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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발열 상황을 알면서 망각한 것은 방화인가? 부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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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5/10/02 [10:00]

[화재조사관 이야기] "발열 상황을 알면서 망각한 것은 방화인가? 부주의인가?"

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5/10/02 [10:00]

일상생활을 하면서 조금 게으르고 나태해지는 건 모든 이의 습관이 아닐까.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서 뒹굴뒹굴하며 “조금만 더”를 외쳐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거다. 하지만 안전과 관련된 일은 게으름이 엄습해도 절대 동참해선 안 된다. 안전은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행복이기 때문이다.안전과 재난은 서로 공존한다. 부지런하면 안전할 수 있고 게으르면 재난이 찾아들 수 있다.

 

지난 6월과 7월에 연이은 공동주택 화재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유가족이 가장 큰 슬픔을 가슴에 묻는다. 그 아픔을 헤아린다고 말하지만 그 누구도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을 아우를 수 없다. 하지만 주변인은 유가족의 아픔보다 “왜? 불이 났대? 어디서 사망했대? 왜 대피하지 못했는데?”하는 궁금증만 해소하려고 한다.

 

외부 강의에 나가면 꼭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여러분은 화재진압 전문가가 아니다. 화재를 진압하기보단 우선 대피하고 119에 신고하라! 불이 발로 밟아서 끌 수 있는 정도라면 바로 진압하고 그보다 크다면 반드시 먼저 대피한 후 119에 신고하라!”고 강조한다.

 

화재조사관으로서 화재를 판단할 때 궁극적으로는 전기적 요인이지만 자세히 분석해 보면 부주의일 때가 있다. 가정 내 전기 배선이나 멀티 코드는 사용자가 선택해 사용하는 거다. 전기 배선을 하는 경우 전기에 대한 기술적 지식이 얼마나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필자는 전자와 소방방재공학을 전공했기에 전기 설비의 배선은 반드시 규격을 보고 선택해 배선한다. 연결할 때도 쥐꼬리 연결 방법보다 겹친 연결 방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하는 건 접촉 저항을 줄이고 혹여 인장력이 발생해도 견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서 전기적 요인 중 접촉 저항에 의한 발열, 발화 부분을 살펴보면 쥐꼬리 연결 방법이 대부분이다. 물론 쥐꼬리 연결 방법이 다 위험하다는 건 아니다. 쥐꼬리 연결도 견고하고 탄탄하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멀티 코드는 어떤가. 연결에 또 연결하면서 소위 문어발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수칙을 홍보할 때도 ‘문어발식 코드 연결은 위험하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간과하고 사용한다.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있어 바로 이상이 발생하면 사용자가 인지하고 조치하지만 문어발식 사용의 문제는 시간을 두고 누적돼 나타나기에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곤 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안전수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안전수칙은 간과하거나 무시해 버리는 습관이 사회에 만연하다. 조금만 부지런한 생각으로 행동하고 안일한 생각은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주의 화재는 게으름, 귀찮아하는 버릇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이번 호에서는 어느 재활용작업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소개한다. 특이한 점은 더 많이 탄 곳이 발화지점이 아니라는 거다. 화재는 어느 해 봄이 한창이던 때 오전 3시 30분께 발생했다. 목격자는 한 사람도 없었고 숨은 목격자는 밤새 현장을 촬영하고 저장했다. 작업장 내 기숙사에서 취침 중이던 직원이 “펑, 펑”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고 밖으로 나와 화재를 인지했다.

 

▲ 화재 현장 

 

소방대 도착 시 이미 화재는 최성기였다. ○○자원과 ◇◇전자 재활용작업장이 맞닿아 있었고 두 작업장 모두 최성기인 게 문제였다. 두 개의 불기둥이 보였기에 각각 독립된 화재로 식별됐다. 

 

‘각각의 원인이 있는가? 아니면 방화? 연소 확대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인가?’ 여러 시각에서 현장을 살폈다. 이런 화재는 화재조사관으로서 화재 원인 규명보다 발화지점을 규명하는 게 더 부담될 수 있다.

