로 2023년 2월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 8월 경기 이천의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졌다. 피난약자 이용시설 소방안전에 관한 대책이 궁금하다. 지난 8월 5일 경기도 이천의 한 건물 3층에서 스크린 골프장 철거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해 위층(신장투석 전문의원)에 있던 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용인소방서는 이 사고 후 화재 시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528곳에 대해 소방안전패트롤 불시단속을 시행했다.
소방안전패트롤은 관계자 편익에 따라 행해진 소방시설 차단과 방화시설 훼손 등으로 인한 화재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소방안전패트롤 결과 방화시설 훼손ㆍ변경 위반, 수신반 임의조작으로 인한 미작동 등 소방시설 차단, 피난동선 상 물건적치로 인한 피난장애 등 관련법을 위반한 88곳을 적발했다.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불법사항이 적발된 곳은 계도 조치 없이 무관용법칙을 적용했다. 관계자나 건물 이용자에게 소방ㆍ방화시설 관련 위법 행위를 목격했을 때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도 하고 있다.
해마다 구급대원 폭행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구급대원이 폭행당했단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우리 서는 구급대원 폭행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현장 활동의 유의사항 등 방지대책을 구급대원과 함께 토론하고 교육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또 주취자 신고 등 폭행 가능성이 있는 현장에 출동할 땐 안전헬멧과 다기능 조끼를 착용하고 CCTV가 없는 현장에서의 폭행 발생에 대비해 증거수집을 위한 웨어러블 카메라를 활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폭행피해를 당한 구급대원의 회복을 위해선 인사 행정지원과 심리치료사 연결, 병원 진료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고. 우리 서는 각 119안전센터 주요 도로 509개 교차로에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설치해 운용 중이다. 이 시스템은 출동하는 소방차량이 신호대기 없이 신속하게 목적지에 가도록 교통신호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체계다. 각 119안전센터 펌프차량에 1대씩 설치됐다.
실제 펌프차량을 타고 역북119안전센터에서 송담대역사거리까지 총 3㎞를 운용해본 결과 평상시 8분 소요되던 출동시간이 4분 30초로 크게 단축됐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앞으로 용인특례시 등과 협의해 우선신호시스템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장뿐 아니라 연구논문 발표대회에서도 대원들의 큰 성과가 있었다고. 용인소방서는 2022 현장대응역량 강화 방안 연구논문 발표대회에서 전국 1위의 쾌거를 이뤘다. 문충락 현장대응단장과 황인호 소방위, 주형근 소방장, 남희재 소방사가 팀을 꾸려 대형 물류창고 화재 대응 성공 솔루션에 관해 발표했다.
이 논문은 최근 소방관 순직 등 인명사고가 발생한 세 물류창고(양지 SLCㆍ쿠팡ㆍ팸스)의 화재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대형 물류창고 표준작전절차(SOP)를 개발한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세 현장을 상온ㆍ정온, 냉동ㆍ냉장, 신축공사장 등으로 구분해 그에 따른 특징과 전략, 전술 등을 제시했다.
현장지휘관의 지휘역량 강화, 대원의 안전사고 방지, 성공적인 화재대응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2 경기도 소방기술경연대회 화재 진압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각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용인특례시 소방안전 분야 총 책임자로서 각오와 함께 전국 소방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최우선 지휘관으로 정확한 현장 상황 판단과 위험예지를 길러 대원들의 안전사고 예방에 힘쓰고 대원 개개인이 더 높은 수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성장시키는 리더가 되겠다.
또 안전을 해치는 각종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신속ㆍ공정한 소방서비스를 제공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 ‘살고 싶은 도시 용인’, 더 나아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후배 소방관 여러분께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여러분이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
부지런함과 친절함, 늘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대한민국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 주길 바란다. 대한민국 소방관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거다. 모두 함께 노력하자.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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