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호와 11월호에선 수중보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우리가 왜 접근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이번엔 마지막으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활동해야 한다면 뭘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드릴까 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 이론적으로만 보면 급류구조 과정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기술을 사용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구조대상자에게 드로우백을 던져 구조할 수도, QRH를 사용해 확보한 뒤 직접 진입해 구조대상자를 구조해서 나올 수도, 보트로 진입한 후 구조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이 기술들은 ‘수중보 현장의 변수를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들 현실적으로 소방에 신고 접수됐을 때 “수중보는 위험하니 대원들이 출동할 수 없습니다”고 할 순 없습니다. 또 이전 호를 읽은 분들이라면 “우린 소방관이고 구조대원인데 위험하다고 안 들어갈 수 있겠냐! 사람은 살리고 봐야지!” 하시는 분들도 꽤 많았을 거로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이런 상황이라면 현실적으로 고유한 위험성(10월호)과 위험요인들(11월호)부터 고려하셔야 합니다.
즉 현장 활동 시 최대한 보일 라인 안쪽으로 진입하지 않으면서 구조할 수 있어야 하며 진입하더라도 외부 요인에 의해 즉시 탈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갖고 구조대상자를 가장 위험한 곳(보일 라인 안쪽의 재순환)에서 신속하게 탈출시키는 게 구조작전의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구조작전 중 보일 라인 밖으로 구조대상자가 빠져나오는 상황이나 각종 우발상황을 대비해 하류엔 반드시 백업이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수중보 구조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 기술 1. 테그-라인 부이 사고 발생 초기 또는 재순환이 강하지 않은 경우처럼 구조대상자가 아직 의식과 체력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면 가장 중요한 건 ‘충분한 부력’을 제공해주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원형 부이 또는 PFD에 로프를 연결해 구조대상자에게 제공하는 겁니다.
이 방법은 많은 장비가 필요하진 않지만 적용할 수 있는 수중보의 폭이 좁아야 하고 가급적이면 수중보의 양쪽 끝단에 있는 대원 간 호흡이 잘 맞아야 합니다. 최근엔 테그-라인 부이 구조 기술을 위한 전용 장비도 나와 있습니다.
2. 모터보트 + 뻗어주기/드로우백 조합 뻗어주기 또는 드로우백 구조 방법을 모터보트와 병행해 사용한다면 충분히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재순환의 폭이 좁은 경우 보트를 보일 라인 인근까지만 접근시킵니다. 이후 뻗어주기 방법 또는 드로우백을 던져주고 구조대상자가 제공한 장비를 잡는 걸 확인합니다.
확인됐다면 즉시 보트를 하류 쪽으로 이동시켜 구조대상자가 재순환 밖으로 빠져나와 떠내려오게 만든 뒤 구조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구조대상자를 보트 위로 직접 올리는 게 아닌 최대한 빨리 재순환 밖으로 빠져나오게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절대로 보트가 보일 라인 안쪽으로 접근해선 안 되며 우발상황 시 보일 라인 안쪽으로 진입하지 않도록 모터보트를 직접 확보해 줄 또 다른 수단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10월호 참고).
이 방법은 고도의 팀워크와 기술이 필요하며 관련된 전문 교육을 받은 뒤 수행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3. 팽창식 소방호스 등 뻗어주기 방법 뻗어주기 방법은 각종 교재에 소개된 방법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이 방법은 테그-라인 부이처럼 구조대상자가 무언가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지만 장비 자체로 추가 부력을 제공할 순 없습니다.
또 테그-라인 부이와는 다르게 보일 라인 밖으로 끌어내는 방법이 아닌 양 끝단으로 끌어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는 구조대상자가 아닌 이상 끌어당겨 오는 데 엄청난 힘이 필요합니다. 이 방법은 거리나 동원인력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으나 사용할 장비의 길이만큼 쉽게 닿을 수 있는 위치에서 발생된 상황이라면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방법이 보일 라인 안쪽으로 진입하지 않는 수중보 구조 기술입니다. 하지만 모두 ‘구조대상자가 의식이 있고 제공되는 장비를 잡을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이 남아있는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4. 헬리콥터 호이스트 구조대상자의 의식 유무에 관계없이 관할 내의 수중보 폭이 넓다면 위의 방식으론 대응할 수 없습니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이 헬리콥터 호이스트를 사용한 구조 방법입니다. 구조대상자가 의식이 있다면 로프 등 잡을 수 있는 걸 내려주고 그렇지 않다면 호이스트를 사용해 대원이 직접 내려와 구조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원이 보일 라인 안쪽으로 진입하지 않으면서도 호이스트가 끊어지지 않는 한 바로 재순환 밖으로 이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은 헬리콥터의 원활한 운항이나 호버링이 가능한 지역에서 유용합니다. 또 지역별 소방헬기가 상주하는 장소로 인해 출동시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겁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시기 전에 반드시 관할 구역의 수중보 현황과 가장 가까운 항공대의 위치를 확인하고 출동 소요시간, 제약 등을 미리 협의한 후 충분한 사전 훈련이 이뤄져야 합니다.
마치며 실제론 하이라인 보트ㆍ4-라인 보트 기술을 활용해 보일 라인 안쪽으로 진입하는 방법, 고가사다리나 굴절차 등을 활용해 호이스트와 비슷하게 구조하는 방법, 동력 보트 두 대를 묶어 진입하는 방법 등 유튜브나 구글에서 조금만 검색해 봐도 위에서 소개해 드린 방법 이외의 다양한 방법들을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중 개인적으로 하이라인 보트 기술을 활용해 수중보 구조작전을 하는 건 훈련만 잘된 상태라면 아주 유용할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 내용에서 소개하지 않은 이유는 준비에 상당히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잘못 전달됐을 땐 사고 위험이 매우 크고 특정 장비의 경우 그 특성에 따라 적용 범위가 천차만별이 되는 등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개인적으로 수중보에서 가장 효과적인 구조 방법은 헬리콥터 호이스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출동상황에선 구조대뿐만 아니라 고가 굴절차, 소방헬기 등 위에서 언급한 방법에 해당하는 모든 자원에 출동지령이 내려와야 할 겁니다. 현장에 도착한 선착대가 상황판단에 따라 불필요한 자원은 복귀시키면 되지만 만약 현장에 도착해서 필요성을 느끼고 추가 출동을 요청한다면 시간이 몇 배로 더 지연되기 때문입니다.
분명 어떤 곳에선 직접 진입 구조가 가능한 수중보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수중보 구조에 사용될 기술은 반드시 위험요인 조사와 위험성 평가를 통해 결정(6월호 참고)돼야 하며 이를 적용하기 위한 사전계획이 수립돼 있어야 합니다.
또 구조 작전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장비, 훈련이 뒷받침돼 있어야 합니다. 글에서 다 하지 못했거나 보여드리지 못한 내용 중 참고하실 만한 자료 링크를 몇 개 남겨드리니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참고할 만한 영상ㆍ글 링크 • 수중보 보트 전복 시뮬레이션 https://www.youtube.com/watch?v=QGUTqPwBuHg • 크레인 활용 실제 구조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0HLvk3xEQTk - 현장 공사 중이던 작업용 크레인을 사용한 구조(1명 사망, 1명 구조)
서울119특수구조단_ 방제웅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급류구조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