 

목격자 진술과 발화지점 판정

최초목격자인 도 씨는 ○○자원 숙소에서 취침 중에 “펑, 펑”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와 보니 ○○자원 쓰레기 더미 부근에서 불꽃이 번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진술을 토대로 현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먼저 혹시 현장에 설치된 CCTV나 주차된 자동차의 블랙박스가 없는지 살폈다. 다행히 현장에 설치된 CCTV가 있었다.

 

○○자원은 생활 쓰레기를 분리해 재활용하는 작업장이다. 파쇄기와 분쇄기를 이용해 철제깡통을 파쇄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스크랩과 쓰레기를 분리한다. 

 

CCTV를 확인하니 화재 전일 낮에 파쇄ㆍ분쇄 작업을 진행하는 공정이 확인됐다. 자정께 쓰레기 더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작업자가 연기를 인지해 쓰레기 더미를 뒤집고 수돗물로 냉각시켰다. 

 

주간 작업이 끝나고 현장 작업자가 모두 퇴근한 오후 8시 53분께 같은 지점에서 연기가 분출했다. 이후 오전 3시께 연기와 불꽃이 CCTV에서 확인되는 점으로 볼 때 발화지점은 쓰레기 더미 같아 보였다.

 

▲ 연소 상황

 

연소 상황을 살펴라!

◇◇전자는 전소된 후 쇠퇴기였고 ○○자원은 최성기 상태였다. 화세로만 판단했을 땐 ◇◇전자에서 ○○자원으로 연소 확대한 것처럼 보였다. 연소 확대 과정을 처음부터 목격한 게 아니라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마치 최초 발화지점은 모두 연소하고 연소 확대한 부분에 화염이 잔류한 형태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조사할 땐 단편적인 면보다는 여러 시각에서 봐야 한다. 되도록 현장의 4 방면을 살피는 게 좋다.더 나아가 주변 높은 건물에 올라가 현장 전체를 내려볼 수 있다면 더 좋다. 

 

주변 건물이 없다면 드론을 이용해 현장 직상부에서 화재 현장을 확인한다면 연소 확대 방향이 쉽게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조건이 안 된다면 사방을 관찰한 뒤 내부를 살피고 내부에 설치된 CCTV나 주변에 주차된 자동차 블랙박스를 확인하는 것도 발화지점을 찾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현장은 교과서처럼 펼쳐져 있지 않다. 때론 한 방면만 보는 데 그치고 어떤 현장은 두 방면 이상 보기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화재조사관은 현장을 최대한 많이 살피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대한 많이 봐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어떤 원인이 발굴됐다 해도 그 원인을 맹신할 게 아니라 다른 원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발굴된 원인이 현장 조건과 주변으로 분열 흔적이 있는지도 관찰해야 한다. 뚜렷한 증거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마치 화재 원인인 양 치부하고 조사를 마무리하면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발화지점을 추론하라!

이번 화재로 두 업체가 연소했다. 먼저 최초목격자가 자고 있던 ○○자원 내부에는 화염이 그대로 잔류하고 있었다.

 

▲ ○○자원 내부 


○○자원 내부에 파쇄기 컨베이어가 연소하는 상황이다. 건물을 구성하던 샌드위치패널 단열재와 측면 천막은 모두 소실되고 철골만 앙상하게 잔류했다. 이렇게 연소하면 발화지점 찾기가 녹록지 않다. 이런 경우 가연물의 위치나 양을 확인할 수 있다면 화재 하중을 예측할 수 있는데 그 양과 가연물이 무엇인지 확인하긴 쉽지 않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재활용 쓰레기요” 하고 만다. 세세하게 얘기해주면 좋으련만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연소하는 형상을 보며 망연자실할 뿐 화재조사관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화재 피해자는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망연자실해서 하는 말도 있겠지만 화재조사관 질문에 무심코 체념하면서 하는 말들이 있다. 그런 내용은 화재현장조사서에 모두 기록되는데 후에 발화지점이나 화재 원인을 다투는 일이 발생하면 곤란해질 수 있다.

