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화재조사관 이야기] 흡연 후 던진 담배꽁초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부메랑이 됐다

광고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3/01/20 [10:00]

[화재조사관 이야기] 흡연 후 던진 담배꽁초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부메랑이 됐다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3/01/20 [10:00]

생각할 게 많을 때 혹은 습관적으로 흡연한다. 필자도 군대에서 흡연하기 시작해 20여 년 흡연하다 현재는 금연하고 있다.

 

지인들과 대화할 때 스스럼없이 한 대 피우며 뿜어내는 연기에 스트레스를 실어 날려 보내곤 했다. 담배 연기에 스트레스가 편승해 모두 날아가는 건 아니지만 한 모금 담배 연기를 위안으로 삼았었다.

 

물론 담배 한 개비에 스트레스나 답답한 심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흡연하거나 과거에 흡연해본 사람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답답해서, 대화할 때, 습관적으로 흡연한다.

 

흡연하는 건 개개인의 기호고 자유다. 그러나 흡연 후 재의 처리나 불씨 처리는 의무다. 즉 흡연 후 담뱃불을 완전히 끄고 휴지통이나 재떨이에 버리는 건 당연한 일이고 순리다.

 

우린 이런 의무를 쉽게 망각하곤 한다. 차량을 운전해 도로를 지날 때 창문으로 연기를 내뿜는가 하면 흡연 후 담배꽁초를 스스럼없이 떨어뜨리거나 던지는 행위를 종종 볼 수 있다. 거리를 지날 때도 흡연자가 흡연한 후 담배꽁초를 휙 던져버리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흡연자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흡연하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은 본의 아니게 연기를 마셔야 하고 고약한 냄새도 맡아야 한다. 이런 경우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흡연구역에서 흡연하고 재의 처리나 담뱃불 처리는 자신이 즐긴 만큼 안전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느 겨울 주차장 화재

어느 해 겨울 퇴근 후 차량을 주차장에 주차하고 주차장 한쪽 쓰레기 더미 앞에서 흡연 후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가 크나큰 재앙으로 다가온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흡연하고 담배꽁초를 던진 사람은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바로 쓰레기 더미에 담배꽁초를 던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CCTV에 촬영됐다. 주택을 건축한 지 얼마 안 돼 하자보수를 하면서 쓰고 남은 건축 폐자재와 쓰레기, 폐페인트 등을 주차장 한쪽에 모아 둔 상태였다.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쓰레기를 쌓아 놓은 사소한 무질서를 보고 그 앞에서 흡연 후 담배꽁초를 스스럼없이 쓰레기 더미에 버리는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도 쓰레기가 쌓여 있으니 아무 거리낌 없이 담배꽁초를 휙 버린 것 같다’ 

 

그 담배꽁초가 이렇게 큰 재앙으로 다가올 거란 사실은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거다.

 

이 사건은 주차장 CCTV와 주차장 앞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흡연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목격자 진술과 발화지점을 확인하라!

신고자 최 씨는 퇴근 중 길가에서 타는 냄새가 나서 확인하니 ○○빌라 주차장 한쪽에 건축자재가 쌓여 있는 부분에서 불꽃이 조그맣게 보여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화재건물 인근 CCTV를 확인하니 신고자 최 씨가 목격한 지점과 불꽃이 보이는 지점이 일치했다.

 

발화지점이 정해지면 발화 원인을 찾고 어떤 이유에서 연소 확대가 급격하게 이뤄졌는질 확인해야 한다. CCTV에 촬영된 영상을 보면 쓰레기가 쌓여 있는 듯 보이는 부분에서 화염이 목격됐다. FRP1) 소재 필로티 천장 마감재가 연소하며 급격하게 필로티 전체로 화염이 확대됐다. 

 

▲ [사진 1] 발화지점


[사진 1]을 보면 발화지점 인근의 차량이 연소하고 있다. 다른 특이점은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천장 마감재가 FRP로 확인되는 것 외엔 그냥 화염만 확인할 수 있었다.

 

목격 지점을 확인하라!

