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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발 없이 머리만 가지고 일하나?

소방기술인협회, 감리영업범위와 감리원 배치기준 이의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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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방기술인협회 대외협력부 윤민식 부장 | 기사입력 2006/05/20 [00:04]

손 발 없이 머리만 가지고 일하나?

소방기술인협회, 감리영업범위와 감리원 배치기준 이의제기

한국소방기술인협회 대외협력부 윤민식 부장 | 입력 : 2006/05/20 [00:04]
변호사 자격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판례가 나왔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자구책으로 변호사의 진입을 막아달라고 청원한 게 아니고,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게 해 달라고 소송을 건 데 대한 법원의 기각판결이라니 참 기가 막힐 일이다.
벼룩의 간을 내 먹겠다는 그 변호사의 섬세한 손재주를 그냥 썩히기는 너무 아까우니 병아리 감별사를 시키면 어떨까한다. 물론 법원의 판결을 구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소방기술사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전문 업무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열 몇 가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논리적 가능성만 가지고 말하자면 몇 백 개인들 못할까. 이건희 회장은 백여 개의 기업을 경영하는데 합리적인 선에서 한번 꼽아보자.
소방설계업(혹은 감리업), 소방시설점검업, 전기설계업, 전기감리업, 전기안전관리업, 학원(혹은 대학)강사, 대략 이상 여섯 가지가 꼽힌다.
전기분야가 아닌 설비분야를 겸업하는 경우에는 안전관리업이 없기 때문에 한 종목이 줄어든다. 이름이 좀 틀리다고 말꼬리 잡지말자. 대략 알아들을 이름으로 열거했다.
 
변호사처럼 변리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등 좋다는 전문직업 중 의사만 빼고 모조리 섭렵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는 못되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너무 많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있는 줄 안다.
그러나 소방은 한 자격으로 그렇게 여러 분야를 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사, 관리사, 타 분야 기술사 등 여러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그런 것이고, 그나마 기술사 혼자서 그렇게 여러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손발 없이 머리만 가지고 일할 수 있나?
그렇게 빈약한 기술사 자격이지만 전문분야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겸업은 금지하는 게 옳다.
소방설계업과 감리업의 겸업을 금지할 때 아마 이런 논리도 내세웠던 것으로 안다.
그럼으로써 겸업종목 하나를 줄였으니 소방방재청 수준에 비추어 보면 참으로 큰 개혁을 했는데, 전기나 설비와 같은 타 분야와의 겸업을 금지했더라면 겸업종목을 더 많이 줄이고 전문분야를 더 심화하는 결과가 되었으리라는 건 우리끼리만 들을 수 있는 복화술이다.
 
그런데 소방 전문분야 안에서 설계와 감리를 분리하는 미증유의 엄격함을 과시한 소방방재청이 왜 타 분야와의 겸업은 못 막았을까?
혹시 타 분야를 주업으로 하고 소방을 부업으로 하는, 소방방재청이 보기에 진짜(?) 같아 보이는 사업가들의 힘이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닐까?
- 에이, 설마 그럴라고?
현장배치 감리원이 타 분야 감리원을 겸직하는 것도 괜찮다는데?
- 그럴 리 없어.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
설계업과 감리업은 겸업 못하게 했어도 점검업은 그냥 놔뒀는데?
- 그건.. 그게.. 저... 뭐랄까........
 
이제 감리영업범위와 감리원 배치 기준에 대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문제를 기필코 처리해야하는 소방방재청의 명분은 민원이란다.
규제를 없애고 기회의 평등을 달라는 타 분야 업자들의 민원을 풀어 주어야 할 공무원의 업무수행이란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거기에 전문기술의 육성보호라든가 사회의 안전 수준 개선이라는 것은 없다.
업자들 간의 이권다툼 조정에 부득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하겠는데, 그 이전에 더 심각히 고려해야할 가치를 도외시하는 것도 이해해 주어야할까?
그럴 거면 소방기술이 왜 소방방재청 소관이어야 하나? 차라리 건교부나 과기부로 넘겨주는 게 옳지 않을까? 아니 차라리 법무부로 넘겨라. 이판사판 변호사들 하고 한번 붙어보게.
 
소방기술업계에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방방재청이 조금이라도 기술업무와 국민의 안전에 관심이 있다면 소방기술업계의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머리를 맞대는 성의를 보여야하고, 감리원 배치 문제를 검토하는 데도 이런 측면의 고려가 선행되어야한다. 여러 가지로 검토한 결과 소방전문기술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뚜렷한 의사표시가 있은 연후에 이 일이 업자들의 이권다툼이라고 규정하여야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규제를 푸는 것이 옳은 방향이므로 소방업계의 진입장벽을 없애야한다고 그러더라 하는 것이 소방방재청의 변이다.
물론 그럴 만도 하다. 규개위가 언제 업계 당사자들 보고 물어봤나? 담당부서의 의견이랍시고 규제완화가 원칙적으로 옳다는 소방방재청의 말만 들었을 테니 그런 의견이 나올 수밖에.
부동산 정책은 날로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 사회의 규제수요 때문이다. 안전도 마찬가지로 사회가 선진화할수록 규제수요가 높아진다.
규제수요는 각 개별사안으로 판단할 문제이지 원칙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원칙만으로 판단할 거면 규개위는 왜 있나? 그냥 모든 규제를 단번에 확 풀어버리지.
 
요즘 소방기술사가 한편으로는 넘쳐나면서 또 한편으로는 구할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소방관련법규를 개정하면서 설계와 감리 겸업을 금지한 것이 그 단초이다.
그렇게 급격한 변경에 대해서는 업계가 한 목소리로 반대를 했다. 그러나 소방방재청의 뚝심을 당할 수 없어 설계와 감리는 분리되고 말았고 소방기술사 품귀현상은 당연히 발등의 불이 되었다. 부랴부랴 소방기술사 선발을 대폭 늘렸으나 사람의 수요공급은 책 속에 그래프처럼 그렇게 척척 교차되는 점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서 극도의 혼란이 계속 중이다.
그래서 몇 년에 한 건 나올까 말까한 대형 건물에만 기술사를 배치하도록 하고 현행 기술사 배치 규모 중 상당수를 특급의 업무 범위로 넘기겠다고 한다.
소방기술사의 대량 배출로 그럭저럭 정리가 되는 듯 하던 감리원 배치기준에 또 한 번의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는 것인데, 이미 겪어 본 혼란을 또 자초하는 이유가 뭘까?
거기에 심각한 궤계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추측이 만연하고 있다.
특급인력에 대한 수급불균형을 폭발시켜 특급과 고급을 사실상 통합하려는 의도라고, 전혀 믿고 싶지 않은 얘기를 하는 미운 사람들이 많다.
퇴직 동료를 위한 눈물겨운 의리 때문이라나 뭐라나......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
 
정말 소방방재청의 행정관료들이 소방기술 환경을 규제하는 이런 상황을 계속 감수해야하나, 기술적 규제는 기술을 이해하고 발전에 관심을 갖는 부서로 이관해 달라고 운동이라도 벌여야하나, 고민스러운 나날이다.
미국에서 최고의 섹시가이(밤일 잘한다는 뜻이 아니라 멋있다는 뜻이다)가 소방관이라는데, 진압업무에만 전념하는 한 우리도 또한 그러하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국소방기술인협회 대외협력부 윤민식 부장
 
 
※편집자 주: 본 기고문 내용은 본사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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