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SP(Rope Assisted Search Procedures) 로프 활용 광범위 수색절차
크고 복잡한 구조물에서 길을 잃고 갇히거나 의식을 잃은 동료를 구조하는 상황에 직면할 거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생사를 함께하는 동료를 구조하는 일… 분명 엄청 치열하고 감정적일 수밖에 없을 거다.
물류창고나 공장, 집회장 등은 구조대원들이 수색 기술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구조물의 유형 중 일부다.
이런 대형 구조물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시야가 거의 나오지 않는 지역을 수색하는 건 매우 힘들고 위험한 작업이다. RASP(Rope Assisted Search Procedures)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어떤 해답을 줄 수 있을까?
소방관이 한 사람의 생존을 좌우할 신속하고 능숙한 탐색을 수행하려면 기본 탐색 기술뿐 아니라 우리의 능력을 돕고 향상시킬 수 있는 추가 기술과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경북소방학교에서 3주간 진행되는 RIT 교관양성 과정에서는 이런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술과 도구, 개념을 제시한다. 이를 실현하려면 지속적인 교육은 필수다.
검색은 기본적인 기술로 여겨지지만 본능이 발휘돼야 하고 날카로움이 필요한 힘든 작업이다. 실종되거나 갇힌 소방관을 찾기 위해 구조물에 진입하는 순간은 수색 기술과 능력을 검토할 때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수색이 필요한 조치의 시간이다.
로프 수색의 원칙과 철학 로프 수색의 원칙과 철학은 ‘심플(simple)’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는 모든 대원은 임무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언제든 대피할 수 있는 출구전략을 갖춰야 한다. 위험성과 한계 인식은 필수다.
실제로 IDLH(Immediately Dangerous to Life and Health, 생명과 건강에 즉각적인 위험) 환경의 상황을 만들어 훈련해보면 복잡하게 얽혀 설치된 로프와 개인 임무 미숙지로 퇴출조차 못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명확한 개념정리와 반복된 훈련은 작전의 실패와 성공을 극단적으로 나눌 만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수색팀은 적절한 역할 분담과 책임을 통합하는 확실한 실행 계획이 있어야 한다.
왜 로프여야 하는가?
우리에게 수색작업을 보조하기 위해 로프를 사용하는 건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과거엔 수색작업 시 비교적 굵은 로프를 사용했다. 하지만 로프가 클수록 유연성이 떨어지고 무게가 무거워 운반이 제한적이었다. 게다가 고온에도 취약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NFPA 1983, 생활안전로프 및 비상용 장비에 관한 표준(Standard on Life Safety Rope and Equipment for Emergency Services)에 따라 내열성을 겸비한 7.5ㆍ9㎜의 FE(Fire Escape, 비상탈출) 로프가 개발됐다. 이는 RASP 기술을 크게 도약시키는 계기가 된다.
검색 로프는 우리가 더 빠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작업하는 소방관들에게 탈출구를 제공하고 수색팀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 중인 다른 소방관들에게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RASP 수행절차
상황에 따라 많은 인원은 오히려 복잡성과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수색에 사용되는 기술이나 전술에 따라 인원은 2~3명으로 구성하는 게 적당하다.
광범위한 지역에서는 진입하는 수색팀에 대한 지원팀을 운영해야 한다. 수색팀은 진입로를 개척하고 쓰러진 소방관에게 닿기까지 체력소모가 크고 많은 양의 공기를 사용하게 된다. 이때 이들의 우선순위는 구조대상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있다.
하지만 소방관이 쓰러진 메이데이 상황이라면 구조 역시 지원팀이 맡아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설치된 검색라인은 수색팀의 빠른 퇴출과 지원팀의 신속한 개입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수색대원의 세 가지 기본동작
1. 포인트 진입 준비가 되면 팀 리더는 TIC(열화상카메라)를 활용해 사이즈업을 실시하고 진입로의 이동지점과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때론 TIC 스캔을 통해 쓰러진 소방관을 즉시 볼 수도 있다.
PASS 장치 또는 경보음, 무선통신은 이동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시청각 정보는 팀 리더가 포인트를 설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된다.