 

“화재 발생 전 뭘 했어요?”

“점심 먹기 전 그라인더 작업을 했어요”

“다른 작업도 하셨나요?”

“천막 구조물 올리는 작업을 했죠”

“흡연하시나요?”

“예. 담배 피웁니다”

“작업할 때도 흡연하시나요?”

“예. 피울 때도 있죠”

“작업할 때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연기가 나긴 했지만 별문제 없었어요. 

가끔 그런 일이 있으니까요”

“연기가 나면 어떻게 하셨나요?”

“수돗물로 뿌리면 잦아들어 계속 작업하곤 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고 가정해 보자. 만일 주변에 가연물이 있다면 그라인더 불티나 흡연에 의한 담배꽁초 불이 화재 원인일 수 있다.

 

화재조사관은 이런 진술이 있을 때 진술에 관한 판단을 함께 기록해 화재 원인에 관한 오해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그대로 기록하면 부주의한 내용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부주의가 화재 원인이 맞는다면 그에 맞는 논리를 기록해야 하고 아니라면 왜 아닌지를 기록해야 오해의 소지가 없다.

 

어느 지방에서 마치 그라인더 작업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기록한 예가 있다. 하지만 영상 기록이나 진술, 정황을 살펴보니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현장을 조사한 화재조사관이 가장 정확하게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진술에 의존해 현장을 조사하고 원인을 규명했다면 그러한 정황을 기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관계자 이 씨가 저기서 불꽃을 봤대요” 또는 “저 공장에서 불길이 시작돼 우리 공장으로 넘어왔어요” 또는 “공장 차단기는 모두 내렸어요” 등은 자기 면피성 진술이다.

 

화재조사관은 화재 발생 이후 현장을 조사하고 잔류한 형상, 진행 전 상황, 목격자 진술, 발화지점의 분열 흔적 등을 토대로 발화지점을 추론한다.

 

▲ ◇◇전자

 

◇◇전자 소실 형태다. 전소돼 철골조만 잔류해 있다. 내부는 다 타고 연기만 일부 잔류했다. 두 현장을 비교해 보면 한 현장은 모두 소실돼 연기가 잔류했고 한 현장은 연소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느 곳이 발화지점일까? 

 

물론 가연물에 따라 다르지만 교과서적인 내용은 가장 오래, 가장 많이 탄 곳이 발화지점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장은 변수가 많아 가연물의 양에 따라, 가연물의 연소 속도에 따라 다르게 타버린다. 

 

연소 형태로 발화지점을 판단하고 규명하는 건 현장 상황에 따라 다르다. 화재 현장이 한곳에 있다면 많이 타고 오래 연소한 흔적이 있는 곳이 발화지점일 가능성이 크다. 같은 현장이라면 가연물의 종류가 비슷하고 연소 하중만 다르게 나타날 거다. 

 

그렇지만 개방된 PVC 천막과 같은 구조로 가설건축물이 있다면 처음부터 생각을 넓게 하고 연소나 수열 흔적을 살펴야 한다.

 

화염 방향성을 살펴라!

◇◇전자에 잔류한 연소 흔적을 살펴 화염 방향성을 확인했다. 연소 형태는 ○○자원 방향이 더 많이 잔류했다. 물론 가연물이 많아 그럴 수도 있지만 ◇◇전자의 전체적인 연소 형태는 ○○자원에서 화염이 전파한 형상으로 식별됐다. 정확한 발화지점을 확인하기 위해 잔류한 흔적과 미연소 흔적을 비교해 살펴야 한다.

 

현장에 잔류한 지게차 왼쪽은 도색이 원색이었다. 오른쪽은 수열에 의해 소실 또는 소훼된 형태다.

 

▲ 화염 방향성

 

▲ 연소 상황 비교

 

위 사진에서 보면 ◇◇전자 부분이 훨씬 많이 연소했고 일부는 화염이 잔류해 있다. 이런 형태는 작업장 내부에 적재된 가연물의 양에 따라 화재 하중이 달리 나타났기 때문이다.