목격자는 퇴근 중 대중교통에 하차해 길을 지나다 불길을 발견했다. 건물 기둥 옆에서 불길을 봤는데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화재조사관은 119에 신고 당시 목격자가 서 있던 지점을 확인했다. 목격자가 서 있던 지점에서 발화지점을 바라봤을 때 왜곡되는 현상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화재지점으로 내려와 목격자와 화재지점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 [사진 2] 발화지점 확인


목격자 최 씨가 불길을 목격한 지점은 [사진 2] 적색 사각형 부분이다. 목격자는 대로에서 건물 사이로 내려와 불길이 있는 지점을 확인했다.

 

연소 과정을 확인하라!

소방대 도착 시 급격한 연소 현상을 확인했다. 주차장 천장은 얇은 FRP로 연소가 시작된 후 천장을 따라 동쪽과 남북으로 급격하게 연소 확대했다.

 

▲ [사진 3] 필로티 내부 연소 현상

▲ [사진 4] 연소 확대에 의한 연기 확산


필로티에서 발생한 화재로 동, 남, 북쪽이 개방돼 있었다. 화염에 의한 대류 현상이 발생하며 급격하게 연소해 다량의 연기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연소하면서 확대를 가중했다.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해 수관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필로티는 화염과 검은 연기로 가득했다. 

▲ [사진 5] 필로티 부분의 연기


필로티에는 연기가 가득하고 주차된 차량이 연소하며 화염과 연기가 걷잡을 수 없이 건물 밖으로 분출하고 있다.

 

▲ [사진 6] 진압 후 발화지점 확인


최초 불꽃이 목격된 자리로 건축 폐자재와 쓰레기가 혼재돼 있었다. 측면 차량은 형체가 없이 연소하고 서스펜션(Suspension)의 코일 스프링(Coil spring)만 남아 엔진과 차체 흔적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은 대부분 외제차량이었고 완전연소에 가깝게 탔다.

 

▲ [사진 7] 연소 형태


[사진 7] 정면에 보이는 차량도 외제차량으로 완전연소에 가깝게 타고 좌측보다 화재 하중이 크게 작용해 천장의 연소 형태가 심하게 잔류했다. 천장 앵글이 연소 열에 의해 용융되고 소락됐다. 차량 재질은 마그네슘과 아연, 알루미늄 합금인데 연소된 형태로는 차량 형태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다.

 

다행히 엔진 블록 쪽 일부 주철로 된 부분에 회사 로고가 각인돼 있어 차량 품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고급 차량이 연소할 정도로 필로티는 마치 아궁이에 장작을 지피는 형태의 연소를 진행한다.

 

발화지점 가연물을 확인하라!

발화지점에는 페인트 깡통과 알루미늄 선반, FRP, 장판, 종이 등 온갖 건축 폐자재가 잔류했다. 열원만 주어지면 금방이라도 연소할 수 있는 가연물이 방치돼 있었다. 담뱃불을 던져 불이 날 수 있다는 건 성인이면 누구나 인지하고 예측할 수 있다.

 

탄화물을 뒤집어 보니 알루미늄이 연소하며 용융된 형태였다. 목재는 물론 완전연소했고 천장 마감재 FRP는 연소해 마치 잔류한 재가 솜 같았다. 인근에 주차된 차량은 건축 폐자재와 쓰레기가 연소하며 진행된 화염보다 복사열에 의해 연소한 형태로 판단했다.

 

▲ [사진 8] 발화지점 탄화잔류물


발화지점에는 폐페인트와 종이, 목재 등 쉽게 연소하는 가연물이 적치돼 있었다.

 

CCTV와 블랙박스를 확인하라!

▲ [사진 9] CCTV에 기록된 영상 캡처

 

CCTV 영상에서 신원 미상인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CCTV 영상에 촬영된 불빛의 크기는 평상시 불빛보다 3~5배 정도 크게 보인다는 걸 참작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요즘은 카메라 성능이 좋아져 실물 그대로까지 촬영하고 있으나 기존 설치된 카메라에 촬영된 빛은 실물보다 더 밝게 촬영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판독하길 권한다. 물론 현장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사진 9] 캡처 화면에서 손에 들고 있는 담뱃불이 상당히 밝게 확인된다.

 

▲ [사진 10] 담배꽁초 투척


흡연 후 담배를 투척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CCTV에 촬영됐다. 주변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에는 더 선명하게 촬영됐다.

