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국에서 급류구조 강사 자격을 취득한 후 국내 실정에 맞는 급류구조교육 과정 개설과 매뉴얼 개발에 힘썼습니다.
그러나 급류만큼이나 만만찮은 우리나라의 현실…. 이에 급류구조 강사 자격을 갖춘 소방관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국내에 급류구조 관련 교육을 전파하기 위해선데요. 이번에 찾아간 곳은 ‘부산’입니다.
급류는 강력하다 급류구조 현장의 적극적인 대응은 자기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자연의 섭리를 이용할 때부터 시작합니다. 흐르는 물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 아니 그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갖습니다.
자기 자신의 능력은 곧 급류구조에 관한 교육과 훈련을 말합니다. 우린 급류를 이겨내는 게 아니라 급류의 역동성을 이해하고 급류의 힘을 최소화하거나 역이용해 구조 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아는 만큼 보이는 급류사고 현장은 준비된 구조대원만이 자신과 팀의 동료, 구조대상자의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소방이 ‘강력한’ 급류를 대하는 모습은 어떨까요? 아마도 반대의 말인 ‘약하다’일 겁니다. 급류구조 교육의 필요성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우리나라의 급류구조 현장이 많지 않아서일까요. 기후가 점점 변화하면서 풍수해 시즌이 오면 해마다 국지성 호우를 비롯해 급류로 인한 재난이 발생합니다.
이런 재난은 시민은 물론 소방관의 생명을 빼앗아 가기도 합니다. 한 명의 소방관이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사람의 숫자를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언제까지 재난의 경중을 출동 건수나 재산피해 정도로 산출하실 건가요?
이제는 급류구조 분야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대원들이 어떤 현장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됩니다. 바로 ‘교육’을 통해서 말입니다. 급류는 구조대원만의 것이 아닙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소방관 모두에게 다가오는 재난입니다.
일반인뿐 아니라 소방관들조차 급류사고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을까요? 해마다 풍수해 관련 사고로 소중한 목숨이 잃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늘 같습니다.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면 과연 결과도 같았을까….
저는 그렇지 않을 거로 확신합니다.
급류 자체를 빠르게 흐르는 물 정도로만 여기고 소방관들조차 ‘와~ 위험한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환경에서도 구간에 따라, 바닥의 지형이나 장애물에 따라 달라지는 급류 환경을 이해한다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곳과 덜 위험한 곳, 그리고 소방관이 현장 활동을 할 만한 비교적 안전한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급류는 무자비하다 부서지고 빠져나가는 파도와 다르게 급류는 힘의 감소 없이 물체를 지속해서 밀고 나갑니다. 지난 2013년 교육을 받고 어느덧 8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과 그 당시의 장비, 기술을 비교했을 때 사실 더 획기적으로 새롭게 바뀌거나 한 건 없습니다. 그나마 급류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한 몇몇 소방학교가 명맥을 이어오면서 장비는 최소화ㆍ최적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소방학교 교육과정 중 갑자기 불어난 강물(방류)로 인해 교육이 어려워 지면서 오전 교육 도중 철수를 했습니다.
가파른 경사면을 통해 안전지대로 올라와 강을 내려다보며 자연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릴 것 같아서 사전에 확인해 놓은 근처 몇몇 교육 가능지역도 둘러봤지만 폭이 너무 넓고 유량도 많아져 더 이상의 교육은 힘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강원도 인제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형님, 여기 강물이 범람해서 더 교육이 안 될 것 같은데… 인제는 어떻습니까?”
“어! 내린천은 할 만해. 이 정도 비 와도 충분해. 혹시 모르니 다른 곳도 알아볼게”
미국 급류구조 강사 교육 동기인 강원 특수구조단 박민재 강사님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도 할만할 거란 조언과 함께 예비 장소도 한, 두 곳 더 알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교육 총괄로 함께 현장에 계셨던 부산소방학교 훈련과장님의 결정에 따라 다음날은 강원도 인제 내리천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동일과정(5일) 중 단양(동강)과 인제(내린천)에서의 교육은 전국 최초가 아닐까 합니다. 어려운 상황 임에도 믿고 맡겨주신 결정에 과장님 이하 부산소방학교 교관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산이나 경남, 울산, 창원, 서울 등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교육과정이었기에 내리천의 급류를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들 시원하게 흘러내려 가는 급류를 보며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바라보던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부산소방학교 수난실무(급류구조) 2기 교육생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급류가 주는 무자비함처럼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명맥을 이어오는 각 소방학교의 소방학교장님을 비롯한 교관님들의 추진력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혹시라도 도움 될 부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미약하나마 드리고 싶습니다.
급류는 예측 가능하다 급류는 마치 무질서하게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육을 받고 훈련해 지식을 갖추게 되면 규칙적이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흐르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수면의 흐름을 보고 물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예상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우리 소방도 급류의 예측 가능성과 마찬가지로 교육의 명맥이 이어지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정규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혀 급류 현장에서 자신과 동료의 안전을 지키면서 구조대상자를 효과적으로 구조해 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예상합니다. (사)한국잠수협회에서는 민간자격을 등록해 급류구조교육을 받은 대원에게 민간자격증을 발급합니다.
향후 구조 관련 NCS 과정으로 등록해 구조 관련 직무 표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하니 지나온 시간보다 더욱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견은 편견과 선입견이란 말이 있습니다. 급류구조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는 당신이 혹시 편견과 선입견을 품고 있진 않은지 묻고 싶습니다.
소방관들이 안전해야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소방관들에게 재난 현장은 경험하는 곳이 아닙니다. 평상시 훈련과 교육을 통해 만들어낸 팀워크와 그동안의 훈련을 검증하는 곳입니다. 전국의 모든 소방관이 급류구조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글을 마치며 대한민국 급류교육 선구자 서울소방 한정민, 강원소방 박민재, 중앙 김경호, 경기 양재영 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부산소방학교 2기 급류구조과정을 추진하신 원종숙 과장님과 배몽기 교수님, 김정민 교관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서울119특수구조대_ 방경호 : ycn41@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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