 

신고자 목격지점을 확인하라!

▲ 신고자 목격지점

 

목격자 도 씨가 최초 화염을 목격한 지점이다. 위 사진의 적색 화살표 지점에서 화염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현장을 확인하니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전자 내부에는 제품이 거의 쌓여 있지 않았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연소했고 오른쪽 벽면이 타 소락돼 있다. 이렇게 내부에 가연물이 없었다는 걸 촬영했다면 기록을 남기는 게 좋다. 

 

▲ ◇◇전자 내부

 

가연물의 양이 없는데도 장시간 연소한 건 화염 전파에 의해 연소한 형태고 시간상으로 볼 때 연소 확대에 의한 지연 연소로도 해석될 수 있어서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시시비비가 있어 정보공개청구 요구가 있을 때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둬야 한다.

 

연소 잔류물을 확인하라!

▲ ◇◇전자 연소 잔류물

 

▲ ◇◇전자 연소 잔류물


◇◇전자 연소 잔류물은 PCB(Printed Circuit Board) 폐기물로 식별된다. 일부는 판, 일부는 가느다란 형태로 잔류해 있다. 일부는 연소하고 일부는 미연소 상태로 잔류해 있다. ◇◇전자의 전자제품은 모두 소실한 형태로 철재 케이스만 남아 있다.

▲ ○○자원 스크랩


위 사진은 오전 11시 50분께 작업하는 모습이다. 이때 까지만 해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파쇄한 가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 오전 11시 53분께 연기 분출


파쇄 작업 후 스크랩에서 연기가 발생한 모습이 확인된다. 이때는 측면에 있던 작업자가 수돗물을 뿌려 연기를 없애는 작업을 했다. 하지만 모두 퇴근한 시간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 연기 분출


화재 전일 오후 8시 53분께 작업장 내부 전체가 뿌옇게 촬영돼 있다. 흐려지면 연기의 유동이 식별되므로 당시부터 스크랩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 오후 8시 40분 화재 발생 전

 

▲ 오전 3시 2분 54초께 화염 목격

 

▲ 오전 3시 2분 57초께 화염 확산

 

▲ 오전 3시 7분 연소 확대 시작

 

쓰레기를 쌓아 둔 지점에서 오후 8시 53분께부터 연기가 확인되고 6시간 후 화염이 목격됐다. 어쩌면 주간부터 축열이 시작됐던 거로 미뤄 짐작된다.

 

연소 확대가 시작되며 주변으로 빛이 밝아지고 컬러로 촬영됐다. 쓰레기 더미에 축열돼 훈소 형태로 진행되다 일정 시간이 지나 유염 연소로 발전하면서 급격하게 주변 쓰레기 더미로 연소 확대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발화지점을 확인하라!

▲ 발화지점

 

발화지점을 확인해야 한다. CCTV에 촬영된 부분이 맞는지,왜곡된 부분은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

 

적색 원 부분이 ○○자원 쓰레기가 쌓여 있던 부분이다. CCTV에서 불꽃이 처음 보인 곳이기도 하다. 연소 형태는 주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샌드위치패널이 군청색으로 변색해 있었다. 직 상부 샌드위치패널은 완전히 연소해 깨끗한 색으로 잔류해 있었다.

 

▲ CCTV와 발화지점

 

적색 원 부분이 CCTV 카메라가 설치된 지점, 적색 사각 부분이 발화지점이다. 목격자 진술과 CCTV에 촬영된 발화지점이 동일하다.

▲ 스크랩과 쓰레기 분출 방향

 

작업장 내부에서 파쇄ㆍ분쇄해 위 사진과 같이 스크랩, 쓰레기를 배출하는 구조로 작업공정이 이뤄진다. 스크랩이 배출되면 집게 크레인으로 암롤 박스에 싣고 쓰레기가 배출되는 부분에 일정량이 쌓일 때까지 모아 놓는다.