 

▲ [사진 11] 연기


흡연자가 담배꽁초를 투척하고 약 21분 후 쓰레기 더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작은 불빛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화염이 진행되고 2분 후 주차장이 환하게 밝아질 정도로 화염이 진행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 [사진 12] 연소 진행

 

필로티가 환하게 밝아지며 연소하기 시작했다. 흡연자가 흡연 후 주차장에 출입하는 사람이 없는 게 확인됐다. CCTV에서는 신원 미상인이 흡연 후 담배꽁초를 버리고 간 지 21분이 지나자 연기가 피어올랐다. 2분 뒤 유염 화원으로 주변이 연소하기 시작했고 연소 확대가 급격하게 진행됐다.

 

▲ [사진 13] 탄화 중심부


발화지점에 검게 탄화한 유기용제 통의 연소 형태가 심하게 잔류했다. 내부에 내용물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 [사진 14] FRP 확인


잔류한 천장 마감재는 플라스틱과 FRP로 확인됐다. 플라스틱은 모두 소실됐으나 FRP 일부는 잔류했고 재질은 마치 솜 같았다.

 

발화지점과 연소 확대 경로를 정리하라!

최초목격자인 최 씨에 따르면 ○○빌라 남쪽 도로를 지나던 중 타는 냄새가 나서 확인하니 ○○빌라 필로티 부분 건축자재가 쌓여 있는 곳에서 불꽃이 조그맣게 보였다. 119에 신고하는 도중 불길이 급격하게 커지며 연소가 진행됐다고 했다.

 

CCTV를 확인하니 신원 미상인이 건축자재와 쓰레기가 있는 곳에서 흡연하는 모습이 식별됐다.

 

담배꽁초를 투척하고 필로티에서 나간 지 약 21분 후 화염이 솟아오르는 형상이 확인되는 점과 최초목격자 최 씨가 진술한 내용이 일치하는 점으로 볼 때 발화지점은 필로티 기둥 하단의 건축자재를 쌓아 놓은 부분으로 판단했다.

 

천장 마감재가 플라스틱과 FRP로 화염에 노출돼 급격하게 연소하며 확대된 화재다.

 

원인을 다시 한번 검토하라!

화재 발생 시간이 오후 8시께로 자연적 요인은 배제했다. 발화지점에 잔류한 탄화잔류물 중 유기용제가 식별되고 페인트가 확인된 점은 화학적 가능성은 있으나 교반이나 혼합과정에서 발열 형태가 없는 것으로 가능성이 작았다.

 

전기적 요인은 필로티에 센서등과 CCTV, 일반 전등이 설치돼 있고 화염이 진행될 때까지 전기가 통전됐기 때문에 가능성을 배제했다. 부주의 가능성은 발화지점 인근에서 신원 미상인이 흡연 후 투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약 21분 후 연기과 불꽃이 피어오르는 영상이 확인돼 담뱃불에 의한 화재로 판단했다.

 

결론을 내려라!

○○빌라 1층 필로티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초목격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한 연소 패턴과 현장의 미연소 잔류물, 주염흔, 집중 탄화된 지점 발굴, CCTV에 녹화된 영상 등을 판독하고 발화지점을 특정ㆍ조사했다.

 

1층 필로티는 불특정 다수인 출입이 가능하고 개방된 공간이다. 화재 시간대에 출입하는 인명이 적었던 건 CCTV를 통해 확인했다. ○○빌라 1층 필로티에 설치된 전등은 동작감지센서가 부착돼 동작을 감지하면 점등되는 시스템이었다. 발화지점에서 연기가 감지되기 21분 전 천장의 전등이 점등됐다.

 

신원 미상인이 발화지점 주변으로 출입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쓰레기 더미 앞에 서서 흡연하는 모습과 흡연 후 담배꽁초를 던지는 영상이 CCTV에 녹화됐다.

 

CCTV가 아니더라도 화재 원인을 추론했을 것이나 누가 어떻게 투척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이 사건 화재에서 CCTV와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으로 흡연하고 담배꽁초를 투척한 사람이 화재건물의 입주민이라는 게 밝혀졌다. 화재 원인은 담뱃불에 의한 화재로 판단했다.

 

 


1) 유리ㆍ카본섬유로 강화된 플라스틱계 복합재료다. 경량ㆍ내식성ㆍ성형성(成型性) 등이 뛰어난 고성능ㆍ고기능성 재료다.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화재조사관 이야기 관련기사목록
광고
소다Talk
[소방수다Talk] 계급장 불문하고 소방관을 교육하는 소방관들… 교수 요원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