2. 앵커 앵커의 유형으로는 외부 앵커와 내부 벽 앵커, 고정 앵커, 휴먼 앵커 등이 있다. 외부 앵커는 다수의 대원이 검색라인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와 관계없이 앵커가 옮겨지거나 뽑히지 않도록 진입 전 외부에 고정하는 앵커다.
내부 벽 앵커는 미국식 건축물 유형의 특징으로 강제 개방 도구를 사용해 벽면을 깨면 노출되는 목조 기둥에 로프를 묶는 방법으로 설정된다.
이는 매우 불안정할 수 있으며 시야가 나오지 않는 환경에서는 설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미국식 건축물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라 우리나라 건축물에서는 활용도가 낮을 수 있다.
고정 앵커는 검색 로프를 물체에 두르거나 매듭을 지어서 설정한다. 마찬가지로 가시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물체와 로프 라인을 고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안정성이 달라진다. 시야가 나오지 않으면 똑바로 고정했는지, 안전하게 잘 설정됐는지를 구별하는 데도 제한될 수 있다.
휴먼 앵커는 로프 수색에 있어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대원 자체가 앵커가 된다. 복잡한 구조물에서 빠른 속도와 검색의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 벽에 부주의로 부딪히거나 로프의 꼬임 등을 예방할 수 있고 검색라인 앞뒤로 이동하는 모든 대원에게 시청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 검색영역 내 상황변화와 관련된 위험에 대한 감시강화와 검색라인의 텐션 유지 등 앵커 자체가 스마트해진다고 볼 수 있다. 자세는 트라이포드 타입으로 체중을 균일하게 분산해 자세를 안정화시키고 양방향 검색 로프의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바닥으로부터 이격시킨다.
테더링 로프를 활용해 건물 내부를 수색하다 보면 메인 검색라인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수색팀은 어떤 방식으로든 검색라인에 묶여있거나 연결돼 있어야 한다. 설치한 검색라인에서 떨어지면 방향성을 상실하고 길을 잃거나 갇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더링을 사용하는 핵심적인 목표는 심플함, 메인라인과의 연결을 지속하는 데 있다. 테더링에는 상황에 맞게끔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TIC로 확인할 수 없는 지점까지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
수색팀과 구조팀의 임무
수색팀장은 수색 중 쓰러진 동료소방관 또는 구조대상자를 발견했다면 지체 없이 지원 대기 중인 구조팀을 요청하라. 목표지점까지 도달하는 길이 험난할수록 팀원은 지치고 공기 잔량도 거의 바닥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구조팀은 수색팀이 설치한 로프 라인을 따라 신속하게 구조대상자에 접근해 구조작업을 실시한다. 수색팀과 구조팀이 만나게 되는 상황은 좁은 지역에 모든 대원이 서로 가까이 있어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우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규칙을 정한다.
1. 소통은 수색팀장과 구조팀장만 한다. 2. 구조팀장은 수색팀장이 로프를 계속 제어할 수 있는 충분한 공기 잔압을 갖고 있는지 확인한다. 3. 수색팀장의 잔압이 부족할 시 검색 로프 관리는 구조팀장이 실시하고 수색팀장은 퇴출한다. 4. 구조대상자의 패킹과 인양은 구조팀이 시행하고 수색팀은 미리 퇴출한다.
수색팀의 공기 잔압이 이후에 들어온 구조팀보다 적다는 게 중요하다. 공기 잔압에 의해 얼마든지 임무가 유동적으로 변경될 수 있고 팀장은 모두에게 필요한 공기 공급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잔압이 적은 모든 대원에게 적용돼야 한다. 특히 팀 리더의 더 할 수 없을 정도의 협력과 근면한 책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RASP에 필요한 장비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성돼 있어 보다 많은 소방서 대원에게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색작업을 소수의 구조대원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수많은 소방관이 잘 훈련되고 수색에 필요한 장비들이 잘 보급된다면 적시 적소에 얼마든 배치돼 우리 동료를 구조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거로 생각된다.
우리가 모두 서로를 지켜내 더 이상의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본다.
경북소방학교_ 김하동 : khd3029@korea.kr, 채해승 : chae1hae@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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