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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기계적 요인이기는 하나 부주의 가능성이 더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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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6/05/04 [10:00]

[화재조사관 이야기] “기계적 요인이기는 하나 부주의 가능성이 더 큰…”

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6/05/04 [10:00]

평소 우린 쉽게 말한다. 

 

“화재는 제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다”

 

불이 제어되면 연소라 하고 연소 현상이 제어되지 않아 불길이 커지면 화재라 한다. 불, 연소, 화재는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엄격하게 구별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화재조사관이라면 이 세 가지를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불과 연소, 연소와 화재를 막상 구별하려면 쉽지 않다. 불은 단순하게 가연물이 타는 현상이다. 여기에 더해 빛과 열을 내는 산화 현상을 연소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소 규모가 커져 소화 필요성을 느끼는 건 화재다. 

 

하지만 대부분 불이나, 연소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담뱃불을 보고 화재라 하지 않는다. 담뱃불이 주변의 가연물을 연소시켜 불길이 커지고 제어의 필요성을 느낄 때 비로소 화재라고 한다.

 

용접을 주로 하는 공장에서 용접 불티는 그저 당연한 작업공정의 일부분이다. 그 불티를 화재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용접 불티가 축열과 가연물을 접해 유염 연소 현상이 관찰되고 불길이 주변으로 확대된다면 그 현상은 분명 화재다. 

 

같은 현상이지만 이로우면 연소, 해로우면 화재다. 즉 사람의 의도에 반해 발생하는 연소 현상은 제어돼야 하고 이를 화재로 본다. 반대로 사람의 의도에 의해 불을 놓아 발생한 연소 현상을 두고 당사자 이외엔 모두 화재라고 한다.

 

법률에서 화재는 ‘사람의 의도에 반하거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는 연소 현상으로서 소화할 필요가 있는 현상 또는 사람의 의도에 반하여 발생하거나 확대된 화학적 폭발 현상을 말한다’로 규정한다. 또 ‘고의 과실에 의해 발생하는 연소 현상으로 소화할 필요가 있는 연소 현상’으로 정의한다. 

 

‘소화할 필요성이 없다’는 건 화재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의도에 반하는 화학적 폭발 현상을 포함한다. 화학물질을 교반해 어떤 물건을 생산하려는 공정에서 어떠한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폭발이 발생했다면 이는 화재다.

 

화재를 논하는 건 화재조사관이 화재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우선 해석돼야 한다. 즉 법률에서 규정하는 내용을 토대로 화재냐, 연소 현상이냐를 구분한 후 조사를 결정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화재는 주로 ‘의도치 않거나 고의로 발생해 인간의 생명, 재산, 건강에 피해를 주는 현상으로 소화시설이 필요한 통제되지 않는 연소 현상’으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보험회사에서는 ‘화재란 원래 연소 목적으로 사용한 연소 자리, 즉 불 자리에서 불이 벗어나 나타나는 탄화 현상’으로 정의한다. 

 

즉 연소 기구의 연소로에서 벗어난 불티나 불꽃이 날아가 다른 물질을 탄화시킨다면 화재로 본다. 정상적인 연소 현상이 아니고 불완전한 연소 현상이나 연소로를 벗어난 연소 현상을 화재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률과 보험회사에서 정의하는 화재 해석에 차이는 있지만 연소의 장소적 현상, 확대 등을 토대로 할 때 화재의 정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연소 기구에서 불완전 연소로 인해 그을음이 발생한다면 검은 연기가 배출될 것이다. 

 

하지만 미연소한 입자들이 그을음 내에서 연소하는 현상, 즉 불티가 배출돼 날아가 가연물에 탄화 흔적을 남긴다면 화재로 해석되는지, 소화할 필요성이 없어 화재로 분류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있다.

 

2025년 대한민국 화재 통계를 살펴보면 총 화재 발생 건수 3만8344건 중 1만7173건, 44.7%가 부주의 화재다. 부주의는 평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기계적 요인에 따라 화재가 발생했다면 기계 작동 중 고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기계를 잘못 작동해 발생하곤 한다. 즉 부주의에 의한 기계 작동이 원인일 때가 많다.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은 기계적 요인이다. 기계에서 발생하면 기계적 요인 중 제조물에 의한 화재인지, 사용자 과실에 의해 발생한 화재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어느 해 초여름 새벽 도금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발화지점 판정ㆍ목격자 진술

공장의 야간 근무 직원인 한 씨는 평소대로 지정된 시간인 오전 2시 30분께 도금 수조의 전원을 작동시켜 놓고 근무지로 돌아가 정상 근무했다. 이후 4시 37분께 무인경비 시스템 경보가 울려 공장 건물 내부를 살펴보니 검은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고 했다. 

