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어진에서 형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변호사 주어진입니다.
지난 호까지는 부동산ㆍ민사 영역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이번 호에는 형사 사건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119플러스> 구독자분들께서도 상황에 따라 형사 고소를 하거나 피소(고소를 당함)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형사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논해볼까 합니다.
이 중 형사 소송에 대한 간략한 정의와 진행 과정, 사건에 피의자(가해자)로 피소된 경우 대응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형사 소송과 민사소송의 차이는? 형사 소송은 형벌법규를 위반한 사람을 재판하는 절차입니다. 이에 비해 민사소송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일어나는 법률관계 내지는 재산 분쟁 등을 다루는 소송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을 폭행한 경우 수사기관이 조사해 A를 처벌하는 절차는 형사 소송, 피해자인 B가 A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절차는 민사 소송입니다.
따라서 A가 형사 소송 절차에서 유죄로 인정돼 벌금을 내더라도 이는 국가에 납부하는 겁니다. B가 A를 상대로 치료비 등의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선 별도로 민사 소송을 해야 합니다.
형사 사건의 진행 과정 형사 사건의 대략적인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 또는 고소장을 접수하면 ② 수사기관인 경찰에서 피해자를 불러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③ 그 후 가해자를 조사한 뒤(실무적으로는 피의자 신문이라고 합니다.) ④ 경찰에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검사에게 사건을 보냅니다(이를 ‘송치’한다고 합니다). ⑤ 경찰의 수사 보고를 받은 검사는 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보완 수사, 수사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검사 처분(불기소, 기소, 기소유예 등)을 내립니다. 이 중 검사가 유죄라고 생각되면 유ㆍ무죄 판단 권한이 있는 법원에 사건을 보내 최종적인 판단을 구하는데 이를 ‘기소’한다고 합니다(참고로 기소와 공소 제기는 실무상 같은 의미입니다). ⑥ 검사의 ‘기소’가 이뤄지면 법원은 비로소 사건에 대해 형사 재판으로 유ㆍ무죄 판단을 하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형사 사건이 진행됩니다.
형사 사건의 피의자로 피소된 경우 가장 중요한 대응 시점은 언제일까? 사안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가장 먼저 이뤄지는 과정인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경미한 사안의 경우 경찰에서 재량으로 불송치(검찰로 보내지 않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고 싸움이 벌어져 상대방이 경미한 상해를 입은 때를 상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검사가 상해죄로 기소해 법원에서 상해죄 성립이 인정되면 보통 벌금형이 선고됩니다. 이때 벌금형도 전과가 남게 되므로 향후 이력에 오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 단계에서 대응을 통해 상대방과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엔 경찰의 재량으로 사건을 불송치로 종결처리 하거나 죄명을 상해죄에서 폭행죄(더 가벼운 범죄)로 변경해 검사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즉 정식으로 형사 사건화를 시킬지, 본격적인 형사 사건이 진행되기 전 중재를 통해 사건을 자체 종결처리 할지에 대한 폭넓은 재량권은 의외로 경찰에게 있습니다.
이에 반해 검찰 단계를 지나 (검사의 기소로) 법원 단계까지 이르면 유죄가 나올 확률이 통계적으로도 약 97% 이상입니다. 따라서 경미한 사건으로 형사 문제가 발생한 경우 될 수 있으면 경찰 단계에서 대응하는 게 전과를 남기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둘째, 경찰 단계에서 작성된 수사기록들이 판사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구체적으로 경찰 단계에서는 피해자를 불러 피해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이를 문서화한 게 ‘피해자 진술조서’ 입니다) 피의자(가해자)를 불러 조사하면서 소명하길 요구합니다(이를 문서화 한 게 ‘피의자 신문조서’ 입니다).
그 후 경찰은 ‘피해자 진술조서’와 ‘피의자 신문조서’를 토대로 추가적인 증거 등을 수집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가 적극적으로 혐의를 다투며 소명하는 경우 경찰은 이러한 피의자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조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즉 피의자는 소명의 정도와 내용, 소명 시점을 적절하게 조정하면서 수사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수사기록은 고스란히 판사가 받아보게 되므로 판사가 사건을 판단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한편 간혹 형사 사건을 맡기시는 의뢰인 중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이 있는데도 경찰 단계에서 소명하지 않았다가 법원 단계에서 뒤늦게 소명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피의자의 결백을 재조사할 것을 검사나 경찰에 요구할 권한은 없습니다. 재판을 진행하다 말고 피의자의 억울한 사정을 참작해 재조사가 이뤄지길 기다리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형사 피의자가 된 경우 반드시 경찰 단계부터 빠짐없이 혐의에 대해 체계적인 소명하시길 권유 드립니다.
경찰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권유하는 경우 이에 응해야 할까? 거짓말 탐지기는 검사를 받는 사람의 맥박과 혈압, 호흡, 땀 같은 신체 기능의 변화를 측정해 그래프로 나타내는 기계입니다.
통상적으로 경찰은 다른 증거자료나 진술을 따르더라도 사실관계의 입증이 불분명한 경우 피의자와 피해자를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권유하곤 합니다(예를 들어 밀실에서 남녀 단둘이 있었는데 여자는 강제추행을 당했다, 남자는 강제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우).
아는 독자분들도 계시겠지만 거짓말 탐지기의 증거능력은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짓말 탐지기의 탐지능력 자체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예시로 든 위의 사안도 제가 실제로 담당한 사건인데 남자와 여자 모두 진실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증거능력도 없는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 굳이 응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안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번거로움을 무릅쓰더라도 대체로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을 권유하는 편입니다.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 그 자체를 신경 쓰기보단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 대응하는 피의자와 피해자의 반응을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즉 경찰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제안했을 때 피의자가 당당하게 응하는 태도를 보이는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응하지 않는 건지를 별도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해 첨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수사보고서에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제안하자 적극 응하겠다고 하며 조사 일정을 알려달라고 함”이라고 기재된 사람의 진술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제안하자 안절부절못하며 땀이 많은 체질이라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함”이라고 기재된 사람의 진술보다 신빙성이 있어 보임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형사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형사 사건에 있어 적극적인 대응은 언제가 적합한지, 수사기관에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제안하는 경우에 이에 응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호에는 형사 사건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때 유의할 점과 변호사 선임 시점 등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날이 무척 더운데 늘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법무법인 어진_ 주어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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