 

발화지점ㆍ연소 확대 경로를 다시 한번 확인하라!

신고자 도 씨는 ○○자원 야적장 부근에서 불꽃이 번지고 있었다고 했다. CCTV에 촬영된 지점과 신고자 도 씨가 불꽃을 목격한 지점이 동일하다. 목격자 진술과 CCTV가 촬영한 지점이 일치하고 다른 부분에서 화염 목격이 없는 것으로 볼 때 발화지점은 ○○자원 쓰레기 더미로 판단했다.

 

화재 원인을 검토하라!

화학적 요인을 살펴보면 폐깡통에 잔류한 식용유와 유지, 부탄가스 등은 파쇄ㆍ분쇄 작업 시 교반에 의한 반응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발화지점이 쓰레기 더미로 확인됐다. 

 

쓰레기는 플라스틱의 잔류물, 분쇄 시 발생하는 분진 등이 있어 반응의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주간에 촬영된 영상을 보면 화학적 요인보다는 분쇄 시 발생하는 마찰열이 축열된 상태로 판단된다. 화학적인 반응의 개연성은 적다고 결론지었다.

 

전기적 요인 측면은 발화지점으로 특정되는 부분에 전기 시설이 확인되지 않았다. 발화지점 측면 건물 내부는 전소돼 전기 시설이 모두 소락한 상태고 발화지점 주변에서 전기적 이상이 식별되지 않는 점으로 볼 때 전기적 개연성은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CCTV에 촬영된 연소 확대 모습을 보고 전기적 이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부주의 가능성은 평소 작업공정, 즉 파쇄ㆍ분쇄 과정에서 철재, 알루미늄 등이 마찰열에 의해 축열된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은 인식하고 있었다. 화재 전일에도 쓰레기 더미에서 무염 연소로 연기가 분출되는 게 확인되는데 쓰레기를 그대로 쌓아 놓은 상태로 안전 조치가 없었기에 부주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계자들은 평소 작업공정에서 발생하는 마찰로 쓰레기 더미나 스크랩이 발열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스크랩 출고 시 물을 뿌리는 형상이 녹화된 점으로 미뤄 볼 때 재활용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열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화재 전일 낮에도 쓰레기 더미에서 연기가 분출되자 집게 크레인을 이용해 뒤집는 형상이 확인됐는데 야간에 출화된 지점과 동일하다. 이런 현상은 파쇄할 때 발생한 마찰열이 축열되면서 발화한 형태로 보여 부주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론

○○자원 쓰레기 더미에서 발화된 화재로 관계자와 최초목격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된 연소 패턴, 폐쇄회로 등을 참고로 발화지점을 판단했다. ○○자원은 폐깡통을 파쇄하고 분쇄해 스크랩이라는 재화를 만들었다. 철재와 알루미늄 등을 파쇄하고 분쇄하는 과정에서 마찰열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파쇄ㆍ분쇄 과정을 거쳐 스크랩과 쓰레기로 최종 분류해 배출하는데 이때 스크랩이나 쓰레기 분쇄 시 발생하는 마찰열은 축열된 상태다. 스크랩과 달리 쓰레기는 플라스틱 등 일부 가연물이 섞여 배출되는데 쓰레기에 함축된 열이 다량 쌓이게 되면 발화온도 이상으로 상승해 발화한다. 

 

발열된 쓰레기를 냉각시키기 위해 소량의 수돗물을 뿌려 일부는 바닥으로 흘려보내고 일부는 축열된 쓰레기 더미 내부에서 기화되며 수소와 산소가 공급되는 효과가 발생했던 것으로 생각됐다. 

 

무염 연소로 연기가 분출되는데 이를 냉각시키기 위해 수분을 침투시킨 건 연소의 3요소 중 공기의 공급을 가속하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였다. 장시간 축열된 형태로 열의 상승이 가중돼 발열, 발화된 화재로 판단했다.

 

 

경기 부천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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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소방조직 미래 ‘새내기 소방관’ 교육, 전면 개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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