 

CCTV를 확인하니 근무자 한 씨가 도금 수조의 전원을 켜는 시간은 오전 3시 20분께로 확인됐다. 5분 후 CCTV에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이물질이 날아드는 형태가 확인됐다. 연소 생성물이 날아드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화재는 니켈 도금 수조와 수세1) 조에 한정된 탄화 형태가 잔류했다. 니켈 도금 수조와 수세조에 연결된 전선에서 용융 흔적이 관찰되고 차단기는 트립된 상태였다. 도금 수조에는 시즈 히터(Sheath Heater)가 잔류해 있었다. 

 

주변으로 분열 흔적이 나타난 것으로 볼 때 도금 수조에서 발열ㆍ발화한 화재로 보였다.

 

▲ [사진 1] 공장 내부

▲ [사진 2] 발화지점


공장 내부는 탄화 형태가 식별되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그을려 있었다. 그런데 다른 지점에 비해 수열 형태나 탄화 형태가 심하게 식별된 지점이 있었다. 철재에 잔류한 변색 흔적은 일부 적산화 현상이 식별됐다. 집중 수열 받은 형태도 보였다.

▲ [사진 3] 발화지점 추론


위쪽 사진의 H 빔은 도색이 원색으로 잔류한 형태다. 수열 흔적이 살펴지지 않았다. 반대로 아래쪽 사진의 H 빔은 안쪽으로 검게 그을려 수열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쪽 사진 적색 사각 부분은 왼쪽에서 수열 받은 형태로 발화지점을 축소하는 단서가 됐다. 

▲ [사진 4] 연소 방향성


[사진 4]의 왼쪽 발화지점에서 주변으로 연소 확대한 흔적이 식별됐다. 뒤쪽은 사진과 같이 수열 흔적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전면에서 발화해 수조 주변으로 연소한 형태다.

▲ [사진 5] 발화지점 추론


바닥 부분까지 집중적으로 탄화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측면 수조의 경우 탄화한 형태보다는 수열 형태만 관찰됐다. 다만 일부가 변형돼 있었다. 수조 내부에 물이 있었기에 연소 확대 피해보다 냉각 효과가 크게 작용해 탄화하지 않은 거로 해석했다.

▲ [사진 6] 탄화 지점 비교

 

①번은 수세조, ②번은 니켈 도금 수조다. ②번 니켈 도금 수조가 다른 부분보다 탄화 형태가 더 깊은 것처럼 보였다.

 

▲ [사진 7] 니켈 도금 수조

 

니켈 도금 수조가 집중적으로 탄화한 형태다. 내부에 시즈 히터가 변색한 상태로 잔류해 있다. 수조 구조물 붕괴 형태도 시즈 히터를 중심으로 심하게 식별됐다. 

 

니켈 도금 수조 바닥 부분에 적산화 현상과 분열 흔적이 관찰됐다. 수조 구조물의 용융 형태나 탄화해 소락한 형태가 발열ㆍ발화한 것처럼 보였다.

 

▲ [사진 8] 니켈 도금 수조 내 시즈 히터

 

니켈 도금 수조 내 시즈 히터가 집중적으로 탄화한 형태다. 시즈 히터 피복이 모두 손상된 채로 잔류했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탄화한 형태는 시즈 히터가 발열하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사진 9] 수세조 탄화

 

수세조 위쪽 사진의 집중적으로 탄화한 지점에서 시즈 히터 두 개가 발굴됐다. 뒤쪽으로는 강한 용융 탄화 형태가 식별됐다. 관계자는 “수세조 내부 시즈 히터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히터 봉에서 발열한 형태는 식별되나 화재 발생 이전에 사용할 때 발생한 흔적인지, 화재 원인이 된 건지는 단정할 수 없다. 다면 전선이 연결된 부분이 군청색으로 변색한 상태로 잔류했다.

 

▲ [사진 10] 컨트롤 패널

 

메인 차단기는 관계자에 의해 OFF 상태였고 ELB 1개는 트립(Trip) 상태로 잔류해 있었다. 트립된 차단기는 니켈 도금 수조 3번의 차단기로 확인됐다.

 

▲ [사진 11] 수세조 히터 설치


동일한 수세조 시즈 히터가 일자 형태, 수직으로 설치돼 있었다.

▲ [사진 12] 니켈 도금 수조 비교


동일한 니켈 도금 수조에 설치된 히터다. 시즈 히터 봉이 각각 세 개씩 설치됐고 수조의 물이 일정량 이상이 되면 넘쳐 배출하는 구조였다.

▲ [사진 13] 한 씨가 수조 스위치를 켜는 장면


야간 근무자 한 씨가 도금 수조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각각의 스위치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새벽에 스위치를 올리는 건 미리 세팅해 놓은 도금 수조의 온도를 올려 출근한 직원들이 바로 작업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 [사진 14] 이물질 확인

 

오전 3시 27분께 CCTV에 이물질이 날아다니는 형태가 촬영됐다. CCTV 영상에서 간간이 이물질이 날아드는 형상이 식별됐다.

 

▲ [사진 15] 연기 출연 


이물질이 날아다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연기가 공장 내부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때 시간은 오전 3시 38분이다.

연소 확대 경로 추정

초기 목격자인 한 씨는 야간 경비 근무자로 오전 4시 37분께 무인경비 시스템 경보로 건물 내부를 살펴보니 검은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고 진술했다. 

 

CCTV 상 최초 연소 부산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날아드는 게 확인되는 시간은 3시 27분으로 근무자 한 씨가 화재를 인지하기 1시간 전부터 탄화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당시 전기적 이상이 확인되지 않아 수세조나 니켈 도금 조에 설치된 시즈 히터의 지속적 발열 작용 때문에 발화된 화재로 추정했다.

 

화재 원인 검토

화학적 요인

탄화된 부분이 도금 작업 관련 수조에 한정돼 나타나 있다. 도금 수조에서는 니켈과 황산니켈, 차아인산 나트륨, 물을 혼합해 사용했다. 수조 내부에서 산화 열이나 중합열, 발효열 등의 발열 조건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탄화된 수조 두 개 중 한 개는 수세조다. 즉 물만 담아 도금 제품을 세척하는 부분이다. 니켈 도금조에는 니켈과 황산니켈, 차아인산 나트륨, 물 등이 혼합돼 있었으나 물의 비율이 현저하게 많았다는 진술이 있어 화학적 요인에 의한 발열은 적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방화 가능성

공장 내부에 폐쇄회로가 설치돼 있고 야간 경비 근무자가 근무하는 상황인데 외부인이 출입해 방화했을 개연성은 적을 거로 봤다.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으나 화재로 인한 경제적 이익보다는 영업 손실이 크고 야간 근무자가 근무 중인 모습이 CCTV에서 확인됐기에 내부인의 방화 개연성도 적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적 요인

오전 3시께부터 수조 전원을 올리는 모습이 CCTV에 촬영되고 전등이나 CCTV 전원이 그대로 통전 되는 상황이어서 전기적 이상일 개연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CCTV 영상을 보면 연기가 가득할 때까지 촬영돼 있어 전기적 발화 개연성은 적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컨트롤 패널의 ELB가 트립된 상태는 부하 측의 전기적 이상이 있었던 거로 해석된다. 

 

다만 전선이나 전기 시설에서 이상점이 특정되지 않았고 화염 전파에 의해 트립된 상태일 가능성도 있어 전기적 요인은 조심스럽지만 배제했다.

 

부주의 가능성

야근 근무자 한 씨가 근무 중 새벽에 도금 수조의 전원을 켜는 행동은 근무 중 일반적인 행동이다. 따라서 CCTV에서 확인되는 모습만으로 부주의 가능성을 논할 수 없었다.

 

결론

▲ [사진 16] 탄화 지점

 

작업공정 일부만 탄화한 형태고 플라스틱이 용융된 채로 잔류해 있어 수열 방향성을 알 수 있었다. 화재 발생 시간이 야간이고 야간 근무자가 도금 수조의 전기를 올리는 모습이 오전 3시 20분께 촬영돼 있으며 화재 발생 수조들은 이보다 먼저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고 진술했다. 

 

3시 27분께 연소 생성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날아다니는 형태가 CCTV에 촬영돼 있다. 3시 32분께 촬영된 영상에서는 연기로 인해 화염이 흐려지는 형상이 관찰됐다. 화재 발생 시간은 연소 생성물이 확인되는 3시 27분 전으로 추정했다. 

 

다른 수조보다 심하게 탄화된 수조는 수세조와 니켈 도금 수조다. 두 수조 모두 시즈 히터가 설치돼 있었고 수세조에 수조의 온도를 측정하는 서미스터가 설치돼 있었다. 

 

서미스터 외부 피복이 소실됐고 수조 외부 플라스틱 부분도 탄화된 채로 잔류해 있었다. 니켈 도금 수조의 경우 수조 내 시즈 히터의 발열 흔적이 일부 있으며 수조의 바닥 부분까지 탄화된 형태로 잔류해 있었다. 타 부분보다 심하게 탄화되고 주변으로 분열한 흔적이 관찰됐다.

 

전기는 통전이 확인되고 컨트롤 패널에 차단기가 트립된 상태로 잔류된 건 니켈 도금 수조 3번이다. CCTV 영상에 촬영된 형태는 전기적 이상에 의해 발화된 현상보다는 서서히 발열ㆍ발화된 형태로 관찰된다. 

 

이물질이 날아다니고 연기가 서서히 많아지는 형태로 화염이나 발열 형태가 서서히 진행된 거로 판단했다. 최초 발화로 추정되는 시간은 3시 27분께고 신고 시간은 4시 38분께로 약 1시간 정도 차이가 있기에 유염 연소보다는 무염 연소로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관계자는 수세조를 사용하지 않았고 니켈 도금조는 지속해서 사용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조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물질과 짙은 연기, 전기 시설, 수열, 탄화 형태 등을 종합할 때 니켈 도금 조의 시즈 히터 이상 발열로 발화된 화재로 판단했다.

 


1) 수세: 물로 씻어 처리하는 방식